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형의 자살, 부모의 이혼, 워커홀릭 아버지(피어스 브로스넌)와의 대립 등, 감당하기 어려운 10대를 보낸 타일러(로버트 페틴슨)의 마음을 공허하기만 하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앨리(에밀리 드 라빈)의 마음에도 타일러 못지않은 상처가 있다. 어린 시절 지하철에서 강도들에게 엄마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 그렇게 상처를 안고 방황하던 20대 청춘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들의 만남에도 비밀이 있었으니, 타일러는 사실 자신을 검거한 형사 닐(크리스 쿠퍼)에 대한 복수로 그녀의 딸 앨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뒤 늦게 그 사실을 안 앨리는 타일러에게 큰 배신감을 느끼고, 타일러는 자신의 진실마저 오해받자 괴로움에 빠진다.
연기 변신에 대한 로버트 패틴슨의 남다른 열정과 야심은 지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정이 크다고 말이, 역량도 뛰어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야심참 마음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리멤버 미>에서 로버튼 패틴슨은 흡사 일탈과 반항을 대변하는 아이콘이었던 제임스 딘처럼 보인다. 아쉬운 건, 그것이 장점으로 보인다기보다 흉내 내기로 비춰진다는 거다. 얼굴에 인상 쓰고 어깨에 힘주는 게, 방황하는 청춘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진대, 너무 쉬운 연기 방식을 선택한 것 같아 아쉽다. 작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리멤버 미>는 인생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내세워 예술영화를 표방하려 한다. 하지만 예술이 되기엔 그 깊이가 부족하다. 상처를 안고 살던 남녀가 만나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다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하고, 부모 자식 간의 대립과 화해도 너무나 빤해 새로울 게 없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개별적 아픔을 미국인들의 범국민적 트라우마로 연결시키는 영화의 라스트 씬은 황망하기 그지없다. 반전이라 하기엔 너무 터무니없고, 감동을 느끼기엔 너무 느닷없는 이 라스트씬 앞에서 로버트 패틴슨을 사랑하는 소녀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자신들이 사랑하는 오빠의 ‘연기 야망’이 너무 크다고 못내 아쉬워하지 않을까. 로버트 패틴슨은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 느리게 걸을 필요가 있다.
2011년 3월 2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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