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 쇠약 직전의 촬영장
몇 년 전, 유명 영화평론가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평론가는 그 날 강의에서 ‘분위기 좋은 현장에서 걸작이 탄생되기 힘들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 영화는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예술 매체가 아니고 각각의 개성이 충돌하는 현장이기 때문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일을 진행해 나가게 되면 영화 현장의 분위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영화의 완성도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평론가의 의견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예외가 있겠지만, 우리의 상식에서도 그 말은 맞는 말이다. 영화 작가의 신전 최상단에 올라있는 로베르 브레송은 줄곧 자신의 배우들을 단지 ‘모델’이라고 생각했고, 알프레드 히치콕은 종종 여배우들을 대상으로 취급해 일찍이 페미니스트들의 표적이 되었으니 말이다.
벤 스틸러가 감독,주연을 겸한 <트로픽 썬더>는 ‘베트남전’ 영화들에 관한 영화이자 전쟁터같은 영화 현장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는 출연진들의 소개 장면을 대체하는 가짜 예고편으로 시작된다. 이제 막 쇼 비즈니스 산업에서 뜨고 있는 래퍼 알파 치노(브랜든 T 잭슨)의 선정적인 음료수 광고, 근육질 액션 스타인 터그 스피드먼(벤 스틸러)의 새로운 속편 영화의 예고편, 코미디계의 스타인 제프 포토노이(잭 블랙)의 화장실 코미디 영화 예고편 그리고 영화 속에서 아카데미 5회 수상 경력이 있는 명배우 커크 라자루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예술 영화까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가짜 영화 예고편들이 이어진다. 각기 상반된 장르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들. 하지만 하나같이 말썽꾸러기들인 이들이 모인 영화 촬영장. 더구나 블록버스터급 전쟁 영화인 이 영화의 연출자는 영국 출신의 초짜 감독(스티브 쿠건)이고 욕설을 쉴새 없이 쏟아내는 불같은 성격의 영화 제작자까지 영화 속 영화 <트로픽 썬더>의 촬영장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트로픽 썬더> 속 영화 현장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현장을 연상시키는데, 실제로 코폴라의 부인인 엘로노어의 메이킹 다큐멘터리 <어둠의 심연>으로도 유명했던 <지옥의 묵시록>의 촬영 현장은 당시 신인 급이었던 감독 프랜시스 코폴라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가장 카리스마가 강했던 배우 말론 브랜도와의 기 싸움을 비롯해 세트장을 통째로 날려버린 태풍의 습격 등의 사건 사고로 완성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되었던 영화로 유명했다. <지옥의 묵시록> 촬영장의 재연에서 예측되는 것처럼, <트로픽 썬더>는 영화 곳곳에서 <지옥의 묵시록>을 비롯해 <플래툰>, <디어 헌터> 등의 7,80년대의 베트남전 영화들에 대한 오마쥬와 패러디가 이어진다.
■ 현실과 가상의 경계
하나같이 악동들인 영화 속의 주연 배우들은 각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젊은 날의 실베스타 스탤론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는 터그 스피드먼은 자신의 연기가 뭐가 잘못되었는 조차 모르는 단순한 마초 액션 스타다. 코믹 스타인 제프는 심각한 약물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메소드 배우’로 유명한 커크 라자루스는 자신이 연기하는 배역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일상생활에서도 자신의 배역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중이다. 심지어 그는 영화상에서 금발과 파란 눈의 호주인이면서도 아프로 아메리칸의 억양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중이다. 이런 배우들의 집합장인 <트로픽 썬더> 속의 영화 촬영장이 순탄할리는 만무하다. 코미디 영화답게 이 영화의 전반부는 이들의 각자의 콤플렉스를 과장해 묘사하고 충돌시키면서 영화적 재미를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이들은 사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바보’라고 불러도 별로 이상할 것 없는 터그는 영화적 현실과 진짜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연기에 너무나 심취한 커크 역시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며, 현실 속의 자신을 영화 속에서 그대로 연기하고 있는 제프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는 이들을 영화의 현실에서 진짜 현실로 밀어 넣어 버린다. 60년대 베트남전 영화를 ‘사실적’으로 찍기 위해 밀림에 떠밀린 이들이 현실의 ‘골든 트라이앵글’의 마약 제조단과 맞닥뜨리게 되는 것.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들이 맞닥뜨린 우연한 ‘현실’의 경험은 이들의 영화와 연기에 도움을 주게되는 것은 물론이다.
