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있으면 그 안에는 못된 것을 요구하는 학생도, 따돌림을 받는 학생도, 그리고 그 학생을 옹호하는 학생도 있는 법이다. 수나(고은아)는 따돌림을 받는 학생의 편에 선, 전형적인 밝고 씩씩한 여주인공이다. 하지만, 그녀는 안타깝게도 결정적인 순간 친구의 옆에 있지 못했다. 험한 꼴을 당하고만 친구는 세상을 등지고 방구석으로 기어들어가고, 친구와 어머니를 거부하다가, 급기야 가해자의 눈 앞에서 자신의 목을 따고 죽는다. 그 죽음 이후 수나 역시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택하며, 수나는 본격적으로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수나가 친구의 저주를 마주하는 희생양이 아니라, 저주의 주체가 된 듯 보인다는 설정은 영화에 뭔가 더 있을 수 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짐작대로 뭔가 더 있다. 그래서 [외톨이]는 호러물인 동시에, 수나의 행동에 대한 비밀을 밝히는 미스테리물의 성격 또한 가지게 된다. 이러한 미스테리물에 신선하고 깔끔한 퍼즐은 떼어놓을래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다. [외톨이]를 만족스럽게 만드는 결정적인 것은 그 부분이다. 아이디어에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으며, 영화 곳곳에 배치한 복선들은 의외의 장소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퍼즐은 명쾌한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나름 그럴듯하다는 생각 정도를 들게 하는데는 무리가 없다. 부분부분의 설정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깔끔한 트릭의 존재는 [외톨이]를 진부하고 뻔한 영화에 천착하지 않게끔 만들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영화의 적지 않은 부분이 집안에서 보여질 수 밖에 없는 소재 탓에, 꽤 많은 공을 들인 세트는 눈요기감으로 충분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박재식의 연출도 나쁘지 않다. 그는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며 영화를 끌고 나간다. 긴장감을 끌어내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효과적이고, 구라를 쳐야할 때와 그러지 말야아할 타이밍 역시 구별할 줄 아는 듯 보인다. 게다가 뻔뻔스럽게도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장면에 자신만의 장난질을 더하는 센스도 갖추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헐거운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명조의 결말부 - 사실 모든 사건이 끝난 후 그 뒷얘기를 듣는 것은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 가 다소 늘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설명하는 마지막은 또다른 이야기의 단초를 제기하며 어떤 감정을 잡아내는데 성공하고 있어, 나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외톨이]는 소재와 그것이 가진 거창한 사회성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아마도 만족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소재에 대한 영화적 과장이 다소 지나친 경우도 있고, 때로 논리를 뛰어넘는 듯 보이는 구석도 없는건 아니다. 그러나, [외톨이]는 단점을 보듬어주고 싶은 면을 갖추고 있다. 훌륭하네까지는 아니더라도, 괜찮은걸 정도의 반응은 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08년 9월 16일 화요일 | 글_김시광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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