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했던 왕비는 마법의 꽃을 달인 물로 목숨을 구하고 아름다운 딸 라푼젤(맨디 무어)을 낳는다. 헌데 그 마법의 힘이 라푼젤에게로 전해졌다. 이를 안 고델(도나 머피)은 라푼젤을 납치하고 마법의 힘을 통해 젊음을 유지한다. 고델은 마법의 힘을 혼자 차지하기 위해 라푼젤을 18년간 탑에 가두고 머리도 자르지 않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을 숨기기 위해 탑으로 들어온 도둑 플린 라이더(제커리 레비)를 머리로 포박한 라푼젤은 자기 생일에 맞춰 하늘로 올라가는 등불을 직접 보게 해달라며 그와 함께 탑을 빠져나온다. 하지만 현상금이 걸린 플린을 쫓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니다. 고델 역시 플린을 쫓는 사람들을 이용해 라푼젤을 다시 잡아드릴 계획을 세운다.
디즈니의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라푼젤>은 우리가 아는 그림형제의 동화와는 다른 내용이다. 라푼젤이 머리를 자르지 못하고 탑 안에 갇혀 있다는 설정 정도만 가져와서 완전히 다르게 풀어간다. 하지만 디즈니답게 동화를 바탕으로 한 기본적인 뉘앙스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권선징악의 주제를 발랄하고 유쾌하게 그리는 디즈니의 꿈과 희망은 <라푼젤>에서도 유효하다. 드림웍스처럼 원작을 비틀거나 픽사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지는 않지만, 최대한 드라마틱하고, 밝고, 긍정적이고, 유쾌하고, 신나고, 웃기며,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라푼젤>은 이러한 디즈니의 에너지를 응집한 작품이다.
하지만 고리타분하지는 않다. 영화는 캐릭터와 설정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했다. 왕자가 라푼젤을 구한다는 설정이 아닌, 도둑을 주인공으로 한 것도 특이 사항. 산전수전 다 겪은 도둑 플린은 오히려 라푼젤의 여정에 도움이 된다. 또한 평소 부정적인 이미지였던 악당들 역시 내면은 착한 사람들이라는 설정을 통해 밝고 긍정적으로 묘사된다. 물론 고델이나 플린의 옛 동료인 스태빙턴 형제는 전형적인 악당 캐릭터도 있지만, 맥시머스와 같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말 캐릭터는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설정에 색다른 재미를 준다.
<라푼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3D 입체영상이다. 기존의 영화들이 3D 입체영상을 그저 신기한 이미지로 활용하는 수준이었다면 <라푼젤>은 입체감을 영화의 한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입체감과 공간감을 살린 장면이 영화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라푼젤이 강에서 보는 날아가는 등불 장면은 입체영상의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끌어올린 명장면이다.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특히 왕과 왕비가 날린 등불이 먼저 하늘로 날아오르면 그 뒤를 따라 온 국민의 등불이 붉을 밝히고 이내 떠오르는 장면은 입체영상이기에 가능했던 연출이 아닐까 싶다. <라푼젤>의 최고 장면임은 물론, 3D 입체영화들이 본보기로 삼아야 할 입체적인 연출이다.
<라푼젤>은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착한 사람들이 여러 시련을 겪지만 결국 악을 물리치고 행복한 결말을 얻는다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흥겹고, 어드벤쳐 장면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상황이나 대사들은 코믹하다. 굉장히 디즈니다운 영화임과 동시에 보다 업그레이드된 따스함과 흐뭇함이 전해지는 영화다.
2011년 2월 7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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