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약혼자 빅터(가엘 가르시엘 베르날)와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전 세계 여성들이 비밀스런 사랑을 고백하는 ‘줄리엣의 발코니’를 방문한 소피는 그곳에서 50년 전 쓰여진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편지는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라는 여인이 로렌조 바르톨리니(프랭크 네로)에게 쓴 러브레터로 소피는 편지 속의 안타까운 사연을 읽고 답장을 보낸다. 그런데 며칠 후, 소피의 답장을 받은 클레어가 50년 전 사랑을 찾겠다며 손자 찰리(크리스토퍼 이건)와 함께 나타난다. 마침 자기 일에 바쁜 빅터로 인해 혼자가 된 소피는 두 사람의 여행에 동행하기로 한다.
<레터스 투 줄리엣>을 보는 당신은 자신이 마치 점술가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지도 모른다. 사랑에 소홀한 약혼자, 그 때 나타난 새로운 남자, 새로운 남자 사이에서 싹트는 애틋한 감정, 약혼자에게 가지는 죄책감 등 영화는 어느 것 하나 예측에서 탈선하지 않고 달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관객을 끝까지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로맨스 공식을 그대로 따르되, 공식을 이루는 요소들인 에피소드와 캐릭터 등을 효과적으로 가공하고 안배한 덕분이다.
예를 들어 소피와 클레어 찰리 세 사람이 로렌조를 찾아다니는 과정은 두 청춘 남녀가 가까워지기 위한 설정으로만 기능하지 않는다. 영화는 아내에게 바가지 긁히는 로렌조,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로렌조, “내가 당신의 로렌조는 아니지만, 찾지 못하면 나에게 오라”고 (클레어에게)작업 거는 동명의 로렌조들을 대거 등장시켜 코믹 장르는 물론, 변종 탐정 장르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 자체가 독립적인 장면으로 영화 전체에 효과적으로 복무하는 것이다. 이 영화가 그리는 사랑엔 악인이 없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영화는 새로운 사랑을 위해 이전 사랑을 악인으로 그리지도, 불행으로 몰아가지도 않는다. 주인공을 돋보이게 할 요량으로, 주변인을 ‘최악’으로 그리는 설정을 배제한 덕분에 영화는 보다 담백하게 마무리 된다.
(이 부분에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구세대 사랑과 신세대 사랑의 유기적인 조합은 <레터스 투 줄리엣>을 심심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건져 낸 가장 큰 공이다. ‘소피와 찰리’ 사이에서 감지되는 ‘클레어와 로렌조’의 과거 흔적은 이들 각각의 사연을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구실을 한다. 특히 50년 만에 결실을 맺는 클레어와 로렌조의 사랑은 로맨틱 코미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낭만을 선사한다. 말을 타고 ‘짠’ 하며 등장하는 로렌조의 모습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로렌조 역의 프랭크 네로가 과거 서부극 주연을 도맡았던 유명 배우였다는 사실을 아는 장년층 관객들에게는 멋진 선물이 될 게 뻔하다. 로렌조가 클레어에게 날리는 손발 오글거리는 닭살 멘트 역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클레어)와 프랭크 네로가 실제 부부라는 사실과 만나 작품 외적인 재미를 안긴다.
2010년 10월 1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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