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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코미디의 어려운 균형 맞추기 (오락성 6 작품성 5)
반가운 살인자 | 2010년 4월 2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정민(김동욱)은 범인 잡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편하게 살 궁리만 하는 불량 형사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때문에 점점 심해지는 반장의 압박과 집값 폭락을 이유로 경찰서 앞에서 주민들과 함께 시위하는 엄마 때문에 그의 평온했던 삶은 뒤죽박죽이 된다. 정민은 이 모든 것이 연쇄살인범 때문이라 믿고 그를 무조건 잡기로 결심한다. 한편, 영석(유오성)은 경찰보다 더 치밀한 조사와 분석력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백수다. 그는 실종되었다가 다시 동네에 나타난 인물로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사는 사연 있는 인물. 자신의 백수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큰 현상금이 걸려있는 연쇄살인범을 잡기로 마음먹는다.

<반가운 살인자>는 형사 같은 백수와 백수 같은 형사가 연쇄살인범을 잡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는 서로 범인을 잡기 위해 티격태격 싸우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만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영화는 연쇄살인범을 잡는 형사와 백수라는 콘셉트를 차용해 코미디로 포장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힘없이 살아가는 오늘날의 아버지들을 그리고 있다. 영석은 회사가 부도가 난 후, 가족을 버리고 노숙자 생활을 한 가장이다. 2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왔지만 그를 반기는 건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 아내와 자신을 증오하는 딸뿐이다. 영석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지만 연쇄살인사건 뉴스를 스크랩하고, 앞으로 범인의 예상 경로를 예측하는 등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왜냐하면 범인을 잡은 현상금으로 자신 때문에 피아노를 그만둔 딸을 다시 공부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영석이 오늘날의 아버지 모습을 대변하며 영화의 드라마를 책임진다면, 형사인 정민은 영화의 코미디를 담당한다. 그는 형사가 되었지만 사건 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선배 차나 얻어 타고, 때맞춰 밥이나 챙길 줄 안다. 또한 어렵게 공부해서 형사가 되었지만 체질에 안 맞아 공무원 시험도 몰래 본 이력이 있다. 영화속에서 정민은 사사건건 반장과 엄마, 심지어 연쇄살인범을 봤다는 학생들과도 티격태격 싸운다. 이처럼 영화는 형사라고 하기엔 99.9% 부족한 정민에게 영화의 코믹한 부분을 맡긴다.

극중 각각 영석과 정민 역을 맡은 유오성과 김동욱은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한다. 유오성은 그동안 카리스마 넘치는 강한 이미지에서 탈피, 사업 실패로 세상의 차가움을 맛본 아버지의 초상을 전한다. 그는 인생의 실패와 가족을 버렸다는 죄책감을 몸소 보여주며, 가장의 몫을 해내지 못해 언제나 풀이 죽어 있는 현실 속의 아버지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그도 범인을 잡기 위해 여장을 하며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앞에서 보여준 실패한 가장의 이미지에 눌려 그 모습마저 슬퍼 보인다. 이어 김동욱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영화 <국가대표>에서 보여준 특유의 껄렁껄렁함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반쯤 풀린 눈으로 반장이나 동료, 선배, 엄마에게까지 맞고, 매번 사고만 일으키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유쾌함을 전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속 드라마와 코미디의 혼합이 잘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반가운 살인자>는 초반 코미디로 포장하지만 끝에 감동을 쥐어짜는 다른 한국 코미디 영화와는 다르다. 영화는 코미디와 함께 드라마의 비중에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각각의 배우들이 맡은 영역이 다르고 영화 속에서 같이 사건을 풀어가는 장면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야기의 연결이 매끄럽지는 않다. 또한 영화에서 연쇄살인사건과 보수 신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사회적 이야기는 한정된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욕심으로 장황해진다. 이런 이유로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의 중심은 흔들린다. 다만 극중 형사 반장으로 나오는 김응수, 영석의 딸 ‘하린’으로 나오는 심은경의 감초 연기, 보수신문 보급소 직원과 하린의 친구들인 쭈꾸미 삼자매의 맛깔스런 코믹 연기는 영화의 단점을 채운다.

2010년 4월 2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오랜만에 돌아왔다. 유오성 컴백
-드라마와 코미디의 균형을 잡으려는 감독의 노력
-보급소 직원과 쭈꾸미 삼자매.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네
-범인은 같이 잡아야 제 맛인데
-그릇은 작은데 담아야 할 이야기는 많아 흘러 넘친다.
-두 마리 토끼가 눈에 보인다고 해도 한 마리만 잡아야 한다.
27 )
mvgirl
그저 그런건가요 ??   
2010-04-03 00:30
gurdl3
기대되네요~   
2010-04-02 22:52
jene1914
잘읽었습니다.   
2010-04-0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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