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의 성선설과 맹자의 성악설. 이 두 가설이 지향하는 바는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인간의 마음속에는 선과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킬러 인사이드 미>는 우연한 사건을 통해 거침없이 살인을 저지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 속 사람들은 극도로 친절하고, 이웃의 사생활까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가깝다. 루는 이런 도시의 분위기에 염증을 느낀다. 우연히 조시아와의 관계를 통해 폭력의 쾌감을 얻은 루는 점점 ‘지킬 앤 하이드’의 하이드로 변한다.
<킬러 인사이드 미>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모방범’처럼 살인자인 루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영화는 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자신의 이름과 직업, 도시의 분위기 그리고 자신의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영화에서 그는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일기장에 쓰듯이 모든 일을 낱낱이 고백한다. 하지만 이 고백은 죄를 사해 달라는 뜻으로 말하는 고해성사보다 이렇게 범죄를 저질렀다고 당당히 말하는 무용담에 가깝다. 죄를 의식하지 못하며 자신의 쾌락에만 몰두하는 그의 이야기에는 점점 공포감이 느껴진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50년대라는 설정은 자연스럽게 영화의 잔혹성을 부각시킨다. 영화는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토드 헤인즈 감독의 <파 프롬 헤븐>과 샘 멘데스 감독의 <레볼루셔너리 로드>처럼 겉과 속이 다른 미국인들의 초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이성적이지만 정형화되어 있는 사회에 신물이 난 1950년대의 미국인들. 이들을 대변하듯 루는 가학적인 섹스와 죄책감 없이 저지른 살인으로 억눌려있던 욕구를 분출한다.
<인 디스 월드> <관타나모로 가는 길>의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미국 범죄 스릴러 소설로 유명한 짐 톰슨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소설의 느낌을 온전히 영화로 못 옮긴 탓인지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루의 정신세계는 흥미를 잃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아쉬움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채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오션스> 시리즈에 모두다 출연하며 자신의 얼굴을 알렸던 케이시 에플렉.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 루 포드 역을 맡은 그는 건조한 눈빛, 살인을 저지르고도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 등 이중인격 살인마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과감한 베드신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시카 알바와 케이트 허드슨은 실제 한 아이의 엄마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섹슈얼함을 어필한다. 그러나 케이시 에플렉의 카리스마에 눌려 인상 깊은 모습은 남기지 못한다.
2010년 7월 5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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