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作戰)의 뜻을 살펴보면, ‘어떤 일을 위해 필요한 조치나 방법을 강구하는 것’, ‘군사적 목적을 이루기 위한 행동들’, 혹은, ‘유가 증권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여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영화 <작전>은 경제적 용어에 집중한다. 사람들이 증권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이유. 다른 이유 다 필요 없다. 무조건 ‘돈’ 때문이다.
600억은 일확천금을 넘어서는 돈이다. 그것만 있으면 잘 먹고 잘사는 건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일이 된다. 그걸 너무도 잘 아는 이들은 인위적인 ‘작전’을 만들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주식 때문에 모든 걸 날리고, 그 분함을 못 이겨 5년간 주식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해 웬만한 주식 그래프는 껌 씹으면서 보는 프로 개미 강현수(박용하), 조폭 출신이지만 그 분야가 더 이상 비전 없다고 판단. 돈과 권력을 양손에 쥐기 위해 주식을 이용하는 DGS 캐피털 홀딩스 대표 황종구(박희순), 대한민국 상위 1%의 뒷돈을 관리해주는 자산 관리사 유서연, 그리고 최고의 엘리트지만 심성이 이기적인 관계로 작전의 설계사로 꽃을 피우는 증권 브로커 조민형(김무열). 그들은 부실한 기업의 대표와 손을 잡고 ‘환경 기술’을 이용해 한 탕을 노린다. 하지만 하나같이 남다른 이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사는 이들은 같은 자리에서 다른 밥상을 기다린다.
<작전>은 주식에 울고 웃는 인간들의 세계를 담고 있다. 가진 것이 얼마가 되던, 그들은 한탕과 조금만 더!를 외치며 분, 초를 다투는 숫자판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인생을 건 이들의 결과는 영화에서처럼 두 가지로 나뉜다. 흥하느냐 망하느냐. 하지만 주식 시장의 논리는 돈을 많이 가진 자 일수록 흥에 가깝고, 찌질한 개미들은 늘 찌질함을 벗어나지 못해 눈물 바람이 된다. 영화는 그러한 현실을 직시한다. 하지만 작전 세력의 전방에 똑똑한 개미가 투입되었다는 것은 극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요소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양심을 이야기 한다. 1, 2억은 껌 값으로 생각하는 이들과 7천만 원 따고 완전 좋아하는 이가 살아가면서 느끼고 살았을 약간의 양심의 차이. 어쩌면, 이야기 안에서 살아남은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의 차이는 똑똑한 머리와 발 빠른 움직임이 아니라, 죄책감을 못 이기는 양심을 선택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지 모른다. 우리가 뉴스를 보며 내뱉게 되는 ‘어쩜 저렇게 양심이 없냐.’ 그것은 영화 안에서도 통용되는 모든 상황의 진리가 된다.
직접 각본을 쓴 <작전>이 첫 번째 장편 데뷔 영화가 된 이호재 감독은 주식에 관한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렇기에 영화 곳곳에서 어휘나 상황에 대한 현실감 있는 소스들이 묻어난다. 그러나 <작전>은 영화 전반에 걸쳐 버라이어티한 액션 장면이 없고, 기복도 그리 심하지 않아 긴장감을 맛보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색이 다른 캐릭터들의 적절한 대사와 표정을 통해 상황을 이해시키고 재미를 선사한다. 이들의 꽉 차여진 대사와 감정의 분출, 편집으로 인한 발 빠른 속도감은 인물이나 상황에 대해 생각할 여백이나 틈을 제공하지 않는다.
<작전>은 주식 용어를 모르고 봐도 무관하다. 영화에 필요한 용어는 곳곳마다 인물의 대화 속에서 충실히 설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딩을 보고 나서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씁쓸하든 통쾌하든, 결국은 우리를 웃기고 울리는 ‘돈’ 이야기니 말이다.
2009년 1월 29일 목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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