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최초평가! 시대를 비튼 웃음, 일단 유효하다.
만남의 광장 | 2007년 8월 8일 수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노을이 내려앉은 산기슭, 망중한을 즐기는 네 사내 위로 대기를 가르는 굉음과 함께 비행기 그림자들이 내려앉는다. 그리곤 평화로운 가족의 저녁 식사 중에 산 너머에선 천둥 번개라도 치는지 소란하다. 그리고 이윽고 말귀를 알 수 없는 군인들이 이상한 철조망을 세운다.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마을 주민들은 그 주변에 몰려들어 작업에 손을 더한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 철조망을 경계로 식구와 이웃들은 난데없이 이산가족이 되어버린다. <만남의 광장>은 그렇게 비밀스런 사연의 공간을 형성한다.

아마도 6.25 전쟁 중이었을 산 너머의 광음은 아득하고, 휴전선이 세워지는 한반도의 혼란한 정세가 차단된 마을의 모습은 마치 전란 중에 홀로 평화로웠던 <웰컴 투 동막골>의 동막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만남의 광장>은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그에 관한 감상을 요구하기보단 시대적 표피를 통해 소박한 드라마를 일구며 웃음의 공세를 날린다. 특히나 사상검증이 활발하던 80년대의 반공 이데올로기마저 웃음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시대적 설정 비틀기는 종종 빛을 발한다. 남북의 가족들이 땅굴을 통해 오가는 상황은 간첩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고위 장교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아이러니한 상황적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만남의 광장>은 코믹 영화다. 특히나 임창정이 출연한 코믹 영화답게 그를 비롯한 조연들의 쉴새 없는 입담이 장기를 발휘한다. 육두문자가 다소 포함된 정제되지 않은 대사는 화장실 유머다운 원색적 웃음을 제공한다. 특히나 극의 진행과 무관하게 펼쳐지는 장근(류승범)의 개별적인 에피소드는 <만남의 광장>에서 가장 큰 웃음을 제공한다. 또한 망가짐 앞에 몸 사리지 않는(?) 박진희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만남의 광장>은 영화가 주는 웃음과 무관하게 그것이 지니고 있는 설정의 현실적 담론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남과 북이 대치한 휴전의 기류가 날로 무덤덤해지고, 통일에 대한 열망이 회자되지 않고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과연 이 땅의 통일은 단순히 시대적 기념비를 세우기 위한 사명에 불과한 것인지를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영화가 번뇌를 부르는 진지함과 거리가 멀지만 누군가는 분명 그 웃음 너머에 존재하는 상황의 묘사만으로 가슴 치미는 슬픔을 머금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나 영화의 최후반부, 각자 의도하지 않게 월북과 월남을 맞이한 이들이 각기 ‘인민주의공화국 만세’와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야 하는 장면은 묘한 감상에 젖게 한다. 그것은 분명 영화적 가벼움과 무관한 영화적 명제의 무게감 덕분이다.

<만남의 광장>은 구수한 사투리로 구사되는 독설적 입담의 캐릭터들을 통해 코믹한 장르적 지향점을 거듭 확인시킨다. 물론 분단이라는 상황이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위해 소비된 듯한 모양새는 거슬리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만남의 광장>이란 제목이 지닌 무심결한 의미만큼 영화가 비튼 시대에 대한 반풍자적 묘사는 장르를 위한 참신한 발상이라 인정할만하다.

2007년 8월 8일 수요일 | 글: 민용준 기자




-임창정표 코메디는 언제나 적정 수준의 말빨 웃음을 선사한다.
-류승범의 처절한 사연! 과감하게 망가지는 박진희!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살짝 비트는 풍자적 설정의 참신함. 삼청교육대 나오면 선생 된다?
-임현식, 백일섭, 김수미, 이한위. 반가운 조연들. 웃기는 건 기본이다.
-분단이란 소재가 지닌 눈물의 요소마저 웃음으로 우려먹는다.
-육두문자가 남발하는 대사의 미학, 고상한 그대에겐 저속할지도.
-진중한 사유를 즐긴다는 콧대높은 당신이 가벼운 웃음을 취급할 것 같진 않군.
33 )
nada356
잘 읽었어요.   
2009-12-20 14:45
gaeddorai
류승범이 아주 그냥 제대로 웃기다   
2009-02-10 21:15
callyoungsin
웃음을 주는 아주 좋은 코미디   
2008-05-09 16:47
kyikyiyi
임창정 나오는 영화는 그래도 어느정도 웃음을 줘서 보기 아깝진 않아요   
2008-05-08 13:51
wnwjq00
ㅋㅋㅋㅋㅋㅋㅋㅋ   
2008-05-01 13:19
ewann
좋아요   
2007-12-03 01:06
qsay11tem
임창정 때문에 보러 갔는데   
2007-11-20 13:00
js7keien
류승범이 고군분투 했건만 결정적으로 영화의 침몰은 막질 못했다   
2007-09-24 22:27
1 | 2 | 3 | 4 | 5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