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카페에 있는 효서(김효서)에게 폴란드인 그루지엑의 전화가 걸려온다. 그곳에 자신이 찾는 안나가 있냐고 묻는다. 그리곤 더 이상 안나를 찾지 않겠다고, 혹시 보면 전해달라고 말한다. 세연(염보라)의 새로운 사랑은 게이인 영수(오창석)다. 일반적인 섹스와는 다른 느낌이지만 세연은 설렌다. 비 내리는 어느 밤, 은희(정유미)는 헤어진 남자친구 현오(윤계상)에게 화를 내고 있다. 현오 때문에 자신이 연애불구가 됐다는 것.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사랑을 할 수 없다며 소리를 지른다. 게이 커플은 문제가 생겼다. 세연의 사랑을 받은 영수의 고백으로 운철(장서원)은 혼란스럽다. 화를 내기도 하고 울어도 보지만 지금 이 순간이 바뀌지는 않는다. 함께 음악을 하는 주영(윤희석)과 혜영(요조)은 남산길을 걸으며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주영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던 혜영은 자신의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며 씁쓸해 한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사랑에 대한 여러 상황을 보여준다. 낯선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인연, 막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 사랑이 진행되면서 느껴지는 복잡한 심경 변화, 사랑이 끝난 후에 벅차오르는 안타까움, 지난 사랑을 생각하며 되새기는 쓸쓸함 등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성들이 다양한 형태로 그려진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담당한 배우들 역시 상황에 맞는 감성들을 적절하게 잘 표현해 영화에 힘을 싣는다. 때로는 연결되는, 때로는 독립적인 이야기지만, 사랑과 연애라는 확실한 방향성은 순간의 감정들을 포착하는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영화에 특히 공감이 되는 부분은 사랑을 마냥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이의 사랑과 같은 다소 특별한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그려지는 사랑 이야기는 너무 현실적이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사 역시 가감이 없다. 일부러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의 단어와 감정으로 뱉어낸다. 비록 서정적이고 탐미적인 영상에 가려져있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는 굉장히 현실적인 우리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바로 그 연애 이야기다. 단적인 예가 바로 세연과 영수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정액이다. 평소 김종관 감독의 단편을 봐왔던 이들에게는 분명 이런 가감 없는 표현이 낯설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이 현실이기에 거부감은 없다.
윤계상과 정유미, 윤희석과 요조의 에피소드는 연애가 끝나버린 후의 복잡한 심경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독하게 해서라도 지난 시간을 되돌리려는 심정도 이해가 되고,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쓸쓸함과 사람으로 인해 받는 감정적인 부대낌에 지쳐있음도 공감이 된다. 그래봐야 시간은 흐르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겠지만, 연애란 항상 그 모든 일들이 반복되는 과정 자체가 아니겠나. 시작의 설렘도, 진행의 복잡함도, 끝난 후의 아련함도 모두 연애의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하게 푸는 방법에서 응집력을 갖지는 못한다.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이 나열되는 구성의 영화는, 각각의 이야기가 주는 정서와 영상, 음악의 시너지는 안정적이지만 다소 지루하게 표현됐다는 평가를 면하기는 어렵다. 상업영화의 고착화된 표현방식에서 벗어난 신선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대중들의 시선에서는 그리 낯익은 모습이 아님은 분명하다.
2010년 10월 26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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