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은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 김신환 감독의 실화다. 2002년 사업차 동티모르에 갔던 그는 공터에서 맨발로 공을 차던 아이들을 만난 뒤 무보수로 축구를 가르쳤고, 내친 김에 유소년 축구단까지 결성하게 된다. 그리고 1년도 채 안 됐을 무렵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30회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 나가 6전 전승으로 우승을 이끌어 내고, 김신환 감독은 동티모르의 영웅이 됐다. ‘기적’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스토리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이들이 축구라는 공감대로 희망을 쏘아 올린 감격의 드라마는 가진 거 하나 없어도 꿈꿀 자격은 있으며, 간절히 바라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깨우쳐준다.
김신환 감독을 모델로 한 원광은 단순히 착하고 바람직한 영웅이 아니라 좀 더 입체적인 캐릭터로 재구성됐다. 축구화를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팔려고 한다거나, 돈 없는 아이들에게 축구화를 빌려주고 하루에 1달러 씩 돈을 걷는 등 욕심 많고 코믹한 모습을 추가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는 내전으로 신음하는 나라를 맞닥뜨리고 소년들의 가여운 처지를 직시하게 된 원광이 깨달음을 얻고 변화되는 과정을 따라간다. 김태균 감독이 기적 같은 감동 실화와 더불어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와 같은 동티모르의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동티모르로 말할 것 같으면 무려 4백년 간 포르투갈에, 그 다음 25년간은 인도네시아에 식민 지배를 받은 비운의 나라. 지난 2002년 5월 겨우 독립을 했지만 오랜 식민지화와 잦은 내전으로 상처가 아물 틈이 없는 땅.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었으며, 축구화가 사치인 가난한 국가다. 같은 축구대표팀 선수지만 내전 때문에 적이 되어 서로에게 패스조차 하지 않는 두 소년의 모습에서 이 나라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고개를 내민다.
그러나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기에 오히려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것처럼, 영화는 원광과 아이들의 교감을 통해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을 환히 비춘다. 박희순은 시종 코믹한 입담으로 분위기를 띄우며,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을 비추는 카메라는 더 없이 밝고 긍정적이다. 영화도, 영화배우도 없는 동티모르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동티모르 1호 배우들’은 기대 이상의 해맑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감동을 배가시킨다. 이미 결과가 드러난 감동실화를 영상화하는 건 위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맨발의 꿈>은 평범한 수준에 머문다. 스포츠 영화로서도, 휴먼 드라마로서도 빼어난 세공력을 자랑하지 못한다. 그래도 동티모르 로케이션이 주는 공기만큼은 특별하다. 따뜻한 진정성이 느껴진다.
2010년 6월 22일 화요일 | 글_정미래 FILMON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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