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해병대 특수수색대에는 여군이 없다. 해병대 안에는 약 60명 정도의 여자 부사관이 있지만, 특수수색대에는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가 <대한민국1%>다. 언뜻 과거 데미 무어가 주연했던 할리우드 영화 <지 아이 제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전체적인 컨셉은 비슷하다. 사회적인 편견을 깨고 여자의 몸으로 그 힘들다는 해병대의 특수수색대에 들어가서 그들의 리더로서 인정받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다르다.
해병대 훈련 과정을 1등으로 통과한 최초의 여자 부사관 이유미(이아이)는 해병대 특수수색대에 지원하지만 보란 듯이 거절을 당한다. 하지만 해병대 내에 성차별이 심각하다는 언론보도를 이유로 특수수색대에 들어가게 된다. 막상 들어가니 강중사(손병호)가 여자라는 이유로 대놓고 차별한다. 결국 이유미 하사는 만년 꼴찌팀인 3팀의 팀장을 맡으며 호된 신고식을 치른다. 하지만 3팀을 새롭게 재편해 1등으로 만드는 이유미 하사. 경쟁팀의 왕하사(임원희)는 덫을 놓아 이유미 하사를 영창으로 보내고 3팀을 해체시킨다. 하지만 돌아온 이유미 하사는 팀을 다시 모으고 혹독한 훈련에 정면으로 맞선다.
<대한민국1%>는 군대영화다. 일단 여기서 남자 관객들에게 많은 점수가 깎인다. 해병대 특수수색대라는 특별한 역할을 하는 이들을 다루고 있지만, 그래봐야 훈련받고 뺑이 치는 군대 얘기일 뿐이다. 여기에 여군이라는 특별한 캐릭터 이유미를 넣었다. 문제는 이 이유미 캐릭터가 19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빤한 우등생 캐릭터로 신선한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상관의 명령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히고, 체력적인 훈련에서도 남자들을 제치고 항상 1등이고, 판단은 늘 옳고, 행동 역시 언제나 바르다. 게다가 여자라고 깔보는 팀원들과의 갈등도 매우 원만하게 해결하는 등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추고 있다. 뭐 하나 빠질 게 없으니 주변의 질투를 사는 것이 당연하고, 질투로 인해 계략에 빠지지만 이 역시 슬기롭게 극복한다. 에이 설마, 하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상황들이 그대로 벌어지고, 이 ‘완벽한’ 여군 캐릭터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며 결국 모두의 신임을 얻는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 여자를 넣었다면 사실적으로 다뤄야 할 부분도 있었다. 그 ‘빡쎄다’는 해병대에 넣었으면 그 안에서 부딪히고 깨지고 고생하고 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슈퍼우먼 캐릭터에게 그런 과정은 죄다 생략 대상이다. 하기만 하면 1등에, 힘든 과정도 쉽게 해결하고, 갈등 역시 바로바로 풀어버린다. 게다가 그를 시기하는 무리들도 너무 평면적인 캐릭터들이어서 하는 짓이 빤하고, 자신을 심하게 다루던 강중사는 이유미의 아버지와 특별한 관계라는 설정까지 갖고 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북한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까지 등장하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할 정도다.
<대한민국1%>의 조명남 감독은 영화의 후반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감독의 유작이 됐지만, 완성도에서는 안타까움만 남는다. <간 큰 가족>과 같은 전작을 통해 심각하지 않게 이야기를 조절하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것을 놓쳤다. 군대라는, 해병대 특수수색대라는 특수한 환경과 그 안의 홍일점 여군을 다룬다는 차원에서 예상 가능한 전개들이 고스란히 펼쳐진다. 현실적이거나 보다 복합적인 캐릭터를 보여줬더라면 군대 이야기라도 흥미롭게 받아들였겠지만, 그렇지 않은 탓에 타깃 자체가 애매해졌다.
2010년 5월 3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