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영화 <추적>은 영화 상영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두 명의 인물만이 출연하는, 아주 단출한 출연진의 영화다. 하지만 이들의 팽팽한 대립구도를 통해 연출효과를 극대화 시키고자 한, 이와 더불어 연극적 시도가 풍부하게 가미된 영화다. 참고로 이 영화의 원작은 1970년에 연극 <추적>이며, 1972년에 로렌스 올리비에와 마이클 케인 주연의 <발자국>으로 이전에 한 번 영화화가 시도된 작품이다.
저명한 추리소설작가 앤드류(마이클 케인)의 부인은 지금 바람이 난 상태다. 그녀의 마음을 빼앗은 남자는 무명배우 마일로(주드 로). 앤드류의 저택으로 마일로가 당당하게 찾아와서 담소를 나누고 이내 모종의 흥정을 한다. 마일로는 앤드류에게 아내와 이혼하라는 당돌한 요구를 하지만 앤드류는 이보다 더 당돌한 제의를 하게 되니, 마일로로 하여금 자신의 집안 금고에 보관된 보석을 훔치라는 제의가 그것이다. 마일로가 보석을 훔쳐서 앤드류의 아내와 달아나면 그녀의 눈먼 사치벽을 일정 기간 동안 무마시켜 줄 테고, 앤드류에게 있어선 보험회사로부터 보석감정가 이상의 보상금을 받게 됨으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니 두 사람 모두에게 있어서 일거양득의 기회인 셈. 마일로는 앤드류의 안내를 받아서 금고 속에 숨겨진 보석을 손에 넣게 되고.. 여기서부터 두 사람의 첨예한 대립은 점입가경에 이르게 된다.
특기할 점은 <발자국>에서 마이클 케인이 맡았던 역할이 당시 마일로였다는 사실이다. 세월이 지난 후 상대역인 앤드류를 맡았음은 마이클 케인이 35년이라는 시간적 간극을 초월해서 두 캐릭터의 심리적 동인에 통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자고이래로 인류에게 있어 가장 오래된 소재 중 하나인 치정을 영화 속 소재로 다룸에 있어서 이들 두 남자의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는 매개로 작용하는 앤드류의 아내는 영화 속에서 일절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앤드류와 마일로가 저택에서 첨예한 대립을 펼치고 있을 동안 그녀는 차를 몰고 앤드류의 집으로 향한다. 대개 운전석 백미러를 통해서라도 운전자의 얼굴 혹은 시선처리가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영화 시퀀스를 유심히 살펴보면 앤드류의 아내가 차를 몰고 오는 시점의 시선 처리를-영화 <둠>의 일부 시퀀스 시점처럼 일인칭으로 처리하되 운전석 백미러를 통해서도 그녀의 얼굴은 물론이려니와 시선도 일절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구축되는 두 인물의 동선은 순전히 앤드류의 저택 안에서만 이뤄지기에 시각적 단조로움이라는 단점을 제공하지만 앤드류의 현대적 최첨단 저택에서 일관되게 배치되는 블루 톤의 조명은 인테리어 적으로 볼 때엔 모던함을 일관함과 동시에 두 주인공의 팽팽한 대립적 심리상태를 나타낸다. 그와 더불어 영화 속 인물들의 대립각이 영화 후반부에 들어서도 절대적으로 타협 불가능함을, 블루 톤 조명의 차가움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제시한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우세하지 않은, 양수겸장(兩手兼將) 격인 두 인물의 긴박한 대립각을 이루는 플롯은 오로지 두 배우의 대사와 심도 깊은 연기로 흡인력을 밀도 깊게 높여준다. 하나 영화 중반부까지 보여주던 두 주인공의 화면 가득한 팽팽한 긴장감은 중후반부 들어서서 템포를 일부 흩뜨리고 만다. 반전 역시 예상 가능한 수준. 그리고 72년 작 <발자국>에 내포되어 있던 풍자는 이번 리메이크 작에서 증발되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 글_박정환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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