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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올리버 스톤, 늙어버린 마이클 더글라스 (오락성 5 작품성 5)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 | 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1987년 미국 자본주의를 ‘탐욕’이라는 단어로 정리한 고든 게코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 이야기 역시 미국의 자본주의의 상징인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동안 미국 자본주의에도 여러 변화가 생겼고, 올리버 스톤 감독은 그간의 변화와 지금 미국의 자본주의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 그 뒤에 감춰진 음모와 배신, 암투와 속임수 등을 그려낸다. 하지만 23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속편이 만들어져야 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올리버 스톤의 예리함은 23년 전 그것과는 많이 달랐다.

2001년, 증권 사기죄로 8년을 복역한 고든 게코(마이클 더글라스)가 출소한다. 월 스트리트의 거물이었던 그에게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사이 월 스트리트와 미국의 자본주의도 많이 변했다. 2008년, 제이콥 무어(샤이아 라보프)는 그의 스승인 루이스 제이블(프랭크 란젤라) 밑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신예 투자가로 승승장구 중이다. 그리고 연인 위니 게코(캐리 멀리건)와의 사랑도 잘 키워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이블의 회사는 파산을 하고 무어 역시 빚더미에 앉게 된다. 무어는 평소 딸 위니와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하던 고든을 찾아가 돕겠다고 하고 대신 제이블을 파산시킨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요구한다. 하지만 감춰진 음모와 배신은 무어의 생각 이상으로 거대하다.

<월 스트리트: 머니 네버 슬립스>(이하 ‘<월 스트리트 2>’)는 1987년 만들어진 <월 스트리트>의 속편이다. 하지만 23년이라는 세월이 지난만큼 다뤄지는 내용도 달라졌다. 2007년에 시작된 미국의 금융 위기를 소재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 감춰진 진실들에 접근한다. 하지만 영화는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고든 게코라는 월 스트리트의 상징적인 인물과 시대적인 배경을 활용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사람들 사이에 얽힌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는 고든과 그의 딸 위니의 이야기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안타까운 점은 이야기들의 균형 문제다. 가장 중요한 사건인 미국 금융 위기(영화 속에서는 탄탄한 투자회사의 몰락과 대표인 제이블의 자살로 그려지는)에 관한 것이지만, 고든 게코의 등장 이후로는 그의 가족사, 그가 딸 위니와 예비 사위 무어를 통해 얻으려고 했던 것들, 추악한 거래와 함정 등에 관한 이야기로 옮겨온다. 이야기가 월 스트리트와 금융 위기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지만, 드라마로 그려지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구조적으로 너무 헐거운 것이 문제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딸 위니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너무 쉽게 변덕을 부리고, 감정적인 대립과 갈등 역시 별다른 어려움 없이 너무나 쉽게 풀려버려 허무하기까지 하다.

올리버 스톤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었을 거다. 마이클 더글라스를 다시 부르고 할리우드의 신예 샤이아 라보프까지 끌어들였다. 23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미국이 금융 위기를 맞았다는 것도 좋은 동기가 됐다. 하지만 과거 <플래툰> <7월 4일생>을 만들던 올리버 스톤이 아니었다. 최근에도 <월드 트레이드 센터> <W> 등 꾸준히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리고는 있지만 과거의 예리함과 날카로움은 찾기 어려워졌다. 많이 늙어버린 마이클 더글라스 역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연기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미지만으로 전달하던 캐릭터 고유의 맛은 사라졌다.

<월 스트리트 2>는 전편의 영향력을 이어가지도, 올리버 스톤과 마이클 더글라스의 이름값을 하지도 못한 어정쩡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사회적인 문제를 파고들지 못한 것도 아쉬운데 드라마적인 구조마저 헐거워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영화 길이가 133분. 낮은 밀도의 이야기 탓에 영화 길이가 상대적으로 더 길게 느껴진다.

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미국의 금융 사태를 간략하게나마 정리해준다.
-이제 막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입문한 이들에게 근본적인 교훈을 주기도 한다.
-정치, 경제, 사회를 바라보는 올리버 스톤의 눈은 무뎌졌다.
-늙은 마이클 더글라스, 존재감과 영향력 모두 기대 이하.
-귀 얇은 캐릭터로는 캐리 멀리건이 연기한 위니 게코가 최고. 도무지 고민이 없구나.
-우정 출연 분량의 수잔 서랜든, 왜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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