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프레젠테이션에 <아이 엠 러브>를 상영하게 된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 기자회견은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직접 감사를 전하는 인사로 시작됐다. <아이 엠 러브>는 이태리 상류 재벌가문의 몰락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탁월한 영상미와 빼어난 연출력, 그리고 뛰어난 연기가 돋보이는 수작이다. <아이 엠 러브>는 연출자이자 극작가, 프로듀서로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5번째 연출작이자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4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 엠 러브>는 지난 해 <마이클 클레이튼>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틸다 스윈튼의 호연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아이 엠 러브>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실험적이고 젊은 감각을 지닌 영화에게 수여하는 오리종티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에 오게 돼서 굉장히 기쁘다.”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아이 엠 러브>를 상영한 건 베니스영화제, 토론토영화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보여드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마치 처음으로 프레젠테이션하는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상영과 GV를 갖기도 했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관객이 영화에 강렬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본다는 게 굉장히 기뻤고 덕분에 안심이 됐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같은 한국영화를 통해 위대한 영감과 지식을 얻었다.”며 한국영화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드러냈다.
틸다 스윈튼 역시 첫 방한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한국에 오게 된 것에 대해선 기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 훌륭한 한국영화 덕분에 한국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직접 와서 기쁘다.” 또한 “<아이 엠 러브>로, 그리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 함께 한국을 찾게 되어 더욱 기쁘다.”는 틸다 스윈튼은 “우린 이미 두 번의 작업을 함께 했었기 때문에 그만큼 <아이 엠 러브>는 우리 파트너십이 어느 정도 성숙해졌는지 느끼게 만들어준 작품이다.”라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을 밝혔다. 처음으로 찾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도 깊은 호감을 드러냈다. “이 영화제가 영화적 갈등이 많은 영화광들을 위한 영화제라는 걸 알게 됐다. 열정적인 관객들을 만났고 이 자리에 오게 되니 같은 여정을 보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같다.”
|
한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돈도 문제지만 특별한 것을 해낼 수 있는가가 더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아이 엠 러브>에서 캐릭터만큼이나 중요했던 다른 요소들의 활용을 위해 고심했다. “집은 또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다. 그래서 출연료를 주듯 임대료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말처럼 <아이 엠 러브>는 집의 역할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영화다. 그만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자신의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밀란이나 북구 이태리에 있는 저택을 수년간 돌아다녔고 관련 책도 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관련 서적을 하나 사서 봤는데 바로 지금 그 집을 발견했다.”
한편 <아이 엠 러브>의 결말부에 등장하는 존 아담스의 음악을 사용하기까지의 비화를 이야기했다. “현재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라고 불리는 존 아담스의 곡을 듣게 됐는데 듣자마자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다. 틸다 스윈튼과 함께 작곡가를 찾아가 사용 허락을 받았고 그 음악을 바탕으로 영화를 작업했다. 음악을 틀어놓은 상태에서 연기도 하고 카메라도 움직였다. 이걸 하모니 디렉션이고 부른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설명이다. “길거리에서 마지막 촬영할 때 루카를 쳐다보고 말했다. 작곡가한테 연락해야 한다. 이 음악을 못 쓰면 이 영화는 망한다.”라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게 건의했던 틸다 스윈튼은 “존 아담스가 같이 일하자고 말할 때 자랑스러웠다.”며 소회했다.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영화 크레딧에 자기 이름을 올리도록 허락해준 첫 영화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
전세계적인 활동 경력을 지닌 틸다 스윈튼은 예술에 대한 뚜렷한 의식을 어필했다. “예술에 국가적 특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계를 긋고 싶다면 그 경계가 수평적으로 그려진다고 생각하는 게 편할 것이다. 고립되는 건 돈이 없는 것보다도 예술가에게 위험한 일이다. 주위를 둘러보고 영화뿐만 아닌 예술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 볼 수 있다면 평생 외롭지 않을 거다.” 동시에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나는 제작자이자 예술가의 모델이며 간혹 작가를 충고하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내가 배우 역할만 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리고 내게 가장 맞는 일도 아니다. 유럽에 와서 몇 명의 감독과 장기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것도 그곳이 내게 편한 집처럼 느껴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내가 본 한국영화들은 미학적인 개성이 강했다. 내가 보지 못한 한국영화가 굉장히 많다는 걸 알지만 박찬욱 감독이나 <괴물>같은 영화를 보면 세계 영화산업에서 크게 알려진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예술적인 영화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그런 한국영화를 지지해준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한국영화에 대한 우호적 시선을 지닌 틸다 스윈튼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기자회견을 끝으로 영화제 공식 일정을 모두 마쳤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틸다 스윈튼과 루카 구아다니노는 영화로만 접했던 한국을 보게 된 셈이다.
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 취재: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2009년 10월 15일 목요일 | 사진: 권영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