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음악이 좋아서 거리 공연을 펼친 ‘좋아서 하는 밴드’. 점점 알아봐주는 팬들도 생길 정도로 유명해진 그들은 서울을 벗어나 제천, 부산 등으로 거리 공연을 다닌다. 그들은 길을 떠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작은 문제들이 일어나고 급기야 팀의 불화로 번진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조준호, 손현, 황수정, 안복진 이 네 명이 모여 만든 ‘좋아서 하는 밴드’를 주인공으로, 그들이 떠나는 음악 여행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동행하며 여행을 즐기려 했다는 두 감독은,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이 생겨 그들의 여정을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 갑자기 시작된 작업이라 촬영준비가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던 탓에 두 감독은 일반 캠코더부터 디지털 카메라, 핸드폰 등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기들을 모두 사용해 촬영했다. 그런 이유로 종종 영상이 흐리거나 음성이 잘 안 들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요소들이 다큐멘터리다운 맛을 살려 당시의 상황을 생동감 있게 전하기도 했다. 특히 부산으로 가는 도중 차에 불이 붙는 위험 천만했던 일이나 해운대 게릴라 공연 당시 구청직원과 벌였던 몸싸움 등은 실제 겪었던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극적인 재미를 전한다.
행사나 거리 공연 때 부르는 그들의 음악은 보는 이들에게 흥겨움을 안겨준다. 음악이 시작되면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이고, 탁 트인 공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자유롭게 즐긴다. 영화는 ‘좋아서 하는 밴드’의 공연으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속 공연을 이어가는 밴드를 통해서는 진정 좋아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가 90분 동안 그들의 흥겨운 무대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베이스를 맡고 있는 수정이가 팀을 나가겠다고 하며 갈등을 겪고, 자신들의 음악을 들어주지 않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을 통해서는 씁쓸한 느낌을 전한다. 영화는 아무리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힘든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사실도 보여준다. 또한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것도 말한다.
<좋아서 만든 영화>는 콘서트 장면 이후부터 영화의 중심 모태인 좋아서 하는 일에 대한 의미가 해소 되면서 다소 흡입력이 떨어진다. 콘서트 이후 밴드의 행보를 따라가는 영화는 그들의 심도 있는 인터뷰로 좀 더 확실한 답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소 의미 부여가 동어반복적으로 들리는 아쉬움이 있다.
2009년 12월 18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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