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은 정말 할 말이 많은 영화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인셉션>의 해석과 이해 과정을 기술하는 글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해외 언론의 다양한 해석도 열심히 퍼다 나르고 있다. 영화 한 편에 몰린 뜨거운 관심은 <아바타> 이후 최고이며, 특히나 규정할 수 없는 여러 요인들 때문에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영화란 원래 한 가지로 정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독의 생각을 꿰뚫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화를 통해 얼마나 납득할 수 있게 표현됐는지, 얼마나 관객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셉션>은 꿈과 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설정하고 무너뜨리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으니 어떠한 말 한 마디로 콕 집어 규정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알아보고자 단체관람을 감행했다. 무비스트 8인의 다양한 이해와 감상은 비슷하기도, 상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영화는 더욱 풍성해졌다.
영화를 두 번 보니 대사들도 귀에 속속 들어왔다. 특히 코브가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에게 하는 “1분 안에 풀 수 있는 미로를 2분 안에 그려보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이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을 지도 모른다. 코브가 어떠한 사건을 겪고(그것이 꿈이든 현실이든) 집으로 가는 길은 1분이 걸리지만, 그 과정은 2분에 걸친 미로로 표현된다. 의외로 간단한 이야기를 두 배로 복잡하게 설계한 것이 이 영화의 의도다. 그렇다고 억지로 복잡하게 만든 건 아니다. ‘복잡함’보다는 ‘미로’라는 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그래서 <인셉션>은 미로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것은 과거 장 뤽 고다르가 말했던 영화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꿈이지만 관객은 꿈꾸어서는 안 된다. 2시간 뒤에는 현실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이 말을 크리스토퍼 놀란이 영화로 증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인셉션>을 보는 행위는 하나의 꿈을 꾸는 것과 같다. 관객이 극장으로 들어와 암전이 되면서 잠에 빠져들고 스크린을 통해서 꿈을 꾼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에디트 피아프의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가 흐르면 관객은 ‘킥’(꿈에서 현실로 돌아오기 위한 행위)을 당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영화라는 매커니즘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코브가 아리아드네와 카페에 앉아 이런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이 카페에 어떻게 왔는지 알고 있나? 그걸 모른다면 이건 꿈이야.” 그렇다. 원래 꿈이란 기승전결을 갖추기보다 어떤 한 장면이나 상황만 존재하거나 혹은 그것만 기억되는 것이 보통이다. 영화의 편집과 프레임의 개념은 꿈이 보여주는 그것과 같다. 우리가 꾸는 꿈은 결국 영화에서는 편집이나 컷, 프레임과 동일한 것이다. 영화 역시 코브와 아리아드네가 어떻게 카페에 왔는지 보여주지 않는다.(고로 관객도 모른다.) 결국 돔 코브가 말하는 그 대사는 지금 이 영화 자체가 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감독은 관객에게 극장에 들어온 2시간 20분을 꿈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것 자체가 ‘인셉션’이기도 하다. 관객은 영화를 보는 동안(꿈을 꾸는 동안) 머릿속으로 들어온 어떤 생각 때문에 영화를 본 이후(‘킥’을 당해 현실로 돌아온 이후) 영화에 대한 여러 담론과 해석을 풀어놓는다. 무엇이라고 정확하게 결정을 내릴 순 없지만, 의식하지 못한 채 각자의 머리에 새로운 생각이 들어와 영향을 준 것이다. 기를 쓰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도 영화가 시도한 ‘인셉션’의 결과인 셈이다. 영화를 보는(꿈을 꾸는) 과정과 극장을 나서는(꿈에서 깨어난) 행동을 통해 많은 생각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어쩌면 관객은 <인셉션>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많은 영화들을 통해 끊임없이 꿈과 현실을 오가며 새로운 생각이 들어오는 것은 수용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 <인셉션> 역시 그 과정 중 한 단계일 뿐이다.
<인셉션>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정확도를 떠나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얘기다. 물론 그 해석은 다양한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은 각자에게 새로운 정보와 의미로 다가온다. 무의식의 깊은 곳에 어떠한 생각의 근원이 박힌 것이다. 영화란 그런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결국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인셉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인셉션>은 직접 봐야 한다. <인셉션>이 시대를 대표할 걸작은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 꼭 보고 넘어가야 할 영화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뒤에 밀려오는 엄청난 사고의 양을 각자 떠 앉길 바란다.
