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관람 배틀, 어떻게 봐야 잘 봤다고 소문날까?
2D VS. 디지털 3D VS. 스타리움 디지털 3D VS. IMAX DMR 3D | 2010년 1월 8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2D VS. 디지털 3D VS. 스타리움 디지털 3D VS. IMAX DMR 3D | 2010년 1월 8일 금요일 | 김도형 기자
화려한 색감의 환상적인 분위기
디지털 2D: 메가박스 신촌
디지털 2D: 메가박스 신촌
사실 3D로 만들어진 영화를 굳이 2D로 봐야 할 이유는 없다. <아바타>는 2D로 만들어진 영화를 3D로 변형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본대로 보는 것이 지당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3D 상영관이 많지 않은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2D로 보는 일도 많다. 장담하건데, 2D로 본 관객은 반드시 3D로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아바타>를 2D로 보는 것은 영화의 50%도 안 봤다는 얘기니까.
물론 2D도 화려한 색감과 신비로운 영상미라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판도라 행성이 지닌 친환경적이고 환상적인 비주얼이 입체안경이라는 필터 없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발광체의 이미지다. 영혼의 나무가 보여주는 화려함과 흩날리는 꽃가루의 신비함, 밟을 때마다 불을 밝히는 잔디, 건드리면 밝게 변하는 동식물의 표현 등이 보다 현란하다. 여기에 하늘에 떠 있는 할렐루야 산의 디테일이나 어두운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동물들, 전투를 벌이는 전함 등 CG로 만들어진 모든 물체의 선명도 역시 우수하다.
여기에 색을 통한 감정 표현도 효과적이다. 푸른 행성이 지평선에 걸린 판도라 행성의 야경이나 붉게 물든 노을 등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반대로 첫 번째 공격으로 학살당하는 나비족의 고통을 붉은 화염으로 표현한 장면이나, 폭격 이후 회색빛으로 물든 폐허의 공간은 나비족의 암울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색감을 통한 감정 표현은 비주얼 효과를 높인다. 또 스크린이라는 테두리를 확실히 인지하기 때문에 철저히 관람자의 입장에 놓이기 때문에 영화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의 해석이나 영화적인 분석 등도 보다 객관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표현의 한계는 여실하다. 애초에 3D 입체영화로 만들어졌기에 2D로 표현되면서 매력을 잃는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연구실이나 조종실 등 모니터가 있는 공간이다. 직접 터치를 하고, 이동도 하고, 평면이 아니라 휘어져 있는 등 공간에 입체효과를 부여하는 모니터의 배치는, 2D에서는 그저 책상 위에 놓인 소품에 그치고 만다. 또 나무를 오르거나 이크란을 타고 하늘을 나는 등의 장면도 밋밋하다. 위아래를 넘나드는 수직의 움직임이나 부감(내려찍기)으로 촬영한 장면들은 입체효과를 드러내기 위한 장면이기 때문에 2D로 본다면 별다른 감흥이 없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바타>를 2D로 본다면 그나마 스크린이 큰 극장을 권한다. 입체감을 만끽하며 여기가 극장인지 판도라 행성인지 분간이 안가는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없다면, 찬란하게 빛나는 판도라 행성의 발광체를 즐기고, 색감으로 전해지는 이미지의 감정을 따라가며, 빠른 움직임에도 눈의 피로가 없는 영상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스크린이든, 모니터든, 휴대폰 액정이든 상관없이 그저 스토리만 따라가면서 영화를 보던 이들에게는 어떻게 보든 상관 없을지 모르지만, <아바타>는 그런 일반적인 감상법으로 볼 영화가 아니다. 물밀듯 밀려오는 테크놀로지의 쓰나미를 억지로 외면할 이유가 있나.
