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잼>은 결코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는 아니다. 최근 유행중인 ‘리얼 타임 공포’와 ‘밀실 공포’를 적당히 믹스한 게, 바로 <이그잼>이다. 그러니까 <88분> <하이 눈> <심야의 FM>이 갖춘 ‘영화 러닝 타임과 동일한 리얼타임’ 포맷과 <큐브> <디센트>의 ‘제한된 공간’ 포맷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모양새가 대강 나온다. 형식상 새로울 건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를 담는 그릇(형식)이 아니라, 내용물(내용)에 있다. 다행히 영화가 내세운 ‘취업’이라는 내용물은 흥미롭다. 국내 청년 백수(백조) 100만 시대. 비단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인 청년실업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의 적절한 이슈를 안았다는 점에서 즐길 거리도 공감할 거리도 느낄 거리도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 이 아이디어로 더한 재미와 더한 공감을 주지는 못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속이고, 음해하는 행동들이 충분히 예상 가능하거니와, 전개가 느슨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기발함도 금세 밑천을 드러낸다. 성별과 인종이 다른 인물들을 모아 둔(뭔가 있어 보였던) 설정 역시, 영양가 없이 소비되기는 마찬가지다.(다른 인종과 성별은 기껏해야 상대를 ‘블랙/화이트’, ‘블론드/브라운’ 등으로 닉네임 짓는데 사용될 뿐이다. 이토록 1차원적인 접근이라니.) 무엇보다, 영화는 스릴에 기대 긴장을 추구하다가, 휴머니즘과 인류애를 설파하며 마무리 된다. 맥락상 뜬금없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차라리 오늘도 면접에서 탈락하는 이태백들의 하루를 다큐로 보는 게 나을 뻔 했다. 분명 그게 더 무서운 광경이리라.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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