마셰티(Machete)는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의 정글에서 주로 쓰이는 넓적한 칼을 말한다. 이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가 즐겨 쓰는 무기이기도 하다. 그는 세련된 첨단 무기를 눈앞에 놔두고 마셰티를 고집한다. 주인공이 총이 아닌 칼, 그것도 주로 베어내는 용도의 칼을 들고 다니니 당연히 수족이 날아다니고 피가 뿜어져 나오는 투박한 액션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마셰티>의 감독이 로버트 로드리게즈, 제작자가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점은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신기한 일도 아니다. 애초에 시작부터가 가짜 예고편이 유튜부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끄는 바람에 영화화된 것이니까. 관객의 결론은 양자택일이다. 실소를 금치 못하며 아무 생각 없이 킬링 타임을 즐기거나, 취향에 안 맞는다면 애초에 보지 않거나.
<마셰티>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뭔가 복잡한 음모론이 얽혀있는 것 같지만, 막상 뜯어보면 별 게 아니다. 미국이 오랜 시간 동안 골치를 앓아온 멕시코 이민자 문제는 그저 재료일 뿐이다. 게다가 이음새는 엉성하기 그지없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억지스럽고 의뭉스러운 전개나 캐릭터 설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이는 ‘대놓고 못 만든’ 의도적인 것이다.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는 각자의 데뷔작에서부터 B급 문화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과시해온 바 있다. <마셰티> 역시 특유의 비디오광적인 B급 취향을 한데 모아 덕지덕지 붙여놓은 작품이다. 영화 내내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눈살이 찌푸려지는 싸구려 악취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를 악동의 장난기가 가득하다. 폼은 잔뜩 잡는데 뭔가 웃기고, 여자들은 툭하면 벗어던지고, 사람의 창자를 로프로 삼아 창문 밖으로 탈출한다거나, 회전식 기관포를 오토바이 앞에 매달아 적을 몰살하는 식이다.
로드리게즈와 타란티노는 유명 배우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캐릭터로 쓰거나, 흘러간 옛 배우를 완벽하게 되살려내는 특기를 다시 한 번 발휘한다. 상원위원 역을 맡은 로버트 드니로는 카리스마와 존재감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놀랍도록 비대해진 몸으로 등장한 스티븐 시걸, 80년대 TV 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소니 형사로 유명한 왕년의 섹시 스타 돈 존슨도 반가운 얼굴이다.
2011년 4월 20일 수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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