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우리에게 쿠바는 어떤 나라인가? 체 게바라, 사회주의국가, 라틴 음악 등 쿠바는 상징적인 언어로만 인지되어 있는 나라다. 그 곳에 한국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면 믿겠는가? <시간의 춤>은 한인 5세까지 이어지고 있는 그들을 만나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1905년, 돈을 벌기 위해 제물포항에서 멕시코를 거쳐 300여명의 한인들이 쿠바에 정착한다. 그 곳 에네껜 농장에서 노예처럼 일을 해도 돈을 벌어 고국에 갈수있다라는 꿈 하나만을 갖고 버텨갔던 그들은 후손들을 남긴 채 타국의 땅에 묻힌다. 영화는 학교를 세워 우리말을 가르치고 고국의 독립자금도 보내며 체 게바라의 혁명에도 동참하는 등 자신들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굳굳하게 걸어온 한인들의 삶을 소개한다.
쿠바의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된 <시간의 춤>은 <거미숲> <마법사들>를 만든 송일곤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은 한인들의 생생한 모습과 이야기들을 담기 위해 쿠바 현지 올 로케이션으로 4주간 촬영했다. 영화는 지금의 그들이 있기까지 삶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상자에 숨어 이곳으로 건너온 빠쓰또라 할머니, 4번의 결혼을 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세실리오 할아버지, 평생 에네켄 농장에서 일을 한 디모테오 할아버지, 자신이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발레리나 디아넬리스까지 그들의 기억은 관객을 자연스럽게 그 때의 시간속으로 데려간다.
<시간의 춤>에서의 음악은 단편소설을 읽는 것 같은 영화속 이야기의 매력을 더한다. 각 이야기마다 제목이 있고 분위기를 암시하는 음악의 쓰임은 관객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더 나아가 영화의 음악은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흥겨운 음악을 부르고 연주했던 한인들의 삶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8살 무렵 칠레로 이민을 떠나 10여 년 동안 라틴음악을 접했던 방준석 음악감독의 참여는 영화에 힘을 더한다.
<시간의 춤>은 내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영화속 ‘이야기 하는 여자’인 이하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그들의 삶을 빼놓지 않고 또박또박 들려준다. 쿠바에서 일어났던 슬픔과 괴로움의 일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관객의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또한 ‘편지 읽는 남자’인 장현성은 진실한 마음이 담긴 러브레터를 읽으며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쿠바 혁명에 가담해 고위직을 역임한 헤로니모 임과 그의 부인이 주고 받았던 2통의 러브레터는 인생에 있어 사랑이란 감정을 일깨워 준다.
결과적으로 <시간의 춤>은 고통의 시간을 버텨온 그들의 이야기로 사랑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전한다.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시간들이 쌓여 오늘날 평화로운 쿠바의 모습을 보여주듯 영화는 그들 또한 시련의 나날을 거쳐 오늘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수많은 세월동안 죽지 않고 이어져온 시간의 춤은 그래서 가슴에 와닿는다.
2009년 12월 3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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