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이 날 시사회에서는 <파괴된 사나이>가 반 기독교적인 영화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와 배우와 감독을 잠시 긴장케 했다. 이 같은 논란은 <누가 예수를 죽였나>라는 영화로 2003년 서울기독교영화제에서 수상한 우민호 감독의 이력과 맞물려 조금 더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나쁜 남자> 대타 캐스팅 발언으로 논란이 일으켰던 박주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한마디
<파괴된 사나이>는 한국에서 웰 메이드 스릴러를 만나기란, 한국 축구팀이 FIFA컵을 쥐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임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쫒고 쫒기는 추격전은 스릴러적 쾌감에 다다르지는 못한 채 꺾여버리고, 곳곳에 자리한 너무 많은 기시감들이 이 영화만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묻게 한다.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연기는 이번에도 찰지다. 하지만 <하얀거탑>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의 연기 마지노선을 높여놓고 말았으니, 충족감은 전보다 덜하다. 김명민보다 사이코패스 엄기준의 오싹한 눈빛에 눈길이 더 오래 머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파괴된 사나이>는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산산조각 나버린 어느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놈 목소리>처럼 절규하는 아버지는 <올드보이>처럼 영문을 모른 채, 자신을 괴롭히는 <추격자>처럼 범인을 좇는다. 후더닛 구조를 포기한 스릴러라는 점에서 도전적인 작품이지만 결과물은 지극히 실패에 가깝다. 좀처럼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 것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것마냥 맥락의 가닥을 잡지 못하는 영화 속에서 배우들의 열연은 연기쇼와 같은 구경거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지나치게 의욕만 앞선 장르적 기시감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용서는 없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올해의 과유불급 스릴러로 꼽힐만한 작품이다.
(beyond 민용준 기자)
<파괴된 사나이>를 보고 난 후 든 생각은 이 영화가 정말 스릴러 영화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영화는 유괴된 딸을 찾기 위한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보여주지만,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기에는 부족하다. 우민호 감독은 자신이 쓴 좋은 시나리오와 김명민, 엄기준 등 한 연기 한다는 배우들로 첫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글을 영상으로 옮기고, 배우의 특성을 이끌어내는 노하우가 부족하다. 오로지 제목만 눈길을 끌 뿐이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영화에도 윤리가 있다. 아무리 현실과 다른 영화 속 세계라고 해도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한다. 특히 유괴 문제처럼 민감한 사안을 다룰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파괴된 사나이>는 그런 태도가 없다. 유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영화를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앞서 보인다. 박찬욱 영화처럼 보이는 몇몇 장면들은 의아할 정도. 여튼, 감독에게 묻고 싶다. 단 한 번이라도 유괴된 아이의 심정을 헤아려봤는지를.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타락과 구원을 다룬 깊이있는 걸작이 될 수도 있었으나 장르공식에 안주하며 스스로 범작이 됐다. 그래도 뚝심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프레시안 김숙현 기자)
2010년 6월 15일 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