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는 CIA 첩보원이다. 과거 북한에서 첩보활동을 하다가 겨우 목숨을 구하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의 거물급 인사가 전향을 하고 정보를 주겠다고 찾아온다. 그리곤 러시아 대통령을 죽이려는 스파이가 미국에 있고 이름이 ‘에블린 솔트’라고 말한다. 솔트는 이것이 음모라는 것을 직감하고 CIA를 탈출해 독자적인 행동에 돌입한다. 하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그녀를 이중 스파이로 지목하고 포위망을 좁혀온다. 그런 와중에 러시아 대통령이 총격을 당하고 솔트의 행방이 묘연해 진다. 그리고 솔트를 수사하던 동료들은 그녀가 유년 시절에 러시아에서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는 ‘과연 솔트는 이중 스파이인가?’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갑자기 찾아온 러시아의 거물급 인사가 자백하듯 솔트의 정체를 말하면서 관객은 혼란에 빠진다. 과연, 진짜, 솔트가 러시아의 스파이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음모인가? 영화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궁금증을 심화시킨다. 솔트는 CIA를 탈출해 독자적으로 사건을 파헤치려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솔트가 진짜 러시아 스파이가 아닐까 하는 의문은 증폭된다. 하지만 이중 스파이에 관한 영화들이 늘 그랬듯, <솔트> 역시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야기가 풀린다.
필립 노이스 감독은 예전부터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음모론이나 이중 스파이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0년에 다시 냉전을 테마로 들고 나왔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이 이야기는 냉전이라는 시대적인 배경에 전적으로 의지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과거 스파이 에이전트를 통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러시아 스파이들이 가짜 시민으로 잠입해 안정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수십 년을 살다가 일순간 미국을 공격한다는 ‘데이-X’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체포된 스파이들은 화려한 미모의 사업가, 20년간 활동해 온 언론인, 과학 기술 컨설팅 전문가 등 고급인력과 접촉이 쉬운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영화는 안젤리나 졸리의 액션 영화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솔트>는 스파이에 관한 내용보다 안젤리나 졸리가 펼치는 액션 그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자동차 지붕을 넘나드는 장면이나 호송 중에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는 장면, 러시아와 미국에서 보여주는 후반부 액션 장면 등은 안젤리나 졸리가 왜 액션 여전사로서 매력이 있는 지를 보여준다. 액션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다소 촌스러운 부분도 발견되지만, 안젤리나 졸리의 고군분투는 <솔트>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솔트>는 적당한 속도감과 액션, 음모와 진실에 대한 호기심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향한 관객들의 기대치를 적당히 만족시키는 작품이다. 하지만 냉전 시대의 스파이를 소재로 했다는 점과 연출 방식에 있어서 다소 촌스럽기는 하다. 게다가 내심 <본> 시리즈가 부러웠는지, 아예 시리즈물로 만들려는 의욕까지 강하게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안젤리나 졸리의 존재감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솔트>가 성공하면 이중 스파이의 복수가 시리즈로 펼쳐질 것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원티드>보다 <솔트>에 더 매력을 느낀 이유가 있었다.
2010년 7월 23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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