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고양이의 전쟁이 멈춘 어느날 전직 고양이 정보국 요원이었던 키티 갤로어(베트 미들러)가 미국항공우주국 NASA를 무단 칩입해 인공위성에 대한 비밀 정보를 입수한다. 작전 중 경비견 때문에 온몸의 털을 잃어버린 키티는 복수를 계획, 인공위성을 통해 ‘야성의 소리’를 작동시켜 개는 물론이고 고양이와 인간 세계를 정복하려는 계획을 꾸민다. 이를 알게 된 개 정보국은 사고뭉치 경찰견 딕스(제임스 마스덴)를 영입, 고양이 정보국에서 나온 캐서린(크리스티나 애플케이트)과 함께 키티의 계획을 저지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캣츠 앤 독스 2>의 주인공은 동물이지만 그 외형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기초로 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미션 임파서블>의 한장면을 패러디한다. 몰래 미국항공우주국 NASA를 칩입한 강아지. 사진기로 인공위성 설계도를 찍은 후 강아지 복면을 벗는 키티의 모습에선 바로 이단 헌트가 연상된다. 뿐만 아니다. 영화의 도입부는 <007> 시리즈가 떠오르고, 서로 성격이 다른 개와 고양이가 만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리쎌 웨폰> 같은 버디무비 형식을 취한다. 또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위치한 정보국과 새로운 무기들은 <맨 인 블랙>과 흡사하고, 키티를 잡기 위해 알카트라즈 감독에 잡혀 있는 죄수를 심문하는 과정은 <양들의 침묵>을 그대로 옮겨왔다.
<캣츠 앤 독스 2>는 동물이 주인공인 할리우드 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이들은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뛰고, 짓는 것은 물론 상황에 맞는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당연히 액션 영화이기 때문에 실제 동물들이 할 수 없는 동작은 CG의 도움을 받았다. 영화는 주인공 동물과 똑같이 생긴 기계인형을 만들어 디지털 작업을 통해 움직임을 표현 하는 애니메트로닉 효과도 사용해 자연스럽게 구현했다.
그렇다고 영화가 동물들의 재롱잔치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캣츠 앤 독스 2>는 최근 <아바타>로 시작된 3D 입체영화 열풍에 합세했다. 영화가 3D 입체감을 주기 위한 방식으로 택한 것은 3D 컨버팅. 이는 <아바타>처럼 처음부터 3D 입체영화로 기획된 것이 아니라 2D로 찍은 영상을 3D로 변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작업을 한국의 3D 컨버팅 회사인 스테레오픽쳐스 코리아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3D 컨버팅을 통해 입체감을 구현한 영화는 처음부터 3D 입체영화를 기획한 작품보다 입체감이 떨어진다. <타이탄>도 3D 컨버팅 작업을 통해 3D 입체감을 표현했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은 예는 이를 증명한다. 게다가 시사회가 열린 서울극장의 네스트리 3D는 채도와 명도가 낮아 입체감 구현에서 더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캣츠 앤 독스 2>도 <타이탄>처럼 3D 입체영화의 한계에 부딪힌다. 일단 3D를 염두하고 촬영을 시작한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입체감을 드러낼 수 있는 영상이 부족하다. 물론 장르가 액션이고, 동물들의 움직임이 많은 영화이기는 하지만 입체감을 두드러지게 표현하는 장면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폭발 장면이 다다. 영화를 보다보면 왜 3D 입체안경을 쓰고 있는 이유를 잊게 된다. 그만큼 3D 입체효과는 매력적이지 않다. 차라리 2D로 감상하는 게 더 좋을 듯 싶다.
2010년 9월 15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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