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일체>로 꽤 큰 웃음을 주셨던 정 트리오가 <투사부일체>를 거쳐 다시 한 번 뭉쳐 주셨다. 영화 시작 전부터 혹시나...의 기대와 글쎄...의 우려가 동시에 마음속에서 꿈틀거리더니... 결국엔, 아휴... 착잡한 심정, 정말이지 어찌할 바 없다.
영화의 스토리는 양조위와 유덕화가 나왔던 <무간도>를 보았다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평범한 교통경찰 장충동(정준호)이 외부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대 조직의 조직원으로 잠입한다. 그리고 이에 질세라 거대 조직 역시 경찰에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이중대(정웅인)를 특수수사팀에 위장 잠입시킨다. 이들은 서로의 뒤바뀐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기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장충동은 등에 칼을 맞아가며 보스(김상중)을 구하고, 둘째 보스(박상민)와 함께 보스의 최측근이 되며, 이중대는 자신의 조직원 시절을 십분 활용해 범죄자들을 쭉쭉 잡아넣고 특수수사팀의 팀장 자리까지 꽤 찬다. 이렇게 그들은 적진에 와서 아군 행세를 하며 서로가 서로를 무너트릴 한 방의 기회를 잡기 위해 위태로운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나 <유감스러운 도시>는 코미디라는 장르에 충실하고 싶었는지 그들의 변화된 환경에 대한 위태로움을 어느 곳에서도 담아내지 못한다. 조직의 침투는 너무도 쉽고 그곳의 생활도 원하는 코스대로 쭉쭉 밟아져 나가고 의심한번 받지 않는다. 그러니 자신들이 원하지 않았던 것을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과정에 대한 고뇌나, 뒤바뀐 생활이 주는 안락함과 자신의 본분 사이에서 오는 딜레마를 겪을 리 만무하다. 물론 이런 부류의 영화에서 이러한 것들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더 코믹적일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의 구성이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는 영화의 속성에서 빈약한 짜임새를 떠나 산만하기까지 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점은 코믹적인 요소에서도 발견된다. 빈약한 스토리에 얹어진 몸 개그 수준의 코미디는 극의 흐름을 깨고, 그것은 억지웃음을 위한 장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보는 내내 웃음이 자연스럽게 유도 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웃음은 코미디 영화에서 발현된 가장 큰 덕목인데도 말이다.
<유감스러운 도시>는 영화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유감스럽다는 말처럼 정말이지 유감스러운 영화가 되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굳이 연기라고 표현할 만한 요소들을 발견하기가 힘들고, 감동스럽고 슬퍼야할 장면에서도 감동스럽고 슬프지 않다. 물론 웃어야할 상황에서도 그리 시원스럽게 웃기가 힘들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운 요소지만.
잘나가는 CF감독에서 <투사부일체>로 영화의 첫 테이프를 끊었던 김동원 감독은 두 번째 작품 <유감스러운 도시>로 오히려 몇 발자국 후퇴된 연출력을 선보인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엔딩에서 보여 지는 열린 결말이 속편의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만약 혹시나 그렇다면, 또 다시 영화를 보고 유감스러운 기분이 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탄탄한 스토리로 관객들을 대면해 주었으면 한다.
2009년 1월 14일 수요일 | 글_김선영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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