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못 잊는 건, 남자라고 누가 말했나. 여기, 11년 전 인도에서 만난 첫사랑 때문에 제 발로 굴러들어오는 남자들을 걷어차는 여자가 있다. 이름은 서지우(임수정). 직업은 뮤지컬 무대감독. 혼기 꽉 찬 딸이 걱정인 지우의 아버지는 딸을 ‘첫사랑 찾기 사무소’로 끌고 간다. 그곳은 여행회사를 다니던 한기준(공유)이 독립해 세운 1인 사무소. 기준은 자신의 첫 고객인 지우의 첫사랑을 찾기 위해 전국의 김종욱 명단을 뽑는 등 열과 성을 다 한다. 하지만 정작 지우는 첫사랑 찾기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융통성 없는 기준과 선머슴 같은 지우는 티격태격하며 가까워진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이다. 2006년 초연을 시작해 현재까지 93%의 높은 객석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뮤지컬, 36만 명이라는 누적관객수를 보유하고 있는 뮤지컬, 충무로에서 ‘김종욱 찾기’는 많은 영화 제작사들이 탐내는 아이템이었다. ‘김종욱 찾기’의 영화화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이 영화의 메가폰을 원작의 각본가이자 연출가인 장유정이 맡으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열애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던 공유와 임수정이 버젓이 한 작품에 출연하리라고 기대한 사람은 더욱더 없었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뮤지컬의 상업영화화. 뮤지컬계의 스타감독 장유정의 영화데뷔. 공유와 임수정의 만남 등 <김종욱 찾기>에 쏠리는 관심은 영화 외적으로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슈성에 비해, 영화의 만듦새는 다소 무난하다. 장유정은 큰 모험을 시도하지 않는다. ‘원작의 어느 부분을 빼고, 어떤 걸 새로 추가하는 게 최선일까’를 두고 고민했을 감독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영화에 접근한다. 원작에서 기자였던 여주인공 직업을 뮤지컬 무대 감독으로 바꾸면서 영화 메인무대를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뮤지컬 백 스테이지로 바꾼 게 그 예다. 여기에 ‘Last Show’라는 실제 뮤지컬 한 편을 제작, 액자식 형태로 극에 삽입하며 본인이 가진 최고의 장기를 펼쳐 보이기도 한다. 덕분에 장유정 특유의 재치가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도 기죽지 않고, 적절한 자기 위치를 찾는데 성공한다. 문턱 높았던 뮤지컬의 영화 진출에 길을 터준 것도 <김종욱 찾기>의 성과다.
아쉬운 것도 있다. 뮤지컬 연출자로서의 장기에 주력하는 사이, 신인 영화감독에게 기대되는 혁신성은 떨어진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고스란히 따르는 영화는 진부한 감이 없지 않다. 쉽게 발생한 에피소드가, 그만큼 쉽게 봉합되는 것도 싱겁다. 공연을 펑크낸 배우 대타로 나선 임수정이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선보이며 위기를 모면하는 건, 너무 뻔한 영웅담이다. 주인공의 성장통이 또 하나의 중요 축임에도 그러한 그 고민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건, 이러한 얕은 깊이감에서 기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식상하게까진 느껴지지 않는다면, 배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출과 달리, 배우들의 움직임은 다분히 모험적이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보호본능을 일으켰던 임수정의 강단은 의외로 강하다. 2:8 헤어로 어리바리한 연기를 펼치는 공유의 코믹 연기도 예상보다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관객을 웃기는 성공률이 제법 높다. 뮤지컬의 매력 중 하나였던 1인 22역 멀티맨이 사라진 건 아쉽지만, 그 아쉬움은 어마어마한(?) 카메오들로 적당히 중화됐다. 영화는 역대 ‘김종욱 찾기’ 출신 배우들을 대거 우정 출연시키며, 원작 팬들에 대한 팬서비스를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첫사랑만이 진정한 사랑은 아니’라는 평범하지만 그래서 공감 가는 메시지가 첫사랑에 실패했거나, 첫사랑을 못 잊는 애인 때문에 속 썩는 이 땅위의 연인 혹은 솔로들에게 적지 않은 위로를 주지 않을까 싶다. 다가오는 연말, 영화 선택에 고민할 연인들에게 추천하기에 부담 없는 영화다.
2010년 12월 6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