<트로픽 썬더>는 분명히 미국적인 코미디영화다. 이 영화 속에서 구사되는 영어 표현의 말 장난과 풍자는 우리들의 입장에서 100% 이해하기는 어려우며 영화 전반부의 영화 촬영 장면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식의 잔인한 전투 장면 묘사를 비틀어놓은 피범벅 개그 등은 솔직히 편하게 느껴지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트로픽 썬더>는 개성과 개성이 충돌하는 전투적인 영화 촬영과 영화 비즈니스에 대한 재치 있는 풍자 영화이기도 하다. 톰 크루즈가 분한 제작자는 납치된 터크를 걱정하기보다는, 투자된 제작비보다 보험료가 더 많다고 좋아하며 춤까지 추는 장면은 결국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본질에 관한 장면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이 영화는 미디어 속의 가상 현실과 진짜 현실 속의 경계가 자꾸 흐릿해져가는 우리들의 현실에 대한 영화이기도 한데, 물론 이는 걸프전과 9/11 사건을 겪으며 여과 없는 방대한 보도 등을 통해 오히려 전쟁의 폭력이 희석되어 버리고 때로는 그런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의 심리가 담겨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 스타들의 퍼레이드
하지만 이런 해석을 떠나서 <트로픽 썬더>는 전쟁 영화와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판타지에 관한 영화다. 물론 이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현실 속의 폭력을 이겨내는 일 따위는 일어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주인공들이 마약 조직의 본거지를 소탕하는 장면들은 말은 안되지만 통쾌하고 즐겁다. 적어도 <트로픽 썬더>는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연기해내는 배우들의 퍼레이드만으로도 즐거운 영화다. 영화 안에서는 늘 불협화음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이지만, 이 영화 속에서 벤 스틸러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그리고 잭 블랙은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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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더해 감독인 스틸러는 할리우드 영화계의 최고 마당발답게, 주연급 배우들 뿐 아니라 조연과 카메오 연기자들까지 화려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출연진 리스트를 채워 놓으며 쉴새 없는 웃음을 준비해 두었다. 뚱뚱한 대머리 수전노 사업가로 충격적인 변신을 한 톰 크루즈를 비롯해 의리 있는 매니저 역의 매튜 매커너히, 전쟁광 원작자 역의 닉 놀테 등이 조연급으로 배치되어 있고 가짜 예고편과 시상식장 장면에 출연하는 ‘스파이더맨’ 토비 맥과이어, 스치듯 출연하는 존 보이트까지 할리우드의 노장과 현역 스타들이 뜻밖의 모습으로 등장해 즐거움을 준다.