<인셉션>은 보란 듯이 시종일관 위에서 혹은 앞에서 나를 압도하였다. 시각적인 충격과 자극적인 지적호기심을 동시간에 모두 이루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꿈에 대한 완벽한 해석은 내 무의식을 말끔히 정리해 주는 듯 하였다. 시각적 충격은 <아바타>의 그것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아바타>의 시각적 충격은 지금까지 상상했던 생각 또는 그 이상의 상상력을 완벽하고 아름답게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보이는 모든 것이 새로운 것이었다면, <인셉션>의 시각적 충격은 생각에는 있지만 구체화시키지 못했던 무의식을 그 누구도 구체화하지 못했고, 또한 구체화하려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완벽하게 시각화하여 이를 접한 사람들로 하여금 무릎을 탁하고 칠 수 밖에 없게 하는 그것이었다. 꿈에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 또는 경험했을 법하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기억조차 희미한 것들을 감독은 담담히 그려나가고 있음에 나의 눈은 기분 좋게 지배당했다. 생각을 완벽히 시각화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많은 이들의 눈은 그를 추종하게 될 것이다.
덕분에 머릿속으로 계속 “지금 장면이 개꿈인가?? 현실인가??”하는 생각만 하다가 초반부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가 초반을 넘어 중반부에 다가가려 할 때 즈음 되니 영화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퍼즐처럼 하나 둘씩 맞춰지면서 저절로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며 빠져들게 되었다. 영화에 한창 빠져있을 때 머릿속에 또 한 가지 생각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다.
디카프리오 주연의 <셔터 아일랜드>!! <셔터아일랜드>의 테디와 <인셉션>의 코브. 이 두 캐릭터에게 중요한 비슷한 점이 있었다. 두 캐릭터 모두 사랑하는 부인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정신적인 장애를 가지고 환각(?)을 본다는 것!! 심지어 다른 시점에서 봤을 때 진실인지 거짓인지, 현실인지 꿈인지, 끝나는 결말까지 비슷했다. <인셉션>을 보는 내내 <셔터 아일랜드>가 겹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2시간 30분이라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끝났네??!!” 할 정도로 몰입도는 있었다. 단,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여러모로 모든 게 평균 이상으로 완벽한 영화였지만, 너무나 기대했던 영화여서 그런지 머릿속에는 영화의 내용만 맴돌 뿐이다! 스케일은 있었으나 <다크 나이트> 만큼의 임펙트 있는 장면도 없었고, 어느 정도 관객의 생각을 조종하며 치밀한 모습도 보였지만, <메멘토>에 비하면 치밀함과 두뇌게임은 살짝 부족하게 느껴지는 SF 액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였던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제대로 봤다면 누구나 하는 생각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아~~ 이 영화 다음번에 한 번 더 봐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이야기의 달인 놀란씨에게 너무 세뇌당한 나머지 영화를 보고 난 후 재미는 있었으되 ‘이게 뭐지?’ 하는 의문들이 계속 쌓여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인셉션> 후기들을 읽어본 후, 너무도 겹겹이 쌓인 의문 탓에 숨 쉬기 어려울 정도의 답답함을 느껴야만 했다. 흔히 SF영화는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고들 하는데 <인셉션>의 경우, 파면 팔수록 답답함을 느끼게 돼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는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내가 영화를 본 직후 자체적으로 내렸던 결론이 의심되기 시작하면서 답답한 건 절대 못 견디는 못된 성격이 발동된 것이다.
현재로선 결혼반지 설(코브가 결혼반지를 끼고 있는 장면은 현실, 끼고 있지 않은 장면은 꿈이었는데 마지막 장면에는 결혼반지를 끼고 있었다는 주장)이 가장 믿음직스럽지만 나중에 DVD 출시 후 화면판독(?)을 해봐야 이 설 역시 완전히 믿을 수 있을 듯하다. 여하튼 이 정도로 어느 쪽의 주장도 기울어짐 없이 팽팽히 유지시킬 수 있는, 어느 각도에서 봐도 말이 되는 놀라운 스토리를 구성해낸 놀란 감독의 화술에 놀랄 뿐이다. 갑자기 그의 완벽주의자스러운 외모가 떠오른다. 무서운 사람….
