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촌스럽다.
<황산벌>에서 계백의 아내가 목숨을 내놓기 전에 울부짓을때나, <왕의 남자>의 그 신파성이나, <라디오 스타>에서 최곤이 와서 좀 비쳐달라며 울먹일 때, 모두 다 마찬가지다. <즐거운 인생>도 오십보 백보다. 이 40대 남성들, 386 형님들을 위한 응원가는 사실 유치찬란하기가 이를데 없다. 여성 캐릭터들은 그들을 응원하거나 좌절케 하거나 바가지를 긁는 지극히 대상화된 캐릭터들 뿐이며, 밴드 공연장면은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촌스럽기 그지없다(요즘 만들어지는 뮤직비디오에 비할데가 못된다). 고작해야 할리우드 장르 영화를 뛰어넘지 못하는 내러티브도 별 볼일 없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중간중간 심금을 울리는 장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게 감독이 충분히 감정이입을 해 낸 캐릭터들 탓인지, 김상호나 김호정을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 때문인지, 1년 만에 후딱 각본을 써낸 최석한 작가의 중간중간 감칠맛 나는 대사빨 덕분인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이 노골적인 동시에 직선적인 응원가 중간중간 읽혀지는 정치성, 한국 사회에 대한 직설법, 무엇보다 순진할 정도의 우직함은 또 다시 지식인/남성/20대 후반 이상/밴드 경험 혹은 그런 친구를 둔 관객들에게 먹힐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일종의 판타지인 아카펠라 록 연주 장면처럼 왠지 모르게 그들을 응원해야 할 것 같은 순진함. 이걸 위험하다고 판단할지, 봐줄만한 낭만으로 평가할 지는 순전히 당신의 몫이다. 단, <라디오 스타>의 스타성이나 인물에 대한 집중도는 분명 떨어지니 유의하시길. 사족 하나. 이 영화로 가장 이득을 볼 배우는 이준익 감독이 정이 뚝뚝 묻어나는 클로즈업을 안겨준 김상호 임에 틀림없다.
글_하성태(네오이마쥬 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