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렉3>는 전편들에서 등장했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전원 집합시킨다. 선악 구도가 명확한 동화나라의 악역들은 자신의 역할분담에 따른 설움을 씻고자 프린스 챠밍의 농간 아래 집결하고, 슈렉이 자신을 대신할 왕위 후계자를 찾으러 떠난 ‘겁나먼 왕국(Far far away kingdom)’의 빈집털이에 성공한다. <슈렉>이 기존의 동화를 비튼 해학적 연출과 풍자적 입담으로 관객을 자지러지게 하는데 성공했다면, <슈렉2>는 캐릭터의 확장을 통해 신선함을 가미하는데 성공하며 시리즈의 진화를 이뤘다. 사실 전작 두 편에서 보여 줄만한 장기는 모두 소진한 듯한 <슈렉3>가 꺼내 든 카드는 캐릭터 열전에 가깝다. 이미 숨겨놓은 패를 모두 꺼내든 <슈렉>시리즈로서 올인 전략은 필수적으로 여겨진다. 결국 이는 다채롭거나 진부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슈렉은 전자보단 후자에 가깝다.
<슈렉3>의 강점인 캐릭터 특유의 위트와 유머는 여전히 날을 세운다. 하지만 두 번에 거친 칼 놀림은 날카로움이 많이 무뎌진 느낌이다. 사실 <슈렉>시리즈가 관객에게 어필했던 건 신선함이었다. 디즈니에 대한 풍자와 해학적인 캐릭터, 블랙 유머적인 대사는 <슈렉> 시리즈가 관객을 공략하는 가장 큰 강점이었던 것. 하지만 <슈렉3>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결국 캐릭터를 전원 투입하며 규모를 확장했지만 웃음은 전보다 약하고 내용은 진부해졌다. 성인 관객에게 어필되던 시리즈의 특성이 가족과 아동 층으로 내려앉은 기분이다. 특히나 가족주의적인 감동과 캐릭터를 교화하는 진부한 정서마저 뿜어내는 결말부에 이르러서는 <슈렉>이 그토록 까던 ‘디즈니(Disney)’의 세계관에 안면몰수하고 발을 들이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그 비판의 대상은 본질적으로 <슈렉3> 탄생의 비화가 된 전편들의 탁월함 덕분이다. 결국 이는 전편을 뛰어넘지 못한 시리즈물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작업이다. 후계자는 분명 전임자와의 비교가 불가피하니까. 적당한 웃음은 유효하고 캐릭터들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특별히 새로운 것 없는 시리즈지만 남아 있는 것들은 그만큼 다정하다. 다만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그것에 부족할 뿐이다. 우리가 슈렉에게 바라던 건 악당의 교화가 아니라 위선의 노출 아니던가. 유쾌한 패러디의 왕국이 낯간지러운 감동 드라마가 된 건 다소 아쉽다. 물론 당신이 사랑하던 몇몇 캐릭터들이 주는 유쾌한 웃음과 앙증맞은 슈렉 베이비의 등장은 일말의 위안이다.
2007년 5월 29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