그리고 이 영화가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어느 등장인물도 그냥 놓치지 않고 끝까지 중요한 역할을 부여해가며 스토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여타의 영화들과는 달리 조연이랄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주연과 엑스트라만이 있을 뿐? 오버가 살짝 섞이긴 했지만 그 정도로 모든 인물이 입체적이다.
아무리 총탄이 날아와도 끝끝내 살아남는 초인적인 완벽한 영웅은 없다. 오히려 팀의 리더이자 주인공인 돔 코브가 어찌 보면 구성원 중 가장 불완전한 인물일 것이다. 그의 무의식에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아내와 아내에 대한 기억들 때문에 매번 민폐작렬이다. 하지만 그의 불완전함을 역시 완전하지 않은 나머지 팀원들이 보완해나가며 영화를 진행시킨다. 티격태격하다가 정들 것만 같았던 아서와 임스, 호기심이 넘치는 아리아드네, 거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무려 ‘인셉션’을 시도하는 사이토, 아무리 그들이 원해서라지만 사람들을 잠에 취하게 하는 약쟁이 유서프까지 솔직히 조금씩 맛이 간 인물들 아닌가! 하지만 함께하기에 의미 있는 존재가 된 그들이 펼쳐가는 이야기에 뿅 간 나 역시 맛 간 인물이 되고야 말았으니 뭐 더 이상의 험담은 자제!
남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어려운데 겹겹의 이야기를 그토록 치밀하게 설계해 내다니 놀란 감독은 정말 건축설계처럼 치밀함을 요구하는 직종에 몸담았어도 영화감독 못지않게 세계적 명성을 얻었을 법 싶다. 문학적 상상력과 공학적 논리력을 모두 갖춘 능력자! 영화라는 것을 알고 본 <인셉션> 관객들마저 현실과 꿈을 헷갈리게 하는 이야기의 달인…. 여하튼 나는 놀란이라는 ‘인셉터’에 완전히 매료돼 황홀경에 빠지고 말았다.
그 결과, 이제 나는 SF영화가 좋아졌다. 한물간 가수들이 전속 출연한다는 성인 나이트클럽만 구경하다 쌔끈한 언니, 오빠야들이 넘실거리는 핫한 클럽을 목격한 느낌이랄까? 나는 아직 핫한 그들에 속해 리듬을 탈 수 있는 레벨은 아니지만, 이제 이런 세계도 있다는 걸 목격했으니 틈만 나면 출근 도장 찍는 수밖에…. 단, 웰메이드 작품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 나의 SF영화에 대한 시니컬한 태도를 부활시키진 말았으면 좋겠다.
결론! 미간 주름만큼이나 깊어진 연기 선보이신 디카프리오 오빠도~ 매번 연출작마다 전 세계 팬들 놀래켜 주시는 이름값 하는 놀란 아저씨도~ 아서 역의 닮은꼴 조셉 고든-레빗 덕에 갑자기 떠오르는 먼저 간 내 사랑 히스 레저님까지! 모두 모두 포에버~
영화의 구성이 복잡하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처음부터 두 겹으로 쌓인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꿈속 장면을 보고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과연 이게 누구의 꿈인지,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해서 고리타분한 철학 수업을 듣는 것처럼 마냥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다. 눈을 크게 뜨고 인물들의 움직임만 따라간다면 그리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감독은 영화를 드림머신처럼 사용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관객과 공유하려 한다. 영화는 꿈속의 최종 종착점인 무의식의 세계까지 들어가지만 정신만 바짝 차리면 아무 문제없다.
<인셉션>은 이야기의 흡입력 말고도 영화에서 구현할 수 있는 신선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영상을 구현해낸다. 꿈속에서 코브와 아리아드네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장면과, 아서의 호텔 복도 액션 장면은 자연스럽게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또한 한스 짐머의 묵직한 현악선율과 삽입곡인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는 각각 영화의 시작과 끝(엔딩크레딧)을 장식하며 여운을 남긴다.
