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잘 나가는 부동산중개업자 메릴 모건(사라 제시카 파커)과 실력 있는 변호사 폴 모건(휴 그랜트)은 부러울 것 없는 부부다. 하지만 폴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인해 몇 달째 별거 중이다. 그러던 어느날 힘겹게 저녁 약속을 잡은 폴은 다시 시작하자는 말로 메릴을 붙잡으려 하지만 멀어진 그들의 사이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식당에 나와서도 계속해서 말다툼을 벌인 그들은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범인과 눈이 마주친다. 이후 킬러의 표적인 된 모건 부부. 폴과 메릴은 FBI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와이오밍이란 시골 마을로 내려가게 되고, 원치 않은 전원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이하 ‘<모건부부>’)는 총격전, 킬러, FBI 등만 보면 <보니 앤 클라이드>를 방불케 하는 액션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감독과 주연 배우의 이름만 보면 이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동안 <투 윅스 노티스>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만든 마크 로렌스 감독, 이번 작품을 통해 감독과 세편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출연한 휴 그랜트, 그리고 <색스 앤 더 시티> 시리즈의 히로인 사라 제시카 파커의 조합은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자연스레 기대감을 갖게 한다.
영화는 서로 다른 성격의 남녀를 주인공으로 점차 그 간극을 좁혀나가며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남편의 외도로 사랑에 금이 간 모건 부부. 그들은 바쁜 생활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도 나누지 못하고, 원망만 늘어가는 사이가 된다. 이후 시골 마을로 내려간 폴과 메릴은 그곳에서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보내고, 순박한 마을 사람들로 인해 변해간다. 자연스럽게 추억을 곱씹으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을 주고받는 둘은 굳게 닫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모건부부>는 다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두 주인공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명 뉴욕커라 불리는 그들이 시골 마을에서 겪는 좌충우돌 해프닝으로 웃음을 준다. 모건부부는 뉴욕에 없는 대형마트의 존재에 놀라고, 9.99달러로 스웨터를 2장이나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낯선 재미를 느낀다. 또한 난데없는 곰의 출현에 퇴치약을 자신의 눈에 뿌리는가 하면, 도끼질 하나 제대로 못해 망신을 산다. 특히 감독은 명품에만 눈이 갔던 사라 제시카 파커를 대형 마트에서 파는 값싼 옷에 눈이 휘둥그래지는 캐릭터로 바꾸고, 어수룩한 말과 행동으로 코믹함을 전했던 휴 그랜트를 몸 개그의 달인으로 변신시키며 다른 재미를 준다.
이처럼 <모건부부>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휴 그랜트와 사라 제시카 파커의 연기다. 하지만 역으로 영화의 단점은 그들의 연기에서 비롯된다. 휴 그랜트는 직접 몸 개그를 펼치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보여주지만 예전 캐릭터를 답습하듯 신선함은 없다. 사라 제시카 파커도 자신에게 굳혀졌던 뉴욕커 이미지를 전복시키며 웃음을 전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그 결과 영화는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임에도 유쾌함을 주지 못한다. 또한 너무나 쉽게 체포되는 킬러의 모습이나 감정의 골을 단숨에 메우며 해피엔딩으로 치닫는 폴과 메릴의 엔딩은 미적지근한 뒷맛을 남긴다.
2010년 1월 27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