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설정이 흥미롭다. 현상금 사냥꾼(바운티 헌터)이 잡아야 하는 대상이 이혼한 전 부인이란다. 게다가 둘은 뜨겁게 사랑했다가 급격하게 냉동되면서 헤어진 사이라니, 다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감회가 있을 거다. 하지만 이게 영화의 전부가 아니다.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엮이던 이들 ‘전’ 부부는 새로운 사건에까지 휘말려든다. 그렇다고 대단한 뭔가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너무 재미있어서 눈물 날 지경은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웃으며 유쾌하게 시간을 보낼 수는 있는 영화니까.
서로 사랑했지만 지긋지긋한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이혼한 마일로(제라드 버틀러)와 니콜.(제니퍼 애니스톤) 각자 현상금 사냥꾼과 기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 우연찮은 일로 재회한다. 법원 출두 명령을 어긴 니콜에게 현상금이 붙었고, 이 의뢰가 마일로에게 들어온 것. 나름 복수하는 기분으로 사건을 접수한 마일로는 손쉽게 니콜에게 접근하지만 크고 작은 소동을 겪으면서 잡았다 놓쳤다를 반복한다. 그런 와중에 니콜은 자신이 법원에 가지 못한 이유인 자살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거기에 마일로와 니콜의 친구가 연루됐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사건 해결을 위해 팀을 이루는 두 사람은 사건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애정 문제도 해결한다.
사실 빤한 이야기다. 전 부인에게 현상금이 걸렸고, 그 의뢰가 전 남편에게 들어온다는 설정만 보자면 신선하지만, 그 뒤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관객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대신 쫓고 쫓기면서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키고, 니콜이 조사 중인 사건이 경찰 비리와 연결되면서 생각보다 일이 커지고, 그런 와중에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다는 나름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래봐야 영화의 전체적인 전개는 응당 가야할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예상대로 뜨거운 키스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빤한 이야기를 식상하게 하지 않는 것은 다양하게 얽혀있는 사람들 덕분이다. 니콜과 자신이 특별한 관계라고 착각하는 직장 동료는 엉뚱한 스토커 행각으로 뜻밖의 상황을 만들고, 마일로의 도박 빚을 받아내려고 쫓아다니는 갱단은 어설픈 행동으로 문제만 일으킨다. 사건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친구 때문에 마일로와 니콜은 말다툼을 벌이고, 니콜의 연락책을 통해 니콜의 존재를 알게 된 비리 경찰은 두 사람의 목숨을 위협한다. 여기에 엉뚱한 모텔 주인, 마일로와 일하는 현상금 사냥꾼 사무소 직원, 니콜의 엄마 등 여러 인물이 각자의 영역에서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덕분에 영화는 전형적인 스크루볼 코미디를 넘어서 여러 장르의 ‘짬뽕’ 요소를 갖춘다. 쫓고 쫓기는 추격물, 엎치락뒤치락하는 코미디,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는 로맨스, 비리 경찰에 관한 사건이라는 스릴러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 총격전 등의 액션까지 다양한 면모가 영화 속에 녹아 있다.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보이는 부분이지만, 덕분에 이야기가 다소 방만해졌다.
제라드 버틀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의 조합은 의외다. 복근 짐승남과 도시적인 커리어우먼의 만남은 다소 어색해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일견 공감이 간다. 처음부터 둘은 결혼해서는 안 될 사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딱 봐서 어울리는 커플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욱 매력적인 제니퍼 애니스톤은 눈길이 간다. 일각에서는 의술의 도움이라지만, 그랬거나 어쨌거나 영화 속 니콜은 사랑스럽기만 하다.
<바운티 헌터>는 손가락을 추켜세울 정도로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110분 동안은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재미있는 설정에 의외의 사건들이 불쑥불쑥 터지고, 몸개그와 위트 있는 대사들이 시니컬한 웃음도 준다. 현상금 사냥꾼의 추격과 두 사람의 재회와 경찰 비리의 해결 등 여러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시키느라 좀 바쁜 경향도 있지만, 덕분에 로맨틱 코미디의 상투적인 요소들이 많이 없어진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2010년 4월 12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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