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미군의 60여 차례 민간인 학살, 밝혀진 것은 노근리뿐 (오락성 7 작품성 7)
작은 연못 | 2010년 4월 9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이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입니다’와 같은 문구가 들어가서 실화임을 강조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한국 전쟁을 통해서 회복될 수 없는 비극을 경험했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사건의 희생자들과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작은 연못>은 밝혀지지 않은 60여 차례의 민간인 학살 중에서 유일하게 세상에 공개된 노근리 마을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극영화지만 생존자 인터뷰와 당시의 기록 등 사실에 근거해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한 편의 영화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지닐까 싶지만, 감춰져있던 그날의 일이 스크린을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1950년 7월,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3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이 마을에 전쟁의 기운이 감돈다. 이곳이 전쟁터가 될 것이니 남쪽으로 피난을 가라는 통보를 받은 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미군이 시키는 대로 짐을 싼다. 산을 올랐다가 들판을 지났다가 철길을 걸으며 남쪽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미군은 피난민 속에 북한군이 위장하고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믿고 이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다. 전투기는 기차길에 서있던 이들에게 폭탄을 투하하고, 다리 밑 쌍굴로 피신한 피난민을 향해서는 3박 4일간 수 만발의 총탄이 쏟아진다. 아이와 여자가 있다는 무전에도 모두를 죽이라는 명령만 반복하는 미군 사령부. 결국 노근리 주민들은 단 25명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몰살당하고 만다.

얼마 전 이라크에서 미군의 헬기가 주민들을 향해 총질을 해댔다는 뉴스를 보고 다시 한 번 화가 치밀어 오른 적이 있다. 전쟁이라는 혼란 상황을 틈타 말도 안 되는 명령이 떨어지고, 간혹은 장난스럽게 이러한 만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게다가 이런 일이 유야무야 덮어지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빈번하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한국전쟁 당시에도 미군은 어처구니없는 정보를 믿고 노근리의 주민들을 대량 학살했다. 미군의 도움을 믿고 그들의 지시에 따랐지만 결국 대부분의 주민이 몰살당한 이 사건은 베트남 밀라이 사건과 함께 20세기 최대 규모의 민간인 학살로 기록되어 있다.

이날 노근리에서 있었던 일은, 다른 보통의 일들처럼 전쟁과 함께 잊혀졌다. 생존자를 중심으로 한 끊임없는 진상규명 요구에 한국 정부도, 미국도 등을 돌렸다. 하지만 1999년, AP통신의 최상훈, 찰스 J. 헨리, 마사 멘도자 기자는 노근리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이들은 비밀 해제된 미국 군사문건을 검토하고, 사건 발생 당시 미군의 이동경로를 밝히고 현장에 주둔했던 미군을 찾아냈다. 가해자인 미군과 피해자인 한국의 생존자들을 찾아 직접 이야기를 듣고 노근리의 진실을 파헤쳤다. 이들의 보도는 2000년 퓰리쳐상으로 주목을 받았고, 영국의 BBC 다큐멘터리와 여러 책 등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영화는 노근리 사건을 전하는 것에 주력하지만, 사건과 함께 그 안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 주민들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끔찍했던 이날의 상황을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디테일하게 재현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미군의 총격에 목숨을 빼앗겼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가슴이 먹먹해지는 허망함과 분노를 함께 전한다. 다리 밑 쌍굴에서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다. 시체를 방패삼아 미군의 총탄을 막고, 우는 아이 때문에 위치가 들킬까봐 아이를 물웅덩이에 넣기도 한다. ‘이노센트 피플’이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지만, 미군은 “모두를 죽이라”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피난민들을 향해 총을 쏴댈 뿐이다.

<작은 연못>은 노근리의 참상을 영화로 옮겼다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연극 연출가 이상우가 직접 연출을 맡고, 그와 함께 연극 무대에서 작업했던 많은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것으로도 관심을 모은다. 문성근, 송강호, 문소리, 강신일, 박원상, 故 박광정, 김승욱, 이대연, 김뢰하, 전혜진, 유해진, 정석용 등 많은 스타급 연기자들이 작은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하면서 영화가 지닌 의미에 동참했다. 단순히 가슴 아픈 역사를 재현하자는 것이 아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다면, 우리는 <작은 연못>을 단순히 한 편의 영화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2010년 4월 9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노근리 학살에 대해 잘 몰랐던 이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단역으로 잔뜩 등장한다. 이런 캐스팅이 다시 성사될 수 있으려나?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는다. 담담하게 그날의 사실을 재현할 뿐이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그 날의 일을 디테일하게 전하고 있다.
-너무 많은 배우가 나온다고, 누가 어디에 나오는지 찾고 있진 말자고요.
33 )
geo1999
잘읽었습니다.   
2010-06-02 14:57
ldk209
이토록 끔찍한 전쟁의 상처를 상흔이 남은 사회에서 전쟁불사를 외치는 이들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2010-04-17 13:06
again0224
잘봤습니다   
2010-04-14 12:33
somajin
기대합니다
  
2010-04-12 21:46
kbmya
기대
  
2010-04-12 18:51
rkd2068
난 저 아저씨 무섭드라 ㅜ.ㅜ   
2010-04-12 16:18
kisemo
기대   
2010-04-12 15:51
bjmaximus
한국이란 나라의 가슴 아픈 상처..   
2010-04-12 10:32
1 | 2 | 3 | 4 | 5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