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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문제를 흥미롭게 풀지 못한 게 문제 (오락성 4 작품성 4)
이그잼 |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거액의 연봉을 보장하는 세계 최고의 제약회사. 그 곳에 입사한단 건 인생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세계 유수의 지원자들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 여기, 수천 명의 경쟁을 뚫고 최종 관문에 선 8명의 응시자가 있다. 성별과 인종, 외모가 다른 이들은 시험 감독관(콜린 살몬)으로부터 ‘감독관과 경비에게 질문하지 말 것’, ‘시험지를 손상시키지 말 것’, ‘어떤 이유로든 방을 나가지 말 것’ 이라는 규칙을 듣고, 시험지를 배부 받는다. 시험 시간은 단 80분. 질문은 하나, 답도 하나다. 자신의 미래를 결정지을 시험지를 받아드는 지원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받아 든 시험지는 백지일 뿐, 문제가 적혀있지 않다. 잠시 당황하던 응시자들은 문제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이그잼>은 결코 새로운 형식의 스릴러는 아니다. 최근 유행중인 ‘리얼 타임 공포’와 ‘밀실 공포’를 적당히 믹스한 게, 바로 <이그잼>이다. 그러니까 <88분> <하이 눈> <심야의 FM>이 갖춘 ‘영화 러닝 타임과 동일한 리얼타임’ 포맷과 <큐브> <디센트>의 ‘제한된 공간’ 포맷을 생각하면 이 영화의 모양새가 대강 나온다. 형식상 새로울 건 없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영화를 담는 그릇(형식)이 아니라, 내용물(내용)에 있다. 다행히 영화가 내세운 ‘취업’이라는 내용물은 흥미롭다. 국내 청년 백수(백조) 100만 시대. 비단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인 청년실업을 전면에 내걸었다는 점에서 영화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의 적절한 이슈를 안았다는 점에서 즐길 거리도 공감할 거리도 느낄 거리도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아이디어만 있을 뿐, 이 아이디어로 더한 재미와 더한 공감을 주지는 못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를 속이고, 음해하는 행동들이 충분히 예상 가능하거니와, 전개가 느슨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기발함도 금세 밑천을 드러낸다. 성별과 인종이 다른 인물들을 모아 둔(뭔가 있어 보였던) 설정 역시, 영양가 없이 소비되기는 마찬가지다.(다른 인종과 성별은 기껏해야 상대를 ‘블랙/화이트’, ‘블론드/브라운’ 등으로 닉네임 짓는데 사용될 뿐이다. 이토록 1차원적인 접근이라니.) 무엇보다, 영화는 스릴에 기대 긴장을 추구하다가, 휴머니즘과 인류애를 설파하며 마무리 된다. 맥락상 뜬금없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차라리 오늘도 면접에서 탈락하는 이태백들의 하루를 다큐로 보는 게 나을 뻔 했다. 분명 그게 더 무서운 광경이리라.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취업이라는 소재가 주는 호기심
-리얼 타임 공포 + 밀실 공포, 신선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뭔가 있어 보임
-아이디어만 신선하고, 전개는 지지부진하고
-영화 마지막엔 ‘엥?’ 갑작스럽게 발휘되는 인류애. 영화 주제가 ‘위 아 더 월드’ 였어?
-청년 백수 필수 영화 절대 아님. 그 시간에 영화 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게 차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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