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 분이 오셨다. 철갑을 두른 사나이, 이름 하여 아이언맨. 나만 기다렸나? 거기 자네도, 그대도 그리고 당신도 기다렸을 걸, 아마? 아무튼, 상반기 최고 기대작이라는 <아이언맨2>의 언론시사회가 27일 CGV 용산에서 열렸다. 그런데 이런, 된장 쌈장 고추장 같으니! 시사회 시간이 오전 10시다. 그러니까 정신머리가 아직 침대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을 시간에 시사회가 열린 거다.(보통의 언론시사회는 오후 2시에 열린다.) 그런데 역시 기대작은 기대작이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극장 로비에 사람들이 가득 들어찬 걸 보면 말이다. <아이언맨2>의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가 무료로 나눠 준 커피와 머핀 덕분(?)인지, 늦잠 못 잤다고 툴툴대는 소리는 없었다.

알다시피, <아이언맨2>는 지난 2008년 국내 개봉 당시 430만 관객을 동원한 <아이언맨>의 속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5억 6,2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마블코믹스의 효자 상품으로 급부상한 프랜차이즈물이기도 하다. 뭐, 긴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1편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펠트로 외에 스칼렛 요한슨, 미키 루크, 돈 치들, 사무엘 L. 잭슨 등 새로운 인물들이 대거 합세한 <아이언맨2>를 어떻게들 봤는지, 그 속을 살짝 들여다보시길.

● 한마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매력은 역시, 슈퍼히어로로서의 정의감 보다, 셀러브리티로서의 ‘자뻑’에서 나온다. 이 아저씨는 여전히 쾌활하고, 여자 밝히고, 자기 멋 대로다. “뜨니까 변했다”는 소리에 신경 쓸 위인도 아니요, 쉽게 변할 위인도 아니니, 행여 개과천선했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캐릭터가 주는 재미는 이번에도 쏠쏠하다는 말씀. 방대해진 이야기로 인해 간단명료하게 떨어지는 담백함은 줄었지만, 지나친 기대감만 죽인다면 당신을 크게 배신하진 않을 거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1편의 제멋대로인 껄떡쇠 토니 스타크의 매력은 어느 정도 살아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1편의 재미에서 한 단계 나아가길 원했다. 캐릭터의 재미와 현란한 CG와 화끈한 액션은 여전하나, 여기에 군수회사와 정부의 입장, 전쟁의 정치학 등 나름의 심각한 문제도 담겼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인상 쓰고 볼 걱정은 말라구. 이건 실컷 즐길 수 있는 <아이언맨>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잖나.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아이언맨>은 지금까지 우리가 본 중 가장 현실적이고 솔직한 슈퍼히어로 영화였다. <아이언맨2>에서 아이언맨은, 1편에서 스스로 보기 좋게 깨부순 슈퍼히어로 영화의 전형으로 되돌아간다. 1편이 아프간 전쟁을 꼬집었던 것과 같은 현실성은 찾아볼 수 없거니와 아이언맨이 다른 슈퍼히어로들처럼 은둔자가 돼 버리는 바람에 특유의 재치와 유머도 많이 줄었다. 미키 루크, 샘 록웰, 스칼렛 요한슨이라는 패도 제대로 못써먹은 느낌이다. 확실히 기네스 팰트로는 1편보다 훨씬 예쁘게 나오고 그가 연기하는 페퍼란 인물도 2편에서 훨씬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미국 시사회장에 가면 기네스 팰트로가 제일 신나할 것 같다.
(스크린 장성란 기자)

날렵하게 빠진 금속성 슈트의 엣지있는 화려한 변신은 언제나 눈을 즐겁게 한다. 아이언맨을 위한, 아이언맨에 의한, 아이언맨의 모든 면을 보여주려 하지만.. 못내 심심한 면이 있다. 3편까지 나올 예정이라는데, <아이언맨3>을 기대하길 바라는 ‘2’로서 가교(bridge)와 같은 재미, 딱 그 정도쯤?
(무비스트 권영탕 사진기자)

토니 스타크는 브루스 웨인과 피터 파크처럼 자신이 슈퍼히어로라는 사실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다. <아이언맨2>는 딱 그런 토니 스타크 같은, 애초부터 <다크 나이트> 같은 영화가 될 생각이 없는 영화다. 세계 평화와 미국에 대한 은유들이 슬쩍 얼굴을 내밀지만, 영화는 이내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길을 충실히 걷는다. 1편보다 늘어난 캐릭터로 인해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산만한 감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오락영화로서는 만족스럽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전체적으로 <아이언맨2>는 전에 입던 슈트를 버리고 새로운 슈트를 갈아입은 느낌이 든다. 이야기는 방대해지고, 등장인물과 스케일은 더 커졌다. 그로인해 전편의 간결하면서도 빠른 이야기 전개와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영상미는 사라졌다. 특히 악당으로 나오는 위플래시와의 결투는 뭔가 아쉽다. 그러나 영화는 그 빈 구석을 토니 스타크의 고뇌와 앞으로 펼쳐질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채운다. 이로써 철갑옷 사나이의 두 번째 진화는 자연스럽게 세 번째 진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새로운 적이 등장했고, 위기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아이언맨2>는 안티히어로의 길을 걷지 않는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생존에 대한 고민으로 대체되고, 가문의 영광에 대한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 더욱 강건한 의식으로 개척된다. 전작에 비해 화끈한 볼거리의 비율이 줄어들고 서사적 무게가 늘어났다는 점이 팬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지만 여전히 눈이 즐겁고,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들은 적절한 쓰임새를 자랑한다. 시리즈로서의 야심은 단순한 확장보단 발전적 경로를 확보해냈다. 슈트의 약발은 여전히 대단하다.
(beyond 민용준 기자)

2010년 4월 28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