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향한 자식의 사랑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절대적인 사랑에 밀려 자주 잊혀지곤 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부모에게 받은 사랑만큼, 혹은 그 이상의 사랑을 부모에게 돌려주는 이들도 존재한다. <애즈 갓 커맨즈>는 바로 그러한 이들을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영화는 여기에 범죄의 명분이 되기도 하는 가족의 속성을 스릴러 구조로 엮어냄으로써 단순한 드라마에서 탈피한다. <애즈 갓 커맨즈>는 이탈리아 소설가 니콜로 아망띠의 스트레가상(이탈리아 최고권위의 문학상) 수상작인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1992년 <지중해>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한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이 전작 <아임 낫 스케어드>에 이어 두 번째로 니콜로 아망띠의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아잇 낫 스케어드>가 어른들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소년들의 시린 성장을 그렸다면, <애즈 갓 커맨즈>는 스스로의 힘으로 어른의 길목에 들어서는 소년의 스산한 성장을 그려낸다.
직장을 잃은 리노(필리포 티미)는 걱정이 많다. 친구들에게 놀림당하며 다니는 연약한 아들 크리스티아노(알바로 칼레카)가 걱정이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친구 콰트로(엘리오 제르마노)가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게 걱정이다. 게다가 복지부가 자신의 무능력을 이유로 아들에 대한 양육권을 박탈하려 하자, 근심은 더 늘어간다. 그러던 중, 크리스티아노의 친구 파비아나를 자신이 사랑하는 TV 속 배우라고 착각한 콰트로가 귀가하던 파비아나를 쫓다가 실수로 그녀를 죽이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 콰트로의 실수에 휘말리게 된 리노. 파비아나의 시체와 정신을 잃고 쓰러진 리노를 발견한 크리스티아노는 모든 게 아빠의 범행이라고 믿게 된다. 이때부터 아빠를 지키기 위한 크리스티아노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신의 의지대로’라는 제목에서 기독교 영화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주기도 하지만, <애즈 갓 커맨즈>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또, 부성을 다룬 영화야?” 라고 식상하다 여길지 모르겠지만, 앞에서 말했듯 <애즈 갓 커맨즈>는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대신, 아들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차별화를 시도한다. 특히 아버지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크리스티아노의 모습에서는 자식의 무죄를 밝히려 극한의 상황까지 갔던 <마더> 속 엄마(김혜자)의 얼굴이 포개지기도 한다. 늙고 연약했던 여자가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그 누구보다 강인한 여자로 거듭났듯, 나약하기만 했던 크리스티아노 역시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전에 없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다만, <마더>에서 엄마의 변화가 인물들을 더 큰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면, <애즈 갓 커맨즈>는 그 변화가 소년의 성장과 아버지의 구원, 그리고 가족과 인간관계에 대한 회복으로 나아간다는 것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낸다.
아쉬운 점이라면, 우연성에 기댄 사건 전개들이다. 에피소드 대부분이 우연적으로 일어나 우연에서 끝나는데, 전작 <아임 낫 스케어드>가 지녔던 촘촘한 인과관계의 부재가 내내 허전하다.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을 확인시키기 위해 영화가 양산해 낸, 애꿎은 희생자들을 바라보는 것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애즈갓 커맨즈>가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범작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0년 3월 29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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