가장 기본이 되는 3D 입체영화 관람
디지털 3D: CGV 왕십리
디지털 3D: CGV 왕십리
3D로 만들어진 영화를 3D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아바타>는 3D 입체영화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것이며, 이는 3D 입체상영관에서 <아바타>를 본 모든 이들로 인해 증명될 것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realD, masterimage 3D, Dolby 3D 등의 회사들이 3D 입체영화관 시스템에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롯데시네마가 realD, CGV가 masterimage 3D를 채택해 두 기업의 비중이 높다. 세계적으로는 realD의 점유율이 높지만, 조금씩 masterimage 3D의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관람한 CGV 왕십리는 masterimage 3D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바타>를 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디지털 3D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3D 입체영화가 디지털 3D며, 3D 상영관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다. 3D 입체영화는 안경을 쓰고 관람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채도, 명도 등이 영화의 오리지널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감안해 조금 수정된 밝기로 상영을 하지만, 입체안경이 어떤 식으로든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에 2D에서와 같은 찬란한 빛과 화려한 색감을 만끽하기는 어렵다. 판도라 행성의 신비로운 느낌이 약간은 절제되어 있고, 나비족 특유의 파란색 피부나 노을, 화염 등 원색의 표현 역시 2D에 비해서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색감이나 밝기에서의 부족함은 입체감으로 채워진다. 단순히 스크린을 창문으로 여기고 그 너머의 입체영상을 보던 기존의 3D 입체영화들과는 달리, 마치 판도라 행성에 있는 듯한 공간감을 준다. 판도라를 덮고 있는 울창한 밀림은 눈 앞에 있는 듯 생생하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나 뛰고 달리는 등의 움직임 또한 역동적이다. 또한 입체효과를 잘 살린 수면캡슐 장면의 깊이감이나 폭발 장면에서 객석을 향해 파편이 튀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의도적으로 입체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입체감을 주기 때문에 눈의 적응도 편하다. 또한 masterimage 3D의 입체안경은 편광을 이용한 Passive Glass 안경으로 무게가 가볍고, 플리커 현상도 적어 2시간 40분 동안 편안한 관람 환경을 만들어준다.
아쉬운 점은 전반적인 색 톤의 감쇄다.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만드는 방식에서도 효과적이지 못하다. 색이 변하거나 어둡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2D에서 보여줬던 색감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관람 중간에 안경을 벗는다면 그 차이가 더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이는 3D 입체상영이 기존보다 조금 더 밝게 상영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또 영사기 자체에서 효과를 주는 방식이어서 가운데에 비해 사이드 좌석은 입체 효과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CGV 중에서도 대형 스크린인 스타리움은 masterimage 3D가 아니기 때문에 좌석의 위치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디지털 3D는 대형 스크린보다 일반적인 사이즈의 스크린에 보다 효율적이고, 그만큼 집중력도 높은 편이다.
초대형 스크린을 통한 공간감
디지털 3D: CGV 영등포 스타리움
디지털 3D: CGV 영등포 스타리움
같은 디지털 3D지만, CGV 영등포 스타리움에서 <아바타>를 본 이유는 초대형 스크린에 대한 차이와 Nestri 3D의 성능을 보기 위함이다. 국내의 모든 CGV는 masterimage 3D를 채택하고 있지만, 초대형 스크린인 CGV 영등포 스타리움은 Nestri 3D를 채택하고 있다. Nestri 3D는 이 외에도 씨너스와 영화진흥위원회 시사실 등에 설치가 되어 있다. Nestri 3D는 안경의 셔터를 이용한 Active Glass 방식이라는 점이 큰 특징이다. 그런 이유로 큰 공연장에 어울리고 빛이나 색을 이용하는 Passive Glass에 비해 좌석의 위치에 따른 불이익이 적은 편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대형 사이즈에서 느껴지는 안정적인 입체감이다. 앞쪽 자리만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사이드 좌석에서도 입체감이 잘 느껴진다. 중앙 위치의 경우는 한 눈에 스크린이 다 들어오지 않아, 좌우로 고개를 돌리면서 볼 정도로 실질적인 공간감도 느낄 수 있었다. 실제 판도라 행성에 있다는 느낌이 느껴졌으며, 입체효과를 노린 의도적인 장면들도 그 효과가 더 강하게 전해졌다.
하지만 스타리움과 같은 초대형 스크린에서의 효과라는 점은 한정적이기도 하다. 크기에서는 만족스러웠지만 디테일에서는 아쉬움도 있다. 입체안경을 착용하는 3D 입체영화의 특성상 명도와 채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스타리움에서는 그 차이가 더 컸다. CGV 왕십리의 디지털 3D와 비교해서도 더 어둡고, 심지어 변색되는 부분도 있었다. 제이크가 홀로 남는 밤 장면의 디테일은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나비족의 밝은 푸른색의 피부도 생기가 없었다. 영혼의 나무와 판도라 행성의 화려한 발광체 식물들 모두 밝기가 떨어져 신비감이 덜했고, 빠른 액션 장면 역시 역부족이었다. 또 붉게 타오르는 석양이나 폭격 후의 암담한 회색톤 역시 그 효과를 잘 살리지 못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안경에 있다. 셔터 방식의 안경은 3D를 위한 모든 기능을 담고 있어 안경의 무게가 상당하다. 50g이라는 수치는 얼핏 보기엔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2시간 40분을 착용하고 있으니 코와 귀에 통증이 느껴졌다. 안경의 코 받침대가 고무로 되어 있지만 그 간격이 너무 좁아 빨갛게 자국이 생긴 이들도 많았다. 여기에 플리커 현상도 거슬린다. 영화 도입부 수면캡슐에서 깨어나는 부분처럼 흰색으로 된 입체 영상은 한계 헤르츠를 넘어 번쩍이는 플리커 현상이 감지되기도 했다. 또 안경 가운데에 센서가 있어 머리나 모자를 만지면서 센서를 가리면 순간적으로 3D 효과가 사라진다.
