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을 보기 전에, 12세기 몽골 제국의 첫 통일을 이루어낸 칭기즈칸의 대서사시라거나, 스펙터클한 정복전쟁 등을 기대하면 곤란하다. 이 영화는 칭기즈칸의 성장기, 그러니까 아직 ‘테무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던 시절의 이야기다. 어른이 된 칭기즈칸이 과거 20년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몽골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고원의 능선 위에 부드럽게 쌓인 고요한 설경, 은빛 털의 늑대와 독수리 등은 별다른 인위적 연출로 포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자무카의 부대와 테무진의 부대가 벌이는 7분간의 전투, 특히 마상전투 장면 역시 상당히 볼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시각적인 즐거움이 이 영화의 다른 단점을 상쇄하지 못하고,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영화는 감동이나 느낌을 배제하고 단순한 사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그 연결고리는 보는 사람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엉성하고, 연출자의 의도적인 생략이라고 보기에는 맥락 없이 툭툭 끊어지는 부분이 지나치게 많이 눈에 띈다. 아홉 살 때 족장이었던 아버지가 독살당하고, 적에게 쫓기면서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아내가 적에게 납치당하고, 간신히 아내를 구해냈지만 이번에는 자신이 적에게 붙잡혀 노예로 팔려가고… 이런 파란만장한 스토리를 두 시간 동안 펼쳐놨는데, 정작 테무진에게서는 어떤 절박함이나 고난의 흔적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가령 그가 왜 피를 나눈 의형제를 배신해야 했는지, 어째서 아내를 그토록 끔찍하게 아꼈는지, 어떻게 적의 아이를 자식으로 받아들일 생각을 했는지, 왜 천하통일을 이룰 결심을 했는지 등은 전개상으로 중요한 포인트임에도, 논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들을 애매모호하고 뜬금없이 건너뛰는 바람에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동기부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으면서, 결과적으로 배경으로 펼쳐진 대자연은 황량해지고, 126분의 영화는 지루해졌다. 영상미와 아사노 타다노부의 눈빛연기로 힘겹게 커버하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고 뚜렷한 영화다.
2011년 2월 15일 화요일 | 글_최승우 월간 PAPER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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