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에 이어 5년 만에 찾아온 후속편은 전작에서의 마지막 시퀀스를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한다. 레이토(데이빗 벨)는 전작에서 다미엔(시릴 라파엘리)과 손잡고 13구역을 구했지만 그의 처우는 개선된 게 없고 13구역 역시 3년 전과 나아진 것 하나 없다. 정치인의 건망증은 비단 프랑스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지만 토사구팽 대우를 당한 것이다. 사건의 시발점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1998)의 초반 시퀀스와 흡사하다. 레이토의 손에 우연히 쥐어진 영상은 프랑스 국가안보부 DISS의 치부를 드러내는 영상, 레이토는 영문도 모르고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마약소지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체포된 다미엔을 구출하고자 경찰서라는 호랑이굴로 달음박질한다.
전편 이후 3년이 흐른 시점인 2013년이라는 시점에서 출발하는 속편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파쿠르 액션의 향연으로만 점철된 단순한 영화는 아니다. 세계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관광 명소인 프랑스 파리가 Del 버튼 하나로 깨끗하게 지우고픈, 일종의 격리 지역인 13구역. 이 13구역은 흑인과 황인, 이슬람계와 같은 유색인종 혹은 프랑스 사회에서 격리당한 청춘들이 삶의 분노를 폭력으로 곰삭히며 이상발효되고 만 게토다. 프랑스 사회에 대한 부적응과 분노의 정서는 폭력이라는 방식을 통해 표출되며, 이는 프랑스 정부의 반감을 사게 된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처우에 대해 13구역 거주민들은 분노라는 응어리를 또다시 잉태하고... 13구역과 프랑스 정부는 이렇게 악연의 오로보로스를 끊임없이 반복하며 서로에 대한 질시의 악감정을 재생산한다. 그리고 이러한 악연의 원인제공자로는 서로가 타자인 상대방을 지목하며 상대에게 책임전가를 한다. 프랑스의 입장에서는 트러블메이커인 13구역을 깨끗하게 소거코자 하는 의지가 1편에만 있지 않았었기에 이번 속편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속편의 결말을 통해 프랑스 중앙정부와 13구역이라는, 악연의 오로보로스가 종결되는 것이 가능할까? 관료들의 마인드가 13구역을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프랑스의 일원으로 품게 될 때에야 가능하리라.
13구역을 제거하기 원하는 관료집단이 속편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재생산되는 것처럼, 이번 속편은 전편의 전개 방식을 일정 부분 반복 창출해낸다. 일례로 전편 초반부 시퀀스에서 눈부신 수사 성과를 보여주는 다미엔의 걸출한 액션은 속편에서도 동일한 방식의 영상 반복어구로 재생산된다. DISS가 13구역을 지도상에서 사라지게 만들려는 속셈이 레이토와 다미엔을 통해 알려지는 시퀀스를 통해서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속셈에 대해서 시니컬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비꼰다.
총으로도 제압될 상황이 육탄공격 앞에서 맥을 못 춘다는 설정과 프랑스 경찰과 경호원들이 프리러닝과 파쿠르로 단련된 갱들에게 진압된다는 설정이 다소 순진하고 작위적이긴 해도, 레이토의 파쿠르와 다미엔의 버디 액션은 전편 못지않게 휘황찬란하다. 심장을 마구 고동치게 만드는 액션 파노라마 속에 함의된 정치적 역학관계라는 행간을 찾아낸다면 이 영화를 액션영화로만 심플하게 바라보진 않을 것이다.
2009년 4월 8일 수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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