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녀석들이 돌아왔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의 주인공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이번엔 외계인까지 대동했다. <황당한 외계인: 폴>의 재미는 두 배우와 외계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황극에 기인한다. 외계인에 빠져버린 오타쿠 남자들이 지구인 보다 더 지구인스러운 외계인과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부터 남다르다. 술과 담배 그리고 음담패설을 즐기는 폴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그들에게 삶의 지식을 전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에서 오타쿠가 아닌 평범하게 사는 법을 전수하는 꼴이랄까. 얼떨결에 합류한 광신도 룻(크리스틴 위그)도 그의 거친 가르침을 통해 평범한 무신론자로 바뀔 정도다.
<황당한 외계인: 폴>은 사회적 문제를 비꼬았던 두 주인공의 전작보다는 그 날카로움이 무디다. 하지만 SF 영화를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재해석하고 패러디한 가공능력이 그 아쉬움을 대신한다.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는 지금까지 나온 SF 영화에 자신들의 인장이 박힌 오마주를 바친다. 폴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E.T>의 영감을 줬고, 드라마 <X 파일>의 ‘멀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설정은 원작 비틀기의 시작이다. 또한 폴을 추격하는 요원들이<맨 인 블랙> 주인공들처럼 검은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 재미를 더하고, <에일리언> 시리즈로 유명한 SF계의 대모 시고니 위버까지 합류해 패러디는 절정을 달린다. 이들의 재기발랄함에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이미 그들의 황당무계한 매력에 풍덩 빠진 거다.
2011년 4월 7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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