현재 영화를 본 관객들의 관심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현실인지 아니면 코브의 무의식 안에서 설계된 꿈인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144분 동안 영화에 푹 빠졌다면, 그보단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의문점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비록 이 영화는 허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영화는 우리의 삶을 반영해 만든 또 하나의 현실이다. 만약 <인셉션>을 본다면 무엇보다도 현실과 꿈의 모호한 경계선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꿈을 꾸는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깊숙한 내면세계에서는 생각해낸 모든 것들이 무한하게 펼쳐지고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또한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수많은 상상들이 끊임없이 재탄생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혼란에 빠져 어느 것이 현실이고 어느 것이 상상인지 가늠조차 힘들게 되기도 한다. 놀란 감독은 이러한 사람들의 보편적인 꿈에 대해 타인의 꿈속에 침투해 생각을 훔치고, 또 새로운 무의식을 심어 넣을 수 있다는 상상을 덧붙여 <인셉션>을 탄생시켰다.
이 분야 최고 실력자 ‘코브’는 거대기업 후계자의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을 심어 기업의 합병을 막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드림팀을 조직해 작전에 나서지만 침입을 눈치 챈 표적의 무의식이 반격에 나서면서 이들과 치열한 전쟁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영화는 여러모로 놀란 감독의 전작인 <메멘토>와 비교하게 된다.
<메멘토>에서 10분 이상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인 ‘레너드’는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각종 문신과 메모를 통해 기억을 더듬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기억이 변조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한다. <인셉션>에서는 ‘코브’와 ‘맬’을 통해 꿈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상상 속의 창조(물)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의지대로만 믿게 지배(‘인셉션’)함으로써 자신이 처한 현실을 왜곡시키거나 망각하게 만든다.
또한 <메멘토>가 시간 순서의 재배치를 통해 관객들에게 각 상황의 맞물린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주변의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들면서 어느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게 만들었다면, <인셉션>도 설계자가 만들어낸 세계를 환상이 아닌 현실로 착각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기억을 되새기게 만들면서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메멘토>는 ‘레너드’라는 1인칭 시점으로 영화를 진행하면서 각 시퀀스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연결시킨다. 그리고 관객에게 각 장면의 연결고리를 맞추는 퍼즐 게임을 수행하는 듯한 느낌을 줬다. <인셉션> 역시 아내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코브’에게 중점을 둔다. 그리고 미션 수행 중 각 캐릭터들이 꿈꾸는 꿈의 세계가 과연 누가 꿈꾸는 세계이며, 누구의 무의식인지 관객들에게 숙제를 던지며 영화를 진행시켰다.
이처럼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메멘토>에서 사용했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인셉션>에서도 확인할 수 있어서 반가우면서도, 각 단계별 사건의 진행과 결말에 대해 다소 복잡하고 불친절한 설명(‘킥’, ‘토템’, ‘림보’ 등 생소한 용어의 등장과 유서프의 특별 약물로 인한 작전 수행 과정에서의 시간차 논란 등)으로 놀란 감독이 구상했던 영화내용이 후반에 들어 조금 지루하고 난해해지면서 다소 그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장치들이 편집을 통해 영화의 극적 효과를 살려내면서 <인셉션>을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새롭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한편으론 지나치게 단순 명료하고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한 그저 그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달리, 이야기를 중심에 놓고 적재적소에 배치되는 화끈한 액션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인셉션> 덕분에 그의 차기작이 될 <배트맨> 시리즈 역시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킥’을 위해) 사용되었던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난 아무 것도 후회하지 않아(Non, Je Ne Regrette Rien)’를 음미하며 다시 한 번 극장으로 GO~Go~~~!!
<인셉션>, 왜 이렇게 기발해? 각본까지 놀란 감독이 썼다는데, 놀랠 놀란(?) 자로군~ 이 사람 머리엔 뭐가 들었을까? 꿈이란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기발하게 영화를 만들었다니. CG나 내용이나 뭐 하나 빠지지를 않는다. 그러나 결말은 아직도 모르겠다. 최소한 세 번은 봐야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같은데, 마음껏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정말 찰나의 꿈과 같이 지나가는 영화였다.
