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데니스 퀘이트)는 학식은 뛰어나지만, 거만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는 교수이다. 동시에 그는 책의 출판과 학장이라는 객관적 성공에만 매달린다. 그는 외로운 사람이다. 물론 그가 외로운 이유는 그에게서 나온다. 그의 거만함과 무관심. 타인에게 얼간이라고 말하면서 그들의 호의를 기대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그렇다고 그가 성공에서 엄청난 성취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는 자신이 학장이 되려는 이유조차 모른다. 그래서 그는 별로 행복하게 보이지 않고, 실제로도 행복하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골치덩어리 동생이 찾아오고, 예전에 제자였던 한 여인을 만난다. 평상의 생활은 깨어지고, 마음도 덩달아 들썩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남자에게 관계란건 참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하는건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중년의 어설픈, 우여곡절 있는 연애담, 그리고 소동극이 시작된다. 그와 맞물려 가족들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 변화란 구체적으로 외롭던 사람들이 사람내음을 풍기기 시작하는 것, 그리고 왜 달성해야 하는건지도 모르는 목표의 추구로부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스마트 피플]이 목표로 하는 것은 진짜 똑똑한 게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헛똑똑한 사람들이 정말 똑똑한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 이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관계를 배제하고 인간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
이쯤 설명했으면 영화가 대충 예상되리라 생각한다. 영화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 이상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이러한 부류의 영화들 - 이를테면 [미스 리틀 선샤인]이나 [준벅] 같은 선댄스 출신의 작품들 - 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만큼만, 딱 보여준다. 하지만 가볍고 공감할 수 있는 코믹 터치의 이야기, 그리고 그것에 녹아든 듯이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는 보는 이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늘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엘렌 페이지의 매력도 아직 식상하지는 않고, 데니스 퀘이트는 나이가 좀 들었지만 아직 꽤 멋있고, 사라 제시카 파커는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훌륭한 배우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토마스 헤이든은 이런 부류의 영화들에 자주 등장하는 골치덩이 동생으로 출연해 엉뚱하지만 훌륭한 도우미 역할을 감당한다. 익스트림의 누노 베텐코트가 담당한 O.S.T도 귀를 즐겁게 하니, 이 정도면 썩 괜찮다고 할만하지 않은가.
과욕을 부리지 않되 의도에 충실한 영화는 늘 만족스럽다. 한마디로 [스마트 피플]은 상당히 똑똑하고, 기분 좋은 영화다. 영화 속의 갈등 구조에서 피곤함을 느끼는 관객이라면 더욱 환영할만한, 그리고 아마도 행복하게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는 종류의 영화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2008년 8월 18일 월요일 | 글_김시광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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