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불, 흙, 바람의 4가지 부족이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는 세상. 하지만 불의 제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이 전쟁은 100년 동안 지속되며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다. 어느 날 물의 부족의 워터벤더인 카타라(니콜라 펠츠)는 오빠 소카(잭스 라스본)와 함께 우연히 얼음 속에 잠들어있던 아앙(노아 링어)을 깨운다. 아앙은 4가지 원소를 모두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로 오랜 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절대자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능력을 다 알지 못하는 아앙은 불의 제국의 왕자 주코(데브 파텔)와 대결을 펼치며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
<라스트 에어벤더>는 TV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모은 <아바타-아앙의 전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원작은 4가지 원소를 모두 다룰 줄 아는 선택받은 인물 아앙이 진정한 절대자가 되어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방대한 원작을 옮기기 위해 3부작으로 기획됐고, 샤말란 감독 스스로도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장르이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감독 개인적으로는 원작 만화의 광팬인 자신의 딸들에게 영화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각본, 제작, 감독이라는 1인 3역까지 너끈하게 소화했다.
영화는 물의 부족, 불의 제국, 흙의 왕국, 바람의 유목민이라는 4가지 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그런 이유로 각각의 능력이나 비주얼이 각 나라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액션의 스타일은 물론이고 CG나 특수효과, 다루는 소품이나 세계관들이 각각의 원소들에 기반 한다. 특히 CG를 담당한 ILM의 완성도 높은 비주얼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핵심이다. 불을 만들어 마음대로 휘두르는 장면이나 물로 벽을 만들어 불을 막고, 해일을 만들어 배를 뒤집고, 물을 순식간에 얼려버리는 등의 장면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지니고 있는 세계관이 ‘아동용’인 탓에 이야기의 매력은 떨어진다. 판타지 영화들이 이야기적인 완성도보다 비주얼이나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라스트 에어벤더>는 3부작으로 만들기에 우려가 될 정도로 흥미요소가 적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 전개에 간혹 등장하는 현란한 비주얼이 지루함을 달래주는 수준이다. 샤말란 감독의 액션 연출에도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아역 배우들을 데리고 고난도 액션을 촬영했다는 것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지만, 관객의 몰입도를 높일 정도의 힘은 없다.
또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이 영화는 3D 입체영화임에도 불구하고 2D로 언론시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물론 2D로 만든 후에 3D로 변환한 작품이긴 하지만, 현지에서 내려진 3D의 결과물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한 몫을 한 것 같다. 이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타이탄> 등 2D로 만든 후에 3D로 전환한 영화들이 완성도에서 좋지 않은 반응을 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3D로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은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떨어뜨린다.
<라스트 에어벤더>가 계획대로 진행돼 2부, 3부가 나오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영화에서는 분명히 2부를 예고하며 끝난다.) 현재로서는 ‘아동용 판타지 액션 영화’의 그 이상도, 이하도 기대하기 어렵다. CG로 도배된 볼거리는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겠지만, 영화적인 재미에는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2010년 8월 17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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