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는 독립영화에서 흔히 다뤄지는(아마도 그것이 감독 스스로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테지만), 영화감독에 관한 이야기다. 아니 정확하게는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준비하는 이야기다. 이러한 소재라면 사실 흔하고 빤하게 전개될 법도 한데, <레인보우>는 그런 흔함을 쿨한 정서로 눌렀다. 감독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사실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조화시켰다. 단순히 첨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들(특히 아들)을 통해 다른 입장에서 스스로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가장 원론적인 꿈에 대한, 열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와 같은 설교하는 어조가 아니다. 인정해야 할 어려운 현실은 인정한다. 다만, 다시 일어날 에너지는 남겨두기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 그리고 OST! 너무 탐난다. 가사 예술이다.
● 한마디
데뷔하는 독립영화 감독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소재가 영화감독이나 영화현장이다. 막 데뷔를 앞두고 있는 자기의 이야기만큼 잘 풀어낼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열정’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마냥 호기롭게만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같은 소재를 선택한 <레인보우>는 좀 더 쿨하고, 냉정하고, 소탈하고, 담백하다. 배우들의 적절한 연기가 더해진 영화는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면서 왠지 모를 미소가 지어진다. 비록 주인공은 실패했지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바이러스처럼 모든 관객들에게 퍼졌다.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2010년 11월 3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