CGV 영등포 스타리움에서의 <아바타>는 거대한 스크린에 어울리는 입체감이 공간감으로 이어지는 진기한 체험은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디지털 3D에 비해 상대적으로 채도와 명도가 더 낮아 화면의 색과 밝기가 불만족스럽다. 안경의 무게 역시 장시간 영화를 보는 데 불편함이 있다. 단순히 사이즈만을 원한다면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영상의 디테일과 편한 관람을 원한다면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아바타>를 관람하는 최적의 환경
IMAX DMR 3D: CGV 왕십리
IMAX DMR 3D: CGV 왕십리
과거 IMAX는 일반 상영관과는 다른 커다른 스크린의 압도적인 스케일이 강점이었다. 3D 입체영화가 아니어도 <스파이더맨> <트랜스포머> <2012>와 같은 스펙터클한 영화들은 IMAX에서 보면 기존의 영화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D 입체영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스케일의 문제만은 아니다. 상영방식이나 입체안경 등에서도 디지털 3D와는 다른 차원을 보여 준다.
3D 입체영화답게 IMAX DMR 3D 역시 안경을 쓰고 본다. 기존의 입체안경들보다 훨씬 크지만 무겁지 않고, 명도나 채도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Passive Glass 방식이기 때문에 안경 자체에 특별한 기능이 들어가지 않고, 두 대의 영사기를 사용해 왼쪽과 오른쪽 영상을 각각 영사하기 때문에 밝기나 색감에서도 유리하다. 입체감은 입체감대로, 색감과 영상미는 그 나름의 특징을 잘 살려서 즐길 수 있다. 입체효과 위주의 장면은 물론, 파란색과 빨간색 등 원색을 강조한 이미지들도 영화의 본래 의도를 잘 전한다.
물론 중간에 입체안경을 벗고 이미지를 본다면 쓰고 있을 때보다 보다 밝고 선명한 영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디지털 3D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그 차이가 적다. 나비족의 생기 있는 피부색, 발광하는 식물 등 판도라 행성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으며, 마지막 전투의 경우, 할렐루야 산을 배경으로 벌이는 추격전이나 밀림에서의 총격전 등에서 안정적인 이미지와 효과적인 입체감을 모두 살렸다. 밤이나 실내에서의 디테일은 물론이고, 초반에 등장하는 태나토어와의 추격전과 같은 빠른 움직임도 잘 포착한다. 판타지 영화로서의 특성과 액션 영화의 박진감을 모두 소화한다.
하지만 IMAX DMR 3D의 최대 약점은 자막이다. 3D 입체영상에 자막은 2D로 입혀 있기 때문에(자막이 화면의 기준점(앞으로 튀어 나와 보이거나 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중간 지점)에 머물러 있다) 자막보다 앞에 나오는 영상과 자막 뒤로 나오는 영상 등으로 인해 자막을 읽을 때 심한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간혹 순간적으로 초점이 흐려져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반면 중간에 등장하는 영어 자막(나비족의 언어를 영어 자막으로 표시한 부분)은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기본적으로 입체영화에서 자막은 모든 입체영상보다 앞에 나와 있어야 읽기 편하다. 만약 여러 형식으로 중복 관람을 한다면 IMAX DMR 3D는 마지막에 볼 것을 권한다. 자막을 집중해서 읽기 보다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에 영상의 재미만을 본다면 감점 요소가 없을테니 말이다.
IMAX DMR 3D는 <아바타>를 보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화면 사이즈는 물론, 입체감과 색감 등 영화의 오리지널 표현에서도 차이가 적다. 입체안경 역시 부담스럽지 않고 눈의 피로도 적다. 단지 사이드나 앞자리에서 보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편광을 이용한 입체효과이기 때문에 자리에 따라서 약간의 다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이드 자리에서 볼 경우는 스크린 경계 부분의 매끄럽지 않은 화면 처리가 눈에 거슬릴 수도 있다.
2010년 1월 8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사진제공_CGV, 메가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