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극중 상황만을 바라보자면 <가을동화>의 성별 변주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눈물이 주룩주룩>은 인물간의 상황만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쥐어짜려는 것만 같다. 하지만 감성은 되려 무덤덤하게 상황을 방관한다. 그런 방관의 시선을 형성하는 건 극을 이끌어가는 이복 남매가 자신들의 감정을 줄곧 외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에서 틈나는 대로 우려먹는 테마 중 하나인 출생의 비밀은 <눈물이 주룩주룩>에서도 발견된다. 하지만 그것을 굳이 숨기지 않고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눈물이 주룩주룩>의 그런 설정이 관객의 감수성을 공략하는 히든 카드로 활용되지 않은 덕분이다.
의붓 남매 지간이나 가장 노릇을 하는 오빠 요타로(츠마부키 사토시)와 여동생 카오루(나가사와 마사미)는 유사 부녀 관계로도 보인다. 동생을 좋은 대학에 보내겠단 일념 하나로 자신의 사랑을 챙기지 못하면서도 몸이 지치도록 일만 하고, 그 와중에 사기를 당하면서도 동생에겐 결코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희생은 비현실적인 숭고함보단 현실적인 애틋함으로 다가온다.
신파적인 소재로 노골적인 페이소스를 획득하면서도 감성의 파고(波高)를 적절한 수위로 조절하는 <눈물이 주룩주룩>은 2시간여의 러닝 타임 중간에 종종 진부함이 떠밀려오기도 하지만 통속적인 드라마를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다듬었다. 무엇보다도 츠마부키 사토시와 나가사와 마사미의 티없는 얼굴만으로도 투명한 감성은 넘쳐 흐른다. 물론 관객의 눈물이 주룩주룩 흐를지 까진 장담할 순 없지만 눈가에 이슬이 맺힐만한 경험담은 될법하다. 물론 눈물이 주룩주룩 흐른다면 영화에서처럼 코를 잡고 참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참고로 엔딩 크레딧 뒤에 나오는 히든 컷은 놓치지 마시라.
2007년 5월 10일 목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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