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SF블록버스터와 더불어 여름 극장가에서 빠지지 않는 종류의 영화들이 있다. 시원하고 멋진 휴양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그것이다. 이미 2년 전에 DVD로까지 출시된 미국보다 무려 4년이나 늦게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 <러브렉트>는 그야말로 여름 휴양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단순한 청춘 로맨틱 코미디다. 유치할 정도로 단순한 스토리와 황당무계한 전개에, 뻔뻔해 보일 정도로 과장된 캐릭터까지 마치 80분짜리 미국 시트콤 한 편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그럼에도 멋진 휴양지를 배경으로 화면을 한가득 채우는 눈요깃거리만큼은 나름 제 값을 한다.
절친하지만 친구 이상은 아닌 이성관계의 제니와 라이언은 여름방학을 맞아 카리브해에 위치한 선빌리지 비치 리조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평소 가장 흠모하던 세계적 록스타 제이슨을 만나게 된 제니는 갖가지 방법으로 그의 환심을 사려 노력하고, 그러던 중 우연한 사고로 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러브렉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톱스타와 함께 무인도에 가게 된다면?’이라는 엉뚱하면서도 흥미로운 발상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다소 비현실적이고, 엉뚱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소재로서는 손색없는 발상이다.
하지만 영화는 지나치게 과장되고 황당한 설정의 연속과 식상한 마무리로 허무맹랑함만 남겨준다. 둘만의 시간을 지키기 위해 제이슨에게 비밀을 만들게 되는 제니, 제이슨을 사이에 둔 연적 알렉시스의 갑작스런 합류와 사랑 쟁탈전, 진정한 사랑의 의미 찾기에 대한 별 볼일 없는 결말까지 몇 편의 짤막한 개그콩트를 연결시킨 듯한 스토리 전개는 어느 하나 개연성을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특별한 매력도 없이 시종일관 몸 개그만 보여주는 주인공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로맨틱함과 발랄함 보다는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만 보여주는 아만다 바인즈의 연기 역시 일찌감치 그 매력을 잃어간다.
알찬 스토리가 주는 재미보다 화려한 로케이션이 주는 눈요깃거리를 우선으로 삼는 여느 영화들처럼 <러브렉트> 역시 시원시원한 화면만큼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사실 태국, 하와이, 지중해의 멋진 휴양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은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러브렉트>의 화면들이 나름 이국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에겐 꽤나 생소한 카리브해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대부분은 도미니카 공화국, 푸에르토 플라타에 있는 선빌리지 비치 리조트와 카리브해의 섬에서 촬영되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북쪽 해안에 위치한 푸에르토 플라타는 미국과 캐나다인들에게 신혼여행지 1순위로 꼽히기도 하는 곳. 이곳의 넓은 백사장과 숲, 비치 리조트와 그 풍경, 바다 속 모습까지 그대로 담아 낸 화면은 보는 내내 다양한 볼거리와 무더위를 잊을 만한 시원함까지 선사한다.
한마디로 영화 <러브렉트>는 허무맹랑한 웃음과 카리브해의 눈요깃거리로만 가득한 80분짜리 로맨틱 시트콤같은 영화다. 그러니 드라마틱한 스토리나 매력 만점의 캐릭터를 기대하는 로맨틱 코미디 마니아들이라면 일찌감치 그 기대치를 낮춰주시길 바란다. 스타와 팬의 로맨틱한 상상은 <노팅힐>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고, 나름 헐리웃 로맨틱 코미디의 블루칩이라 불리는 아만다 바인즈의 매력 또한 왕년의 줄리아 로버츠나 카메론 디아즈와의 그것과는 비교조차도 민망할 따름이니 말이다.
2009년 8월 25일 화요일 | 글_김진태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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