<인셉션>을 보고 난 후, 처음 생각났던 것이 이토 준지의 그 공포 만화였다. 하룻밤 꿈 속 시간이 그것을 경험한 사람에겐 영원의 시간처럼 받아들여진다면, 현실만큼 생생했던 그 꿈이 이젠 주객이 전도되듯, 꿈이 현실 같고 현실이 꿈처럼 여겨진다면, 내가 믿었던 그것이 더 이상 ‘참’이 아니라고 인지될 때, 나에게 닥쳐오는 혼란은 그 어느 것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일일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돌아왔다. <다크 나이트>의 위세가 여전한 것 같은데, 또 이렇게 괴물 같은 영화를 들고 우리 곁에 나타났다. 그가 생각한 꿈과 기억,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는 단단하게 구축된 성채나 기초가 잘 다져진 땅에 견고하게 세워진 건축물과도 같은 느낌이다. 그는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던 관념적인 생각들을 기어코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인셉션>에서 놀란 감독은 심연,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한 인간의 기억과 꿈,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돌아올 수 없는 현실 사이의 미묘한 경계, 그 의식의 구조를 해체하고, 다시 봉합하고, 씨줄과 날줄을 엮듯이 정교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작들과 동일하게 그는 ‘비주얼(시각적 재현)’을 단순히 거대한 풍경을 전시하는 기능을 넘어서 영화적 현실을 더욱 현실답게 만들고 인물과 심리적으로 교감하는 차원으로 격상시킨다. <인셉션>은 압도적인 제작물량과 눈이 시릴 만큼 화려한 시각적인 쾌감을 제공하고 그것이 영화의 외피를 형성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꿈과 현실에 대한 인식, 실존하는 자아, 기억과 사실 같은 것들의 관념과 추상화된 의식의 기저를 건드려보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인셉션>은 분명히 오락영화다. 블록버스터라고도 지칭되며 거대 자본과 다양한 마케팅으로 점철된 매끈하게 잘 빠진 공산품에 준하는 영화다. 오히려 이 영화의 본 정체성이야 말로 상업영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 그 자체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관념과 추상으로 뒤덮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셉션>을 보고 감탄해마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상 속 빈 강정일 수도 있는 <인셉션>이 빈약한 의식과 논리로 그럴 듯하게 포장한 껍데기에 불과하다면 어떨 것인가? 누군가는 프로이트와 장자의 ‘호접몽’을 끌어들여 영화를 해석하고 거기에 살을 갖다 붙이는 수고를 더하기도 하겠지만…, <인셉션>은 근 미래를 상정해 SF적인 사회상과 복잡다단한 군상들의 위악적인 삶의 모습을 촘촘하게 보여주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풍경 자체가 하나의 맥거핀(시선 끌기)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단순하게 접근해 무책임하게 결론내리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놀란 감독은 주인공 코브가 인셉션한 것이냐, 인셉션된 것이냐에 관한 결말이 그가 생각한 연출의 주된 목적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에 집중하도록 관객의 주의를 끄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보지만…, 내가 봤을 때 <인셉션>의 관람 포인트는 ‘킥’과 ‘토템’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내내 감독은 계속해서 다양한 함의를 품고 있는 기호와 의미를 던져준다. 게임하듯 찾아보길 권하고 영화를 보는 순간마다 끊임없이 각성하길 원했던 것 같다. 결국 꿈(영화)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나 스스로 인지하던지 외부적인 충격을 동력삼아 그곳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스크린 속 캐릭터는 물론이고 영화를 보는 나도 감독이 제안한 게임에 동참해서 매 순간 깨어나기를 힘썼으니 나 역시 그것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충분히 함께 즐긴 것이 아닐까?
<인셉션>의 이중적인 매력은 영화에서 벌어지는 꿈 속 탐험에 집중하는 것과 더불어 감독이 던져놓은 수많은 의미들을 찾아보는 것이기에, 서로 핑퐁 하듯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그 이상의 재미를 발견할 수 없다.(물론, 이런 것에 관심 없으면 짜증만 날 뿐이다. ‘이 영화, 왜 이리 복잡해!!’) 언제나 상품과 작품 사이에서 영리하게 줄타기를 하는 놀란 감독의 예술적 감수성이 이번 영화에서도 잘 드러났음을, 또한 그의 영화적 재능이 <인셉션>을 통해 다시 한 번 빛이 발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박수!!)
<인셉션>은 다시 곱씹어도 좋을 만한 지적 유희로서의 다양한 생각의 거리들을 던져준다. 꿈에서 꿈으로 옮겨가는 시간은 더욱 확장되고, 단계별로 나눠진 꿈속의 차원은 각자 다르게 건축되어 있고, 시작과 끝도 없으며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할 뿐인 현실과 그 안에 있는 나는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지금 내 머리 속에 ‘인셉션’ 돼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한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실존하는 존재로서 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가 바로 <인셉션>이 아닐까.
2010년 7월 31일 토요일 | 정리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