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히어로>는 확실히 원작을 섭렵한 팬에게 더욱 친절한 작품이다. 물론 원작 드라마를 접하지 못했다고 해서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히어로>를 즐기지 못할 것은 아니다. 다만 브라운관의 설정을 스크린에 이양한 정도가 아니라 스크린에 그대로 복제한, 그리고 2006년 특별판의 맥락을 잇는 스크린 판을 마주한다면 분명 원작 팬들의 반가움은 단순한 호기심에 극장을 찾은 관객의 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중졸 학력의 검사, 헐렁한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하는 검사 쿠리우(기무라 타쿠라)를 비롯해 드라마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자신의 배역 그대로 출연했으며 도쿄지검의 소박한 정경까지 스크린에서 여전한, 게다가 쿠리우의 제복과도 같은 ‘A BATHING APE’의 짙은 오렌지색 다운자켓마저도 재현되는 스크린에 감격할 대상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히어로>는 일본 특유의 상황과 입담에서 빚어지는 정적의 웃음에 동참하기 힘든 이에겐 낯선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왁자지껄하게 쏟아내는 수다나 작은 소동의 나열 뒤에 찾아오는 정적 사이로 환기되는 웃음의 공기, 그 특유의 웃음은 <히어로>의 장기이자 동시에 장막이다. 그 웃음의 타이밍을 난감하게 교감한다면 <히어로>는 소통이 불가능한 이국인과의 대화처럼 어색함을 느낄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소박한 근성을 모토로 하는 <히어로>에는 끝에 걸릴만한 아기자기한 감동이 담겨 있다. TV홈쇼핑을 즐기는 쿠리우의 별난 일상 생활로부터 출발하는 <히어로>는 그것이 누군가에게 친숙한 이야기든, 친숙하지 못한 이야기든 간에 일단 본래 드라마가 지니고 있던 소박한 모토를 스크린에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눈을 가린 정의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손저울의 의미가 정의의 무게를 차별하는 것이 아닌 정의와 비정의의 본질을 가린다는 것. <히어로>는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던 쿠리우의 소박한 근성을 스크린을 통해서도 역시 설득력 있는 표정에 담아 보여준다. 발로 뛰는 소수사선, 도쿄지검의 이웃 같은 검사들의 정겨운 표정은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랙 슈트적 권위와 동떨어진 느낌이기도 하지만 그 드라마틱한 감성은 비현실적일지라도 지극히 훈훈하다.
물론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사건의 해결 방식은 후반부의 이야기적 탄력을 다소 떨어뜨리는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다는 방식에 입각한 정의의 상대성 원리를 무시하고 죄의 절대성을 추궁하고자 하는 쿠리우 검사의 의지로부터 전이되는 소심한 감동은 평범한 표정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소박한 웃음처럼 반갑다. 물론 영화를 보기 전 드라마의 학습 효과 차이는 <히어로>에 쏟아질 애정의 상대적 차이로 드러날 가능성이 많다. 무엇보다도 부산 로케이션 씬에서 등장하는 마츠 다카코와 기무라 타쿠야의 앙증맞은 한국어 발음은 이병헌의 깜짝 출연보다 효과적인 재미를 준다.
2007년 10월 30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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