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틀’이 성립하려면 적과 아군이 존재해야 할 터. 적은 정체불명의 에일리언, 아군은 물론 미 해병대다. 주인공은 낸츠 상사(아론 에크하트)로, 하필이면 퇴역 바로 다음날 전장에 복귀하게 된 억세게 재수 없는 인물이다. 뉴스를 통해 전례 없는 ‘유성 쇼’ 뉴스가 나간 몇 시간 뒤, 그것들이 유성이 아니며 적들의 습격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전세계 주요도시가 함락되는 가운데 미 서부 최후의 보루인 LA를 지키기 위해 해병대가 나선다.
“현대전 느낌의 영화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던 <어둠의 저주>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0>의 조나단 리브스만 감독은 그 약속을 지켰다. 1942년에 일어난 실제 ‘LA UFO 대공습 사건’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월드 인베이젼>은 그 아이디어를 제외하고는, 상영시간 내내 전력을 다해 현대 시가전의 공포를 몸서리쳐질 만큼 생생하게 재현한다. 초반 20분, 낸츠 상사의 소대원들의 성격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외계인 습격을 뉴스로 전하는 팩트 전달 장면들을 빼놓고는, 시종일관 루이지애나에서 찍었다는 LA시가전 한복판으로 관객들을 인도하는 것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블랙 호크 다운>에서 이미 본 것 아니냐고? 정확하다. 적의 형상이 정체불명 에이리언이라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더불어 우리는 이미 <클로버필드>를 통해 UCC 시대의 재난영화의 현주소를 목도한 바 있다. 전장의 긴장감은 지난해 아카데미의 승자인 <허트 로커> 쪽이 우세하다. 1억 달러를 투입했다는 <월드 인베이젼>은 그만큼 화력을 키우고 몸집을 불린 쪽이다. 촬영을 통한 별다른 눈속임도 없다. 다층적인 갈등이나 특별한 긴장감 또한 관심이 없다. 깨부숴야 할 적과 생존만이 부각된다. 거두절미하고, 전투 한 복판에서 병사들이 겪어야 할 생생한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의 지상목표에 지나치게 충실하다.
굳이 2011년 8월 LA란 시공간을 명시한 건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그간 수차례의 해외 파병(아마도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일)으로 지칠 대로 지친 낸츠 상사는 전투에 투입되자 일당백의 해병대 정신을 발휘, 종국엔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그가 돌아가야 할 곳은 전장이고, 또 전투는 계속되어야 한다. 적이 외계인이든, 이라크인이든, 북한 사람이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월드 인베이젼>의 깃털 같은 서사는 해병대 정신을 빗대 결국엔 적의 섬멸과 승리를 통해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데 다다른다. 우리로 치면 전형적인 반공영화쯤 되겠다. 게다가 <월드 인베이전>은 미국인들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해 그토록 공포감을 느낀다는 영토 침공을 생생하게 묘사하지 않았나. 이 영화가 절대 SF 장르로 보이지 않는 건 현장감 넘치는 촬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11년 3월 9일 수요일 | 글_하성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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