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기태(이제훈)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버지(조성하)는 죄책감에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내다, 아들이 왜 자살을 했는지 그 이유를 찾아 나선다. 아버지는 수소문 끝에 아들의 단짝 친구인 희준(박정민)을 만난다. 그러나 전학을 간 상태인 희준은 친구 아버지와의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또 기태의 죽음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둘러댄다. 그리고 또 한명의 친구인 동윤(서준영)은 이미 학교를 자퇴했다. 기태 아버지를 만난 이후 희준은 연락이 두절된 동윤을 어렵게 만나고, 셋이 우정을 나눴던 그 시간을 떠올린다.
<파수꾼>은 기태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미스터리로 포문을 연 영화는 플래시백으로 세 친구들의 우정이 변질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사건의 발단은 한 소녀 때문이다. 희준이 좋아하는 소녀는 기태를 좋아하고, 기태는 희준과의 우정을 지키려 한다. 이 삼각관계에서 불거진 오해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진실을 말하면 될 것을, 그들은 우정을 지킨답시고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양산해 낸다. 서로간의 신뢰를 잃은 그들은 “널 친구로 생각한 적 없어”라거나 “처음부터 너만 없었으면 돼”라는 말들로 비수를 꽂고, 폭력을 행한다.
감독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제목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렇게 우정을 지키기 위해 뱉은 거짓말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서로를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려다 실패한 소년들의 모습을 비춘다. 그들은 서로의 진심을 알려고 들지 않는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할까봐 진실도 말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 그들 사이에는 허물 수 없는 벽이 생기고, 더 이상 우정을 나눌 수 없게 된다. 감독은 이 과정이 비단 소년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감독은 오해와 갈등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그로 인해 얼마나 큰 파장이 일어나는지를 건조하게 담아낸다.
고등학생의 자살과 학교 폭력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룬 <파수꾼>을 즐거운 마음으로 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급변하는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는 쏠쏠하다. 1982년생인 윤성현 감독은 장편 영화로는 초저예산인 5000천만 원으로 인물들 간의 감춰진 진실을 탁월하게 들춰내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핸드헬드로 인물의 감정 변화를 자세하게 담은 카메라 워킹과 밀도 있는 세 배우의 연기 또한 매력적이다. 특히 이제훈은 여성스러움이 다분했던 <친구사이?>의 석이 역에서 180도 바뀐 거친 소년의 모습을 흡입력 있게 잘 표현했다.
2011년 3월 2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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