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에 사는 리 돌리(제니퍼 로렌스)는 정신 이상인 엄마와 어린 두 동생을 부양하는 소녀 가장이다. 한편 아빠는 마약 밀매로 실형 선고를 받지만, 집을 담보로 보석금을 내고 종적을 감춘다. 급기야 가석방 상태에서 법정에 나타나지 않아 담보였던 집이 빼앗길 처지다. 리 돌리는 아빠를 찾거나 죽었다는 증거를 가져와야 한다. 하지만 아빠의 행적을 추적할수록 사람들의 방해가 심해진다. 마을 전체가 마약을 만들고 팔아온 이들은 리 돌리가 자신들의 정체를 경찰에 얘기하지 못하도록 위협한다. 하지만 리 돌리는 그저 집을 지키고 엄마와 동생들과 함께 살고 싶을 뿐이다.
<윈터스 본>은 한 마디로 사투다. 엄청난 상대를 만나 살기 위해 대결을 펼치는 바로 그 사투다. 하지만 리 돌리에게 그 상대는 자신과 가족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이다. 경찰에게 발각되지 않으려고 돌리를 위협하는 주변 사람들, 아빠의 행적을 모르면 집을 빼앗겠다는 경찰, 가족을 내팽개치고 도망간 아빠, 이 모두가 그의 상대다. 결국 자신이 당면한 현실 그 자체가 상대해야 할 적인 것이다. 하지만 17세 소녀에게 이러한 상황은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이다. 아빠의 행적이나 죽음을 증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모두가 등을 돌린 이 세상 자체가 버겁기만 하다.
영화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돌리의 처절함에 포커스를 맞춘다.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여자의 몸으로 군대를 자원하려고 하고, 정신 이상인 엄마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방법을 알려달라고 울부짖기도 하며, 동생을 입양하겠다는 이웃의 제의에 고민하기도 한다. 지켜야 할 것이 많기에 힘든 일을 참아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17세 소녀에게는 가혹한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빠의 시신을 직접 잘라 경찰서에 가져가야 하는 상황이다. 아빠에 대한 희망이 무너진 것도 참담한데, 그 시신을 직접 잘라야하는 심정은 고통 그 자체다.
이러한 복잡한 감정과 힘겨운 삶은 리 돌리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의 열연으로 완성된다. 산으로 둘러싸여 숨통을 죄여오는 폐쇄 공간에서 냉혹한 현실을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리 돌리 캐릭터를 연기한 제니퍼 로렌스는 이번이 겨우 두 번째 작품이다. 하지만 연기 경력이 짧다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그는 첫 주연작인 <버닝 플레인>으로 65회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 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윈터스 본>에서도 그의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당당하게 세상에 맞서는 용기와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에는 고통과 슬픔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2011년 1월 11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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