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브(애드리안 브로디)와 엘사(사라 폴리)는 난치병 치료용 단백질을 만드는 생명공학 박사다. 둘은 조류, 어류, 파충류 등 다양한 종류의 DNA를 축출해 ‘프레드’와 ‘진저’라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이들로부터 단백질을 양산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들은 제약회사의 연구 방향과는 다르게 다종의 결합체에 인간의 DNA를 섞어 새로운 종을 창조하는 실험을 비밀리에 감행한다. 그리하여 드렌(델핀 샤네끄)을 만들어 낸다. 처음 드렌은 클라이브, 엘사와 남다른 교감을 하면서 단백질 양산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지만 점차 두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스플라이스>는 DNA를 합성해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고 그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클라이브와 엘사는 난치병으로부터 고통 받는 인류를 위하여 새로운 단백질 개발에 박차를 가하지만, 과학자로서의 이기심과 아이 갖기를 거부하는 엘사의 심리 상태가 더해지며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 자식처럼 키우기에 이른다. 인간과 흡사한 모습의 생명체는 비록 연구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둘 사이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성장하고 어른이 된다. 하지만 어른이 된 이후 인간의 본능을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일으킨다.
영화는 기존의 크리쳐 영화들이 담고 있는 클리셰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무리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진 피조물은 그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어 공포감을 만들고, 인간처럼 성장하며 창조주들과 교감도 한다. 성장한 이후에는 인간의 본능중 하나인 종족 번식에 관한 집착도 보인다. 여기에 불안정한 DNA는 영화의 후반부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다. 호르몬 이상은 이야기를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지만, 반전이라기보다 예상된 결말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영화는 과거 크리쳐 영화들의 특징을 담고 있으면서도 자기만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크리쳐의 창조와 진행 과정에서 오는 과학자로서의 이기심은 이후 인간의 본능으로 이어지면서 사건을 키우고, 암컷과 수컷의 경계는 영화의 마지막에 긴박감을 더한다. 창조자와 피조물의 갈등과 대치는 특별한 이슈를 만들지 못하지만, 피조물인 ‘드렌’이 느끼는 심리 상태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들과 맞닿아 있기에 사실적이다. 특히 빠른 성장속도로 인해 인간이 평생 느껴야하는 복잡한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면서 증폭하는 과정은 흥미롭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엘사의 캐릭터다. 아이를 갖기 싫어하는 모습이나 자식처럼 아끼던 드렌을 한순간 실험실의 표본생명체로 다루는 냉정함은 엘사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그의 과거가 명료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또한 금지된 실험을 몰래 감행해 위험 요소를 만들고, 자신의 몸에 잉태된 실험체를 없애지 않는 등 과학자로서의 욕망에 충실한 모습 역시 지금까지 이러한 영화들이 보여줬던 전형적인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스플라이스>는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들의 이야기면서 동시에 새로운 종(種)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다룬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표출되는 지를 그리고 있다. DNA 결합으로 새로운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이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닌 요즘이기에 <스플라이스>는 현실적인 긴장도 전한다. 게다가 어안렌즈를 통한 왜곡이나 극단적인 앵글, 비대칭 구도, 조명을 통한 공간 분리 등 빈센조 나탈리만의 특별한 표현법은 영화를 더욱 기괴한 느낌으로 보이게 한다.
2010년 6월 25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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