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6.25 전쟁 중이었을 산 너머의 광음은 아득하고, 휴전선이 세워지는 한반도의 혼란한 정세가 차단된 마을의 모습은 마치 전란 중에 홀로 평화로웠던 <웰컴 투 동막골>의 동막골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만남의 광장>은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그에 관한 감상을 요구하기보단 시대적 표피를 통해 소박한 드라마를 일구며 웃음의 공세를 날린다. 특히나 사상검증이 활발하던 80년대의 반공 이데올로기마저 웃음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시대적 설정 비틀기는 종종 빛을 발한다. 남북의 가족들이 땅굴을 통해 오가는 상황은 간첩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고위 장교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아이러니한 상황적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만남의 광장>은 코믹 영화다. 특히나 임창정이 출연한 코믹 영화답게 그를 비롯한 조연들의 쉴새 없는 입담이 장기를 발휘한다. 육두문자가 다소 포함된 정제되지 않은 대사는 화장실 유머다운 원색적 웃음을 제공한다. 특히나 극의 진행과 무관하게 펼쳐지는 장근(류승범)의 개별적인 에피소드는 <만남의 광장>에서 가장 큰 웃음을 제공한다. 또한 망가짐 앞에 몸 사리지 않는(?) 박진희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만남의 광장>은 영화가 주는 웃음과 무관하게 그것이 지니고 있는 설정의 현실적 담론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남과 북이 대치한 휴전의 기류가 날로 무덤덤해지고, 통일에 대한 열망이 회자되지 않고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과연 이 땅의 통일은 단순히 시대적 기념비를 세우기 위한 사명에 불과한 것인지를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물론 영화가 번뇌를 부르는 진지함과 거리가 멀지만 누군가는 분명 그 웃음 너머에 존재하는 상황의 묘사만으로 가슴 치미는 슬픔을 머금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나 영화의 최후반부, 각자 의도하지 않게 월북과 월남을 맞이한 이들이 각기 ‘인민주의공화국 만세’와 ‘대한민국 만세’를 외쳐야 하는 장면은 묘한 감상에 젖게 한다. 그것은 분명 영화적 가벼움과 무관한 영화적 명제의 무게감 덕분이다.
<만남의 광장>은 구수한 사투리로 구사되는 독설적 입담의 캐릭터들을 통해 코믹한 장르적 지향점을 거듭 확인시킨다. 물론 분단이라는 상황이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위해 소비된 듯한 모양새는 거슬리는 구석이 있다. 하지만 <만남의 광장>이란 제목이 지닌 무심결한 의미만큼 영화가 비튼 시대에 대한 반풍자적 묘사는 장르를 위한 참신한 발상이라 인정할만하다.
2007년 8월 8일 수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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