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은 외로움에 사무쳐 자살을 마음먹은 한 남자의 하루를 담은 영화다. 동성애자였던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싱글맨>은 패션디자이너로 유명한 톰 포드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솔직히 밝힌 감독은 젊은 시절 감명 깊게 읽었던 이 소설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는 조지의 얼굴을 부각시키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며 연인을 잃은 한 남자의 건조한 일상을 보여준다. 영화를 이끄는 조지의 초점 흐린 눈빛과 외로움에 지친 표정, 그리고 매번 자신의 삶을 고민하며 짓는 미간의 주름 등은 백마디 대사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한다.
감독은 조지의 얼굴뿐만 아니라 각 상황마다 달라지는 영상톤과 사물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평범한 조지의 일상을 특별한 하루로 바꾼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회색톤을 유지하며 자살을 앞둔 조지의 심정을 꾸준히 상시켜준다. 이와 반대로 과거를 회상할 때는 밝은톤을 드러내며 행복했던 짐과의 추억을 보여준다. 또한 주차장에 붙여있는 <싸이코>의 포스터로 자살을 앞둔 조지의 심정을 드러내고, 창문너머로 보이는 이웃집의 풍경을 세세하게 묘사하며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의 주인공이 동성애자라고 해서 다분히 한쪽으로 치우친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싱글맨>은 주인공을 통해 보는이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영화속에서 조지는 게이 이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힘들어 하는 보통 사람이다. 그는 사랑했던 연인과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힘들어하고, 우연히 보게 된 연인의 사진에 눈물을 흘린다. 이를 통해 영화는 일반인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고, 자연스럽게 조지의 일상속으로 안내한다.
콜린 퍼스는 제66회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정도로 <싱글맨>에서 능숙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성적 소수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남자, 자살을 앞둔 사람 등 각 상황마다 돌변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우울한 표정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표현해낸다. 또한 그의 옛 연인 짐으로 나오는 매트 구드는 매끄럽게 잘 생긴 얼굴을 무기로 섹슈얼함을 어필하고, 제자인 케니 역에 니콜라스 홀트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묘한 매력으로 남자가 봐도 넘어갈 성적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찰리 역의 줄리안 무어도 좋은 연기를 펼치지만 함께 나오는 남자들의 이미지에 짓눌려 인상 깊은 모습을 남기지는 못한다.
톰 포드는 첫 연출작 <싱글맨>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냈다. 다만 극적인 상황 없이 평범한 한 남자의 일상을 쭉 따라가는 영화는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각 장면의 느낌을 전달하는 영상과 소품, 그리고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낸 배우들의 호연은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하품을 쑥 들어가게 하기에 충분하다.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톰 포드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2010년 5월 25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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