■ DVD에 담긴 톰 크루즈의 분장 쇼를 즐겨볼까 ~
<트로픽 썬더> DVD의 영상과 음향 퀄리티는 할리우드 최신작답게 최상급에 해당된다. 2.35:1 화면비의 영상은 해상도나 표현력에 있어 별다른 흠을 잡을 곳이 없다. 일부 밤 장면이나 실내 장면에서의 지글거림은 필름으로 촬영된 이 영화의 소스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다. 클로즈 업 장면에서의 인물 윤곽선 표현 역시 우수한 편이며 전체적으로 뚜렷한 영상 퀄리티를 선보인다. 전쟁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인 만큼 전투 장면의 임팩트 역시 강력하다. 총격음과 폭발음이 가득 차 있는 초반부와 클라이막스의 전투 장면의 각종 효과음의 박력은 왠만한 전쟁 영화나 액션 영화의 임팩트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1장짜리 디스크에 담긴 서플먼트 역시 다양하고 풍부한 편이다. 음성 해설은 이 영화의 감독과 주연을 맡고 있는 벤 스틸러와 주연 배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잭 블랙이 참여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배우들답게 적당한 농담과 친근한(?) 욕설까지 섞어서 진행되는데, 마치 친구들끼리의 대화를 하듯 편안한 분위기다.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맥주 한 잔하면서 즐기기에는 딱 좋은 분위기. 그 외의 서플먼트들은 비교적 짧은 분량의 피쳐릿이 여러 개 담겨 있는데, 모두 흥미로운 편. BLOWING SHIT UP(6분 17초)은 제목처럼 영화 속의 폭발 장면이 어떻게 제작되어 있는지를 담고 있다. THE HOT LZ(6분 24초)는 헬리콥터가 동원되는 영화 본편의 초반부 전투 장면의 제작 과정에 관한 메뉴. THE CAST OF TROPIC THUNDER(22분 3초)는 영화 출연진 7명의 출연진에 관한 소개를 담고 있다. MAKE-UP TEST WITH TOM CRUISE(1분 40초)는 매우 짧지만 인상적인 메뉴다. 영화 속에서 코믹한 힙합 댄스를 선보인 톰 크루즈는 분장 스크린 테스트를 하면서 춤을 선보인 바 있는데, 바로 그 춤추는 장면이 수록된 것. FULL MAGS(18분 27초)는 영화 속 두 장면의 모든 촬영 분을 수록해 놓았는데, NG 장면과 즉흥 연기까지 모두 수록되어 있어 흥미롭다. RAIN OF MADNESS TRAILER(2분 41초)는 영화 속 영화에 대한 메이킹 다큐멘터리의 가짜 예고편으로, 그럴 듯하게 꾸며놓은 구성이 흥미롭다. MTV MOVIE AWARDS : TROPIC THUNDER(4분 6초)는 ‘최고의 키스상’ 등 매년 대중 취향의 상을 수여하는 MTV 무비 어워드에서 소개된 영상으로, 영화의 출연진인 벤 스틸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잭 블랙이 모두 출연하고 있다. 내용은 <트로픽 썬더>의 흥미로운 예고편을 만들기 위해 상의하던 세 사람이 점점 충격적인 시도를 한다는 내용. 마지막 장면이 꽤 충격적인 편이니 과격한 장면을 싫어하시는 분은 피하시기를...
트로픽 썬더 (Tropic Thunder)
출시일 : 2009-03-12
출시사 : CJ 엔터테인먼트
Starring : 벤 스틸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잭 블랙
Director : 벤 스틸러
Running Time : 106 Min
Video Format : 2.3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Audio Track : 영어,태국어 / 돌비디지털 5.1
지역코드 : 3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부가영상> CAST COMMENTARY _WITH BEN STILLER, JACK BLACK AND ROBERT DOWNEY JR. / BLOWING SHIT UP / THE HOT LZ / THE CAST OF TROPIC THUNDER / MAKE-UP TEST WITH TOM CRUISE / FULL MAGS / RAIN OF MADNESS TRAILER / MTV MOVIE AWARDS : TROPIC THUNDER
출시일 : 2009-03-12
출시사 : CJ 엔터테인먼트
Starring : 벤 스틸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잭 블랙
Director : 벤 스틸러
Running Time : 106 Min
Video Format : 2.35:1 아나몰픽 와이드스크린
Audio Track : 영어,태국어 / 돌비디지털 5.1
지역코드 : 3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부가영상> CAST COMMENTARY _WITH BEN STILLER, JACK BLACK AND ROBERT DOWNEY JR. / BLOWING SHIT UP / THE HOT LZ / THE CAST OF TROPIC THUNDER / MAKE-UP TEST WITH TOM CRUISE / FULL MAGS / RAIN OF MADNESS TRAILER / MTV MOVIE AWARDS : TROPIC THU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