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순스케(토요카와 에츠시)와 내조의 달인 사쿠라(야쿠시마루 히로코)는 결혼 10년차 부부다. 자유분방하게 사는 순스케는 부인의 내조에 짜증만 부리지만 사쿠라는 항상 소녀 같은 마음으로 남편의 건강 챙기기에만 바쁘다. 그러다가 변화가 생겼다. 1년 전 오키나와로 여행을 갔다 온 이후 사쿠라는 너무 남편에게만 얽매여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매사에 퉁명스러운 순스케는 마음대로 하라며 자신도 혼자서 잘 지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사쿠라가 없자 순스케는 너무도 큰 빈자리를 느낀다. 그러면서 자신이 사쿠라를 너무 사랑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는 한 마디로 ‘있을 때 잘 해’라는 명확한 명제를 남기는 작품이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항상 그 자리에 있을 때는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는 법이다. 없어져봐야 혹은 그 자리가 비어봐야 아차! 하면 때늦은 후회를 한다. 순스케도 그렇다. 자신을 따라다니며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건강을 얘기하는 아내가 귀찮았다. 그래서 가끔 아내를 속이고 바람도 피우고, 먹고 싶은 대로 막 먹고, 방도 어지럽히는 등 일부러 더 고약하게 굴었다. 아내 사쿠라는 그래도 항상 남편뿐이다. 가끔은 자신의 마음을 아프게도 하지만 순스케를 사랑한다.
하지만 사쿠라가 떠나버린 어느 날 순스케는 큰 공허를 느낀다. 항상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 무엇인가를 놓고 나갔다고 하는 사쿠라를 구박했지만, 막상 사쿠라가 나가고 나니 뭔가를 가지러 다시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또한 사쿠가 없는 틈에 바람을 피우려다가도 아내가 갑자기 올 거라며 빈자리를 의식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순스케는 자신이 얼마나 아내에게 못되게 굴었는지를 조금씩 느끼게 된다.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간 했던 행동을 후회하고, 자신이 얼마나 사쿠라를 사랑했는지도 알게 된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만든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은 평범함 멜로 영화를 보다 극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혹자는 이러한 코드를 유치하다고도 하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이보다 효과적인 것도 없다. 그의 멜로는 항상 때 늦은 후회를 하고, 어떠한 계기를 통해 사랑을 다시 복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보낸 시간을 다시 되돌아보며 사랑을 기억하는 스타일은 애틋한 감정을 만들어내기에 적절하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도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추억과 후회와 하지 못한 이야기와 진짜 마음을 조심스럽게 풀어낸다.
<그 남자가 아내에게>에는 단순히 사랑이 떠나간 이후의 그리움과 후회만을 그리지는 않는다.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들도 담겨 있다. 사랑에 대해 ‘다시 하면 잘 할 텐데’와 같은 후회가 남는다면 그것은 평생 그리워해야만 하는 사랑일 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대부분 어떤 일이 지나고 나서야 그것의 진정성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오차 범위를 줄여나가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 특히 사랑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2010년 8월 25일 수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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