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에릭 바나)는 시간 여행자다. 어렸을 적 교통사고 때부터 시작된 시간 여행은 그의 삶에 일부분이 된다. 그러나 말만 시간 여행이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는 언제나 고초를 겪는다. 그러던 어느날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헨리는 운명의 그녀 클레어(레이첼 맥아덤즈)와 만나게 된다. 클레어는 미래의 헨리가 시간여행을 통해 자신을 만나왔다고 밝힌다. 그날 이후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이내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나 헨리의 시간여행으로 인해 항상 행복할 것 같은 결혼생활은 삐걱거리고 그들의 사랑은 위태로워진다.
2003년도 오드리 니페네거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영화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시간 여행자라는 독특한 소재로 시간을 넘나드는 애절한 사랑을 그린 원작은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야기에 매료 당한 브래드 피트는 거액의 판권료를 지불하고 이 영화를 통해 제작자로 변신했다.
극중 시간여행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결혼을 한 후에도 헨리의 시간여행은 계속된다. 식사준비를 할 때도, 목욕 중에도 심지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그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의 시간 여행이 빈번할수록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클레어. 이로 인해 잦은 다툼이 일어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소중함을 알아가면서 남들과 다른 그들만의 사랑을 이어나간다. 이처럼 시간여행은 그들을 외로움의 시공간으로 빠뜨리지만 동시에 서로 그리워하는 간절함을 느끼도록 만든다. 또한 영화 속 시간여행은 멜로요소에만 국한되지 않고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는 소재로 사용된다. 현재의 헨리와 크게 다툰 클레어가 과거의 헨리에게 위로를 받거나, 결혼식 날 시간여행을 떠난 현재의 헨리 대신 미래의 헨리가 참석한다는 설정은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한다.
하지만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소재만큼 특별한 멜로 영화가 되지 못한다. 물론 강한 인상을 남겨주는 장면이나 극중 갈등요소로 극적 긴장감은 존재한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원작이 영화로 각색되면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매력을 제작진이 정확히 간파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시간여행자의 아내>라는 제목만 봐도 이야기의 주체가 헨리가 아니라 클레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작에서는 여성 작가인 오드리 니페네거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인해 홀로 남겨진 클레어의 슬픔과 헨리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잘 보여줬다. 이와 반대로 영화는 헨리를 주체로 시간여행자로서의 고된 삶과 그의 사랑을 부각시키며 클레어의 감정선은 어디론가 사라진다. 결국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원작의 매력을 증발시키는 아쉬움을 남긴다.
2009년 11월 2일 월요일 |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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