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가져온 3D 입체영화 신드롬
2009년 8월 21일 ‘<아바타> 데이’는 결국 영화계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 시작이었다. 12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 제임스 카메론은 자신 있게 영화의 미래는 3D라며, <아바타>의 맛보기 영상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는 영화 관계자는 물론, 극장 관계자와 관객들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배급사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며, 영화관은 넘쳐나는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해졌다. 그리고 영화관의 기술자들이자 진정한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는 영사기사들과 각 멀티플렉스 본사 기술담당자들이 진정으로 바빠졌다. 지금까지 영화계에서 항상 뒷전에 밀려있던, 아니 관심조차 받지 못하며 어둠 속에서 일하던 그들이 최근 가장 핫한 사람들이 됐다. 여기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업체들 역시 변화의 중심에 섰다.
<아바타> 개봉 일주일 전부터 예매전쟁이 시작됐고, 그 예매전쟁의 꼭짓점에는 IMAX DMR 3D라는 전무후무한 라지포맷(Large Format)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명당 자리는 애초에 씨가 말라버렸다. 대체 <아바타>는 왜 이런 상황까지 만들게 됐나? 3D 영화라서? 제임스 카메론이라서? 풀 3D 실사 영화여서? 뭐 하나같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세 가지를 하나씩 볼 때와 하나로 합쳤을 때의 임팩트는 차이가 크다. 제임스 카메론이 만든 현대의 CG 기술로 이룩한 풀 3D 실사영화영화이기 때문에 이러한 광풍이 이는 것이리라. 더욱이 영화 자체의 후폭풍 역시 무시 못 할 돌풍이기에, ‘기대치에 대한 광풍+입소문에 의한 돌풍’이 지금의 <아바타> 명당자리 품귀 현상의 원인이 된 것이다.
3D 입체영화의 기본적인 이해와 IMAX 3D
그렇다면 3D 입체영화의 기본 원리부터 알고 시작하자. 이 기본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쉬운 방법은 한쪽 눈을 가리고 사물을 보는 것이다. 우리 눈은 오른쪽, 왼쪽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사이 공간만큼의 시야각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시야각은 각각의 뇌로 들어가 이미지화되고 두 상이 합성돼 정확한 Z값(깊이)의 좌표를 만들어 눈과 손과 발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눈은 하나만 있어도 어느 정도의 거리감과 입체를 느낄 수 있지만, 3D 입체영화의 원리는 두 눈으로 사물을 보는 원리를 따른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영화에 적용할 것인가? 원칙적으로는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영상(오른쪽 눈과 왼쪽 눈에 보인 각각의 영상)을 관람자 앞에 뿌려줘야 하며, 이 두 상을 하나로 합쳐주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보는 스크린이란 것은 X값(가로)과 Y값(세로)만 존재하는 명확한 2차원의 세계다. 간격 차가 존재하는 두 개의 영상을 그냥 맨눈으로 본다면 우리 눈은 간격 차(정확히 표현하자면 스크린에 좌우로 표현된 두 영상이 입체로 보이는 게 아니라 초점이 안 맞는, 그냥 눈이 아픈 두 가지 영상으로)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영상을 하나로 합쳐 뇌에 전달하는 과정을 거쳐야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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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본다면 3D 입체영화의 필요조건은 다음과 같다.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영상(배급사 제공), 그 두 영상을 뿌려줄 영사기, 그 두 영상을 효과적으로 합쳐줄 장비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들을 통해 3D 입체영화의 기술 분류를 할 수 있다. 영상의 경우는 배급사에서 제공하니 이에 대한 기술적 방식은 사실상 없다고 할 수 있고,(소프트웨어의 문제) 하드웨어인 영사장비로 분류하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기본 원리에 가장 충실한, 두 개의 상을 두 개의 영사기로 영사하는 ‘듀얼 프로젝션’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하나의 영사기를 사용하지만 별도의 장비나 튜닝을 통해 3D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 ‘싱글 프로젝션’ 방식이다. 또 두 개의 상을 하나로 합치는 역할을 하는 장비가 입체안경인데, 안경의 기능에 따라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고 빛이나 색만 걸러주는 ‘Passive Glass’ 방식과 안경 자체가 특별한 역할을 하는 ‘Active Glass’ 방식이 있다.
그럼 이제 각각의 종류에 무엇이 있는지 보자. 우선 이것을 알아보기 전 현재 국내 영화관에서 적용된 3D 입체영화의 상영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현재 국내 영화관에 설치된 3D 입체영화 기술 종류는 IMAX DMR(MPX) 3D, IMAX Digital 3D, realD, masterImage 3D, Dolby 3D, NESTRI-3D 이렇게 6가지가 존재한다. 아래의 표는 각 6가지 종류가 각기 어떤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듀얼 프로젝션 방식은 IMAX 포맷뿐이라는 것이고, 액티브 글래스 방식은 NESTRI-3D뿐이라는 것이다. 또 아직은 안경을 쓰지 않고 3D를 구현 할 수는 있는 영화관은 없다는 것이다.(아마도 수년간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우선 3D 입체영화의 기본인, 같지만 다른 두 개의 상을 뿌려주는 영사기의 경우, 완벽하게 독립된 두 개의 영사기를 사용하는 듀얼 프로젝션 방식은 애초에 3D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여기서 하나, “IMAX DMR 영화관에 있는 IMAX MPX 영사기는 한대인데, 왜 듀얼 프로젝션이라고 불리냐?”는 의문이 생긴다. 사실 IMAX MPX 영사기는 얼핏 보면 한대의 영사기처럼 보이지만, 이 IMAX MPX 영사기는 내부에 두 개의 별도 램프 하우스와 두 개의 렌즈 마운트, 두 개의 필름 장착부를 지니고 있는 명백히 두 대의 영사기라 할 수 있다. 반면 같은 IMAX지만 IMAX Digital(현재 국내 IMAX Digital은 CGV광주터미널에만 설치되어있다.)은 IMAX 2K Digital 영사기를 좌우로 두 대를 설치하여 외관상으로도 명백히 2대의 영사기를 사용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IMAX DMR 3D와 IMAX Digital 3D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 둘은 영사기에서도 차이를 보이지만, 소스 자체도 다르다. IMAX DMR 영사기는 15/70(15개의 퍼포레이션/70mm필름) IMAX Film이 장착되는 영사기를 의미하며, 동시에 소스 포맷도 이와 같다. 하지만 IMAX Digital은 말 그대로 필름이 아닌 디지털 파일(File)로 상영된다. 포맷의 우수성은 절대적으로 15/70 IMAX Film가 월등하다. 현존하는 모든 상업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매체를 통틀어 15/70 IMAX Film보다 더 큰 판형의 아날로그 매체도, 디지털 매체도 없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현재 상영되는 디지털 시네마의 패널크기 자체도 4K에 이르러서야 35mm 필름과 같은 수준이 됐다. 하지만 15/70 IMAX Film은 35mm필름의 판형보다 9배 이상 큰 판형이니 비교가 안 된다. 또한 DMR방식과 Digital방식은 영사기가 지니는 램프의 용량에서도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DMR 방식에서 사용되는 MPX영사기의 램프밝기는 Digital방식에 비해 월등히 큰 용량의 램프가 사용되고 있어, 두 포맷의 질적인 차이는 명확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차이에 비해 체험적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긴 하다.
싱글 프로젝션을 중심으로 한 치열한 3D 기술
싱글 프로젝션방식은 어떤가? 현재 디지털 시네마에서, 그리고 영화관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싱글 프로젝션 3D 기술이다. 그야말로 ‘전장의 한가운데’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기술들이 등장하고 접목되고 있으며, 여러 업체들의 뜨거운 홍보 또한 치열하다. 그만큼 싱글 프로젝션을 이용한 3D 기술은 다양하지만, 그 중 국내도입이 되어 있는 기술은 위에 설명된 4가지이며 이들의 기본원리는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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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광을 이용한 Passive Glass 3D
가장 보편적인 기술인 편광을 이용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듀얼 프로젝션 방식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영사기는 한 대뿐이지만, 보이는 빛을 시간차로 분리해서 보여주는, 빛의 개폐를 이용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듀얼 프로젝션과 같은 방식이지만 한 대의 영사기를 이용하여 영사기의 렌즈 앞에 특정 장치를 설치, 이를 개폐시켜 특정 빛만 투과시킨다. 그런 이유로 3D 구현에서 근본적으로 듀얼 프로젝션 방식에 비해 밝기에 문제를 지니고 있다. 또한 한 대를 이용해 시간에 따른 개폐가 이루어짐으로 듀얼 프로젝션에 비해 눈이 받아들이는 프레임의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위 두 가지는 모든 싱글 프로젝션 방식의 공통된 문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평관필터를 이용하는 안경 자체도 단가가 저렴해 분실 시에도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이 방식으로 대표되는 것은 masterImage 3D와 realD로, 가장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다. 현재 국내 영화관에서는 realD는 롯데시네마, masterImage 3D는 CGV에서 주로 채택하고 있다.
- 색 분리를 이용한 Passive Glass 3D
이 방식은 과거 3D 방식이던 적, 청의 색 분리방식이 진보한 것으로 편광을 이용한 빛의 분리가 아닌 색을 이용한 상의 분리를 통해 3D를 구현하는 방식이다. 하나의 프레임에 있는 세 가지색 RGB와 또 다른 프레임에 있는 RGB를 분리하여 입체감을 형성하는 3D 방식으로 비교적 최근 영화관에 도입되었다. 기본적으로 영사기 앞에 무언가를 설치하여 빛을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밝기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색 분리 방식은 Dolby 3D이며, 이를 적용한 영화관은 Cinus 체인이 대부분이라 할 수 있다.
- 안경의 셔터를 이용한 Active Glass 방식 3D
위의 두 방식들은 모두 영사기 쪽, 그러니까 상영이 되는 쪽에서 어떤 기술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라면, 이 방식은 관객 쪽에서 무언가가 이루어지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바로 안경인데, 안경 안에 셔터가 내장되어 있어 해당프레임에 따라 On/Off(개폐)가 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렇기에 위의 방식에 비해 밝기에서 더 자유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밝기는 3D 입체영화의 핵심 키워드다.) 실제 싱글 프로젝션 방식 중 가장 3D 입체감이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의 문제는 위의 방식보다 비싼 비용이다. 안경 자체에 기술이 적용되기에 좌석수가 많은 영화관이라면 좌석 수만큼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안경 분실에 따른 리스크가 가장 크다. 안경에 대한 정확한 금액을 알려드리기는 어려우나 대략적으로 그 금액이 만 단위가 아니라는 점은 알려드릴 수 있겠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이 기술이 접목된 영화관이 있다면, 상영관 이동이 자유로워 스코어에 따른 유동적인 상영관 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국내에 적용된 이 방식은 NESTRI-3D이며, 이 기술을 이용한 영화관은 CGV 영등포 스타리움, Cinus 이수, Cinus 원주, 서울극장 등 4곳이고, 영화진흥위원회 시연룸에도 설치되어 있다.
위의 방식들 중 masterImage 3D와 NESTRI-3D는 순수 국산기술로 만들어진 것으로, 해외에서도 그 기술을 입증 받고 있다. 특히 masterImage 3D는 그 범용성으로 본다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보급된 3D 입체영화 기술이라 할 수 있다.(현재 국내에만 약 80여개 스크린에 설치됨) <아바타>를 보기 위해 3D 개봉관을 찾는 이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용산이나 왕십리에서 보는 IMAX 3D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겠지만, 이에 못지 않은 큰 화면으로 3D를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CGV 영등포의 스타리움관도 제격이다. 초대형 화면이 아니더라도 많은 디지털 3D 상영관들 역시 <아바타>의 영상 혁명을 즐기기에는 안정적이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2D와는 다른 재미와 감동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망설이면 늦는다!
<아바타>가 만들어놓은 3D의 물결은 쉽사리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개봉 3일 만에 100만을 돌파해버린 현 시점에서, 3D상영관과 2D상영관의 스코어가 분리되어 나오진 않았지만 상당수의 <아바타> 상영관들이 3D 상영을 채택하고 있는 현실이다. 3D의 도입은 앞으로 디지털 시네마와 함께 피할 수 없는 물결이 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장벽 또한 존재한다. 비용의 문제, 비용 증가에 따른 관람료의 인상 문제, 그로 인한 관객수 저하 문제,(현재 3D상영의 최소 관람비용은 12,000원으로 일반 2D 상영에 비해 1.5배 비싼 관람료다.)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엔지니어들의 마인드와 사고 대처 문제, 영사실의 인원 확충과 인력 쇄신의 문제, 아직 명확히 표준이라는 것이 없는 우후죽순의 3D 방식으로 인한 퀄리티 차이로 인한 오해 문제, 장비 관리 소홀, 특히나 안경의 상태에 따른 관객들의 불만과 분실 리스크, 4K영사기에 아직 적용이 어려운 점(왜 메가박스에서 3D상영이 별로 없는지를 돌이켜 보면 알 것이다.)들과 같은 여러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3D 입체영화가 가지는 절대적 장점인 컨텐츠의 완벽한 보호와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체험하게 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이후로 3D 입체영화는 급속도의 성장세를 띄고 있다. 특히 올해 개봉한 3D 입체영화들을 보면 더욱 절감하게 된다. 물론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때, 디지털 시네마가 향후 5년 안에 전 상영관이 디지털 시네마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는 않았다. 또 다시 별도의 자본이 투입되는 3D 역시 생각보다 더딘 진행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영화 상영 기술의 대세는 디지털과 3D라는 점이고, 앞으로 이러한 경향은 지속될 것이다. 물론 초기 투자가 꼭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영화관 입장에서는 관객을 놓치게 되고, 관객 역시 3D 입체영화가 상영되는 그 당시에 보지 않으면 다시는 볼 기회가 없기 때문에(부가판권 시장에서 3D를 완벽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다행히 2010년부터 가전사들은 3D TV를 발표하고 있다.) 개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관객이든 영화관이든 제작사든 망설이면 늦는다. 그리고 늦으면 도태되고 만다.
2009년 12월 23일 수요일 | 글_김만혁 www.tinman